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랜스 인수 유력
고용승계 협상 난항

▲ 8일 오전 포스코 외주파트너사 영일기업(주) 정문. 현재 이곳에는 본사 건물이 폐쇄되고 영일정비 공장만 운영되고 있다. /김명득기자

포스코 외주파트너사의 터줏대감 격인 영일기업(주)이 선강부문 조업지원 외주파트너사에 매각될 것으로 보여 35년의 역사를 마감하게 됐다.

영일기업은 지난 5일 포항제철소 외주파트너사인 (주)포트랜스와 (주)포원 2개사에 매각(인수)입찰공고를 내고 협의중에 있다. 인수 조건은 영일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을 100% 고용 승계하는 것이다. 인수 협상이 오가는 (주)포트랜스와 (주)포원은 이 부분이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는데다 까다로워서 결정에 앞서 마지막 고민이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 안팎의 전언으로는 현재 포트랜스가 영일기업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영일기업 분리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상공계는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영일기업은 그동안 연간 매출 370억원(포스코 지원금)에 관계사(영일정비) 매출까지 합하면 연간 300~400억원대의 알짜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실제, 인덕동에 직원들의 복지센터를 건립하고 죽장면에 죽장연 사무실까지 따로 마련하는 등 외주사 가운데서도 비교적 탄탄한 재력을 자랑해 왔다. 따라서 포스코외주협력회사, 그것도 회사가 일감을 수주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포스코로부터 고정 일감을 받아 일해오던 기업이 어떻게 이 지경이 됐는지에 대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그 배경을 놓고선 두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하나는 철강경기 침체로 포스코의 일감이 줄어들면서 매출이 격감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오너가 외부투자를 많이 해 경영난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주변에선 둘 다 원인으로 꼽지만 후자에 더 무게를 두는 쪽이 많다. 1985년 포항제철소 내 선강부문 조업(운송 전문)전문업체로 출발한 영일기업은, 정봉화 전 사장이 30년 넘게 흑자를 유지시켜 온 기업이고, 현 정연태 대표이사는 2014년 부친이 물러 난 후 회사를 맡았다. 앞서 영일기업은 지난 2009년 죽장면에 장류를 생산하는 죽장연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한다. 죽장면과의 인연은 포스코 외주협력회사 1사 1기업 자매결연으로 인연이 됐다. 죽장에 자주 가 주민들과 식사를 한 경영진들은 장맛이 뛰어나자, 지역특산품으로 육성시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 장 사업에 대한 투자는 그후 급속도로 진행됐다. 투입시킨 회삿돈이 대출을 포함해 대략 70억~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영일기업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시중에 나온 것은 이때를 전후해서다. 무리한 자회사 투자가 부메랑이 됐다는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고,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직원들의 임금을 2개월 정도 체임시켜 직원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 3월엔 영일기업 직원 300명 가운데 절반가량을 타 회사로 분사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노력도 거기까지였다. 이미 엎질러진 자금난은 더욱 옥죄어 왔고, 결국 두손을 들어야 했다. 반면 회사 측은 경영난의 원인으로 내부 상황을 꼽고 있다. 지난 2014년 포스코가 근무제(4조 2교대)를 전환함에 따라 신규 인원 26명을 채용한 것이 큰 타격이 됐다고 주장한다. 매출이 줄고 있음에도 직원을 신규 채용하다보니 견딜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상반된 시각이긴 하지만 포스코 외주협력사들은 영일기업을 바라보며 내부 경영 분석을 철저히 하는 등 긴축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언제 어디서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포스코도 이번 사태를 불거진 후 앞으로 외주협력회사의 외부 투자를 수시로 스크린 하는 등 감사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

한편 영일기업은 일정한 수익이 발생하고 있는 영일정비는 매각하지 않고 일단 경영권을 현 체제대로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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