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들이 “사정이 좀 어려운데….” 운만 떼어도 뭉칫돈을 집어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자원의 저주`에 빠져버렸다.
`국영 슈퍼마켓` 앞에는 밤새 줄을 서는 상인들이 있다. 끝이 안 보이는 긴 줄이다. 아침 8시 문이 열리면 `신분증 확인·지문확인`을 거쳐 입장하는데 마음대로 사지 못한다. 물건이 없기도 하지만 `1인당 2개`라는 제한 때문. 이 상인들은 국영 매장에서 물건을 떼 소매상에 넘기는데 그 가격은 10배 안팎으로 뛴다. 상점들은 약탈의 대상이다. 굶주린 시민들이 강도로 변한다. 경찰이 출동하고 총소리가 요란한데 최근 4명이 숨지고 400여명이 체포되기도 했고 전국적으로 매일 10건 안팎의 약탈·시위가 발생한다. 심지어 전 대통령의 무덤이 도굴되기도 했다.
사태의 원인은 `석유가격 폭락`이었다. 국제 석유값이 생산비 밑으로 떨어지니,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만 본다. `오일머니`가 끊어지니 빈곤이 닥친다. 이 나라에는 다국적 기업이 많은데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하니 하나 둘 문을 닫는다. 항공사들도 운항 편수를 줄이다가 `전 거두고` 돌아가버린다. 생필품 공장과 매장이 가동을 중단하니 돈은 휴지쪽에 불과하다. 석유 자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다가 그 석유가 거덜나니 하늘이 노랗다.
이번 리우올림픽에 베네수엘라는 선수 87명을 보내 은메달 하나와 동메달 2개를 겨우 건졌다. 그런데 마두로 대통령은 “선수 전원에게 아파트 한 채씩을 그냥 주겠다”고 했다. 경제는 망가져도 흥청거리던 시절의 포퓰리즘 근성은 그대로 살아 있다. 선수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차라리 밀가루 한 포씩이나 주지”.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