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곤<br /><br />대백프라자갤러리·큐레이터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큐레이터

2007년 5월 한국 미술품 경매에 있어 새로운 역사가 기록되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국민화가 박수근 화백의 작품 `빨래터`가 45억2천만원이라는 경이로운 가격으로 낙찰되었기 때문이다. 1950년대 서민들의 모습을 통해 한국적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내었다는 평가와 함께 그의 예술적 가치를 엄청난 경제적 가치로 산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박수근의 산화는 진위논란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치달으며, 진실공방으로까지 이어졌다. 동일한 제목으로 제작되어진 두 점의 작품 출처와 표현기법의 상의함에서 오는 소란은 결국 `진품추정`(?)이라는 애매한 법원 판결로 일단락 되었다.

그리고 지난해 우리나라 생존 작가 중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이우환의 1978년작 `점으로부터 No. 780217`이 위작논란에 새롭게 휩싸이며 한국미술의 위상과 국내 미술시장에 대한 우려와 걱정의 시선이 교차하며 사회적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박수근과 이중섭 등 유명화가의 모든 작품을 한권의 도록에 수록하는 `전작 도록(Catalogue Raisonne)` 제작사업을 착수하겠다는 발표를 내놓으며 미술시장은 더욱 큰 혼란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미술품 양도세 적용에 이어 전작도록 제작을 둘러싼 미술시장의 정형화는 우리나라 미술계를 퇴보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국내미술품의 진위여부를 감정하는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2012년을 기준으로 10년 동안 감정의뢰를 받은 작품 5천130점 중 1천329점인 26%가 위작으로 판정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진품은 71%인 3천655점이었으며, 나머지 3%는 진위를 판단하기 힘든 작품들이었다고 밝혔다.

그중에서도 감정의뢰가 가장 많았던 천경자 화백의 경우 총 327점 중 30.3%인 99점이 위작으로 판정되었으며, 김환기 역시 262점 중 24%인 63점이 진품 아닌 위작으로 확인되었고 위작 판정비율이 가장 높았던 화가로는 이중섭이 차지해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겼다. 이중섭의 의뢰 작품 총 187점 중 58.5%인 108점이 위작으로 판정되어지면서 미술품 진위를 둘러싼 혼란은 더욱 가열되었다.

이러한 미술품 진위에 대한 혼란과 갈등은 유독 우리나라 미술시장에서만 오랜 악습처럼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규모가 큰 유럽의 미술시장의 경우 미술품 진위에 대한 논란은 의외로 적다. 미술품을 사고 팔 때는 거래를 주선하는 화랑들이 작성한 보증서가 늘 함께 따라 다니기 때문이다.

미술품이 본격적으로 거래되기 시작했던 300여년 전부터 이미 자발적으로 시행되어졌던 관행이 이제는 정례화 되고 그 과정에서 미술품이 소장된 경로가 투명하게 밝혀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행은 오늘날까지 정직하게 이어지고 있고, 미술품 거래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주는 근간이 된다.

이처럼 유럽의 선진화된 미술시장 유통구조가 결국은 유럽미술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배경이 되며, 안정된 미술시장을 통해 세계적인 화가를 배출해 내는 토양 역할을 한다.

이제 우리나라의 미술정책도 일대변혁을 가져와야 할 것이다. 미술품 유통은 등록된 화랑(gallery)을 통해서 적절한 절차와 보증서 같은 등록서류를 작성한 후 거래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소장가가 작품을 판매할 경우 보증서를 함께 첨부해 유통과정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지 않게 해주어야 할 것이며, 가급적 공인된 화랑을 통해 투명하게 거래해야 할 것이다.

명화에 대한 진실공방 이전에 미술을 통해 아름다움에 대한 진정한 자기철학을 찾기 위한 노력들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