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주

누가 바람을 풀어놓는가

누가 바람을 불러들이는가

앵초꽃을 새로 피게 하고

목련 가지 위에 날아온 어린 새떼들의

흰 날개를 펴게 하고는

누가 불렀는지

순식간에 사라졌다

사라진 바람의 행방을 뒤좇아

꽃구름 초록강물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집은 텅 비어 있다

바람의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끊임없이 불어와서 사물을 자연을 사람을 건드리고는 흔적없이 사라진다. 시인은 이러한 바람의 존재에 대한 인식을 예민하게 접근하면서 눈에 보이듯 바람의 집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꽃을 새로 피게 하고 어린 새떼들의 죽지를 펴게 하는 바람, 꽃구름이 떠오르게 하고 초록 강물을 흐르게 하는 존재지만 언제나 바람의 집은 텅 비어 있다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