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초기 적극 나서다 찬반 갈리면 발빼는 식
두호동 마트 공전에 경륜장도 전철 답습 우려
일관성 없는 행정이 예산 낭비·주민 갈등 불러

포항시가 최근 연이어 발생한 지역 현안들에 원칙을 세우지 않은 채 무사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주민갈등을 초래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요한 현안이 진행될 시 사업내용이 외부에 퍼져나가지 않은 초기단계에서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다가도 사업이 본격화되며 여론이 찬반으로 갈라서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한 발 빼는 자세를 취해 사업이 미궁에 빠져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포항시의 일관성 없는 태도는 행정력 낭비와 행정의 신뢰도 실추, 예산 낭비, 주민간 갈등 등 수많은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우려돼 발빠른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 전임시장 추진 두호동 복합상가호텔

포항시 북구 두호동 314-8번지 일원 1만5천145㎡에 마련된 지상 16층 규모 대형건물은 건립초기 `두호동 복합상가호텔`이라는 명칭으로 추진됐다.

숙박(호텔)과 쇼핑(마트)이 함께 가능한 포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시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건물이 준공된 지난해 2월 이후 1년 반이 지난 현재까지 반쪽자리 건물로 방치되고 있다.

지난해 7월 1일 정식오픈해 포항 최고의 호텔로 우뚝 선 베스트웨스턴 포항호텔과는 달리 `이웃사촌`인 두호동 대형마트는 포항시의 개점불허로 오픈은 커녕 준비작업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지난 2013년 2월, 6월, 12월과 지난해 9월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대형마트 입점을 불허했다.

골목상권의 피해와 소비자 선택권을 놓고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가 찬반토론을 펼친 결과 참석위원 9명 중 7명이 반려의견을 냈고 중앙상가, 죽도시장 등 일부 상인회와도 끝내 상생협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속내는 이와 달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민들이 마트입점과 관련,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민민갈등으로 불거지자 포항시가 곤란한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는 것.

이는 시행사인 ㈜STS개발이 사업추진을 주저하고 있던 2011년 12월 전임시장이 직접나서 강력히 요청한 것과는 상반된 선택이었다. 결국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을 포함해 1천300억원을 투입한 ㈜STS개발은 어마어마한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 경륜매장도 `판박이` 조짐

포항 중앙상가 상인회를 중심으로 유치위원회가 구성된 경륜장 장외매장(장외경륜장)도 두호동 복합상가호텔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경륜장 유치위원회에 따르면 유치위는 지난해 8월 중앙상가 내 별밤지기 건물에 경남 창원경륜공단 포항지점을 유치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유치위는 같은해 9월 포항시 직원들과 함께 창원공단을 방문해 경륜장 운영형태 등을 직접 살펴봤다.

창원경륜공단 측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박상재 전 이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창원시 직원과 함께 포항을 방문해 유치에 따른 제반의사를 교환했다.

당시 포항시는 장외경륜장 유치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따라서 유치위는 지난 2월 29일 장외경륜장이 입점할 별밤지기 건물에 대한 건축물 용도변경 신청을 했고, 포항시는 용도변경에 따른 부설주차장 확보가 필요하다고 전달했다.

이에 유치위는 건물 인근에 주차장 부지 293㎡를 3억7천만원에 매입했고, 설계 및 용도변경을 위해 3천만원을 추가로 사용했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 허가사항에 포함돼 있지 않은 교통영향평가를 포항시가 요구하면서 유치위는 1천500만원의 교통영향평가 부담금을 지불했다.

이처럼 유치위의 발빠른 움직임과 포항시의 적극적인 태도가 결합되면서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런데 돌발변수가 발생하면서 포항시는 또다시 두호동 복합상가호텔 추진 당시 보였던 자세와 비슷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5월 30일 본지 단독보도로 유치 추진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시민단체와 종교계가 반대를 하고 나선 것이다.

보도 이후 3개월에 가까운 시간동안 찬반 양측이 기자회견,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해 격론을 펼치자 포항시는 뒤늦게 지난달 30일 공청회를 개최했지만 예상대로 이렇다 할 절충안을 찾지 못했다.

이와 관련, 지역의 한 전문가는 “중앙상가 경륜 장외매장 논란과 두호동 대형마트 입점문제는 포항시의 줏대와 일관성 없는 행정이 불러일으킨 폐해”라며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절충이나 해결 노력은 커녕 사업자에게 모든 책임을 미루는 포항시의 잘못된 행정관행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