낯선 길 위에서
크로아티아 ①

▲ 아드리아해에 접한 나라들을 여행할 때면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하루에도 몇 번씩 볼 수 있다.

`크로아티아`라는 나라가 한국인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온 시기는 2013년 쯤이다.

방송 tvN은 `꽃보다 누나`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운 풍광을 소개했다. `꽃보다 누나`가 방영된 후엔 “여름휴가 때 크로아티아에 가면 외국인보다 한국인을 더 많이 만나게 된다”는 과장 섞인 풍문이 떠돌 정도로 이제는 익숙한 여행지가 된 크로아티아.

기자의 경우엔 이탈리아 남부에서 1년쯤 생활하며 요리를 공부한 친구에게 크로아티아란 국가가 얼마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녔는지 이야기 들었다. 친구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연어샐러드에 포도주를 마시며 나눈 대화를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보자.

“네가 살던 이탈리아 남부쪽 사람들은 휴가 때 주로 어딜 가냐?”

“아드리아해를 건너면 크로아티아가 있어. 거길 많이 가더라고.”

“거기서면 프랑스 남부 해변도 가까울 텐데...”

“이탈리아 애들 말로는 크로아티아 해변이 더 아름답고 멋지데.”

친구의 말에 의하면 이탈리아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구 위 어느 곳이 로마와 나폴리, 베네치아와 시칠리아, 피렌체처럼 멋지겠나.

그런데, 바로 그 이탈리아인들이 “아름답고 낭만적인 휴양지”라고 입을 모으는 크로아티아는 얼마나 근사한 나라일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궁금증을 가슴에 안고 찾은 곳이 푸른 바다와 붉은 지붕이 하모니를 이루는 크로아티아 최고의 휴양도시 두브로브니크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탈리아 사람들의 극찬은 과장이 아니었다. 크로아티아는 소문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속에도 쉽게 지울 수 없는 생채기는 있었다. 그 상처에 관한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루자.

▲ 낡은 담장이 멋스러운 두브로브니크의 호젓한 골목길. <br /><br />
▲ 낡은 담장이 멋스러운 두브로브니크의 호젓한 골목길.
아드리아해를 만나는 기대에 5시간 여정에도 지루할 틈 없어

기자가 선택한 크로아티아 입국 방법은 몬테네그로 코토르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 운행하는 국제버스를 타는 것이었다. 약 5시간이 걸리는 여정. 한국에서라면 스마트폰과 책을 챙겼을 테고 지겹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기자에겐 그것들이 없었다. 5시간이 지겨울 수도 있겠다고 지레 걱정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낡은 버스가 코토르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 달리는 내내 아드라아해의 빛나는 풍경과 만날 수 있었고, 그런 까닭에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의 체감시간이 불과 10분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아드리아해의 아름다움과 그 바다의 색채를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온전하게 전달이 가능할까. 직접 보고 왔는데도 설명하기가 어렵다. “필설로는 형용이 불가능하다”는 수사는 이럴 때 사용돼야 한다.

무솔리니가 주도했던 파시즘을 비판적 시각으로 성찰하고, 이와 함께 1930년대 전투기 조종사들의 낭만을 보여줌으로써 `명작 애니메이션`의 반열에 오른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라는 작품이 있다. 그 애니메이션의 공간적 배경이 바로 2차대전을 목전에 둔 아드리아해의 작은 섬이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낭만주의시대, 작가들의 사랑을 받았던 필기구인 만년필. 그 펜촉에서 흘러나오는 네이비블루 잉크 또는, 영롱하게 빛나는 청색 사파이어로 아드리아해의 바다 색깔을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게 아니면, 눈 덮인 산에서 바라보는 더 이상 높아질 수 없는 하늘의 색감을 아드리아 바다의 빛깔과 비교할 수 있을까.

30분 전 본 바다와 모래밭이 최고로 아름답겠거니 하면, 10분 후 더 근사한 해변이 뽐내듯 그 모습을 드러내고, 5분 후엔 신이 모든 정성을 다해 깎았다고 느낄만큼 매혹적인 절벽 아래서 푸른색 물보라가 영화 속 한 장면인양 튀어올랐다. 그야말로 절경의 연속이었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인간의 감정에 의해 빠르게 느껴질 수도, 느리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 그날 알게 됐다. 그리고, 버스는 예정된 시간에 `아드리아해에 접한 동유럽 도시 중 가장 아름답다`는 두브로브니크에 기자를 내려놓았다.

▲ 푸른 바다와 근사한 조화를 이루는 두브로브니크의 붉은 지붕들.
▲ 푸른 바다와 근사한 조화를 이루는 두브로브니크의 붉은 지붕들.
여행 성수기땐 빈방을 싸게 민박 형태로 빌려주는 현지인 많아

시내 외곽의 국제버스터미널 대합실. 각국에서 몰려든 여행객으로 안팎이 시끌벅적했다. 배낭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럴 때는 그냥 `이 도시에 관해 아무 것도 몰라요`라는 표정으로 멍하니 서있으면 자연스레 숙소가 해결된다. 어느 도시건 역이나 버스터미널에는 인근 숙소의 호객꾼들이 몰려있기 마련이다. 기자가 두브로브니크를 여행한 시기는 서유럽 사람들의 여름휴가가 절정을 이루던 7월. 유럽 전역이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여행 성수기를 맞고 있었다.

여기서도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는 자본의 논리가 현실화된다. 해마다 그 시기가 되면 자기 집 빈방을 민박 형태로 빌려주는 현지인들이 많아지는 것. 두브로브니크 역시 빈 방 사진을 여행자에게 보여주며 숙박료를 흥정하는 호객꾼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 중 여성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다른 호객꾼들처럼 야단스럽게 자기 숙소를 홍보하거나, 대폭 할인된 가격에 머물게 해주겠다고 큰소리 치지 않는 조용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먼저 다가가 그녀에게 물었다. “숙소는 어디쯤이죠? 얼마를 주면 사흘쯤 머물 수 있나요?” 예상했던 가격과 거의 일치하는 숙박료가 답으로 돌아왔다. 긴 흥정은 여행자를 지치게 하는 법이다. 게다가 성수기엔 큰 폭의 할인을 받는 게 어려운 일. 웃음으로 동의의 뜻을 전하고 뒤를 따라나섰다. 대우에서 생산된 소형차가 버스터미널 인근에 주차돼 있다. 그녀의 것이었다. “이게 당신 나라에서 만든 차일 거예요. 타세요.” 가는 길에 그녀의 단골집이라는 빵가게에 들렀다.

기자에게 따끈한 베이글 한 개를 건네며 여자가 웃었다. 눈동자가 아드리아해처럼 맑고 푸르렀다.

크로아티아는…

전유럽 연결하는 국제버스 이용
인접국 국경도 넘나들수 있어
한국인 무비자 90일간 여행가능

유럽 아드리아해 동부에 위치한 나라다.

지역에 따라 지중해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가 나타나며, 면적은 5만6천594㎢. 인구는 약 450만 명으로 수도인 자그레브에 110만 명 이상이 거주한다.

크로아티아인(90%)과 세르비아인(5%)이 다수를 이루며, 소수의 슬라브계 회교도, 헝가리인, 슬로베니아인, 이탈리아인도 살고 있다. 공식 언어는 크로아티아어. 가톨릭 신자가 전체인구의 88%에 이르며, 적은 수의 세르비아정교(4%) 신자가 있다.

 

▲ 두브로브니크 거리에서 판매되는 아기자기한 기념품.
▲ 두브로브니크 거리에서 판매되는 아기자기한 기념품.

화폐 단위는 쿠나(kn)로 1쿠나는 현재 한화로 약 171원. 매혹적인 꽃 아이리스가 국화다. 북서쪽으로는 슬로베니아, 북쪽으로는 헝가리, 동쪽으로는 세르비아, 남쪽으로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서쪽엔 `동유럽의 보석`으로 불리는 아드리아해가 빛난다.

자그레브를 가로질러 흐르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경계를 이루는 사바 강과 헝가리 국경으로 흐르는 드라바 강, 세르비아와의 경계가 되는 도나우 강의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한국의 한 케이블TV 인기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두브로브니크와 스플리트 등의 휴양지는 사파이어빛 바다와 고대 건축물이 조화를 이뤄 동양인은 물론 유럽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 서유럽 바캉스 시즌이면 두브로브니크 광장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 서유럽 바캉스 시즌이면 두브로브니크 광장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아름다운 폭포와 울창한 산림이 동화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역시 `꼭 한 번은 가봐야 할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동유럽과 서유럽 어느 나라에서도 항공편을 이용해 수도인 자그레브와 주요 관광지로 갈 수 있고, 유럽 전 지역을 연결하는 국제버스를 통해서도 인접국의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 한국인은 여행이 목적이라면 비자 없이 90일간 머물 수 있다.

현지인들은 오징어에 빵가루를 입혀 튀겨낸 `리그네`, 생선을 토마토와 함께 끓여낸 `브로데트`, 쇠고기 또는 돼지고기를 갈아 만든 크로아티아식 떡갈비 `체밥치치` 등을 즐겨 먹는다. 바다와 인접한 국가라 싱싱한 해산물 요리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해변 야외레스토랑에선 큼직한 생선 바비큐와 풍미 좋은 유럽 맥주를 즐기는 여행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류태규

국장席 기자/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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