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형 기획정책국장
▲ 이창형 기획정책국장

문:`학부모가 담임교사에게 감사의 표시로 카카오톡 기프티콘 커피쿠폰 5천원을 보내면?`

답:`직무 관련성이 있으므로 부정청탁 관계가 성립해 과태료 부과 대상`

28일부터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관련 기관과 기업 내부에서는 이 같은 모범문제 교육이 한창이다.

광범위하면서도 알쏭달쏭한 사안들을 중심으로 `Q&A 자료`가 배포되고 있다. 초등생 시험준비를 보는 듯하다. 현장에서는 우스우면서도 웃지 못할 예행연습까지 벌어졌다.

적용대상 기관들은 법 설명회를 잇달아 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법이 허용하는 선물이나 접대 범위 등이 모호해 자신도 모르게 위법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걱정이 태산이다.

특히 `공직자 등`에 포함된 공기업 임직원들은 “법에서 정한 `부정청탁의 기준`이 워낙 광범위해 여간 어려운 법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의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개별 사안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을 내리면서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격이다.

권익위는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총 248차례에 걸쳐 설명회를 열었다.

개별 사안에 대한 유권해석 의뢰도 4천500여 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80여 건이다. 통계를 잡을 수 없는 전화 유권해석까지 합치면 그 수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법이 본격 시행됐지만 관련 종사자는 물론 범 국민들의 혼란은 여전하다.

당장 공공기관 인근 식당가의 영업타격은 현실화했고 공직사회의 복지부동도 심각하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국내외적 악재가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법이 국가의 역동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또한 이 법의 즉각적인 시행에 상당한 우려를 표했지만 정치권은 `나만 빠져나가면 그만`이란 식이다. 국민들이 겪는 피해와 혼란은 안중에도 없다.

“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 `불법`을 저지르면 처벌 받아야 한다. 그러나 개인 간에 얼마 이상인 밥은 먹지 말라고 정하는 것은 난센스다”, “`악법도 법`이니 따를 수 밖에”라는 공직사회의 자조의 말이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사정당국은 당장 오늘부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다. 자신들 또한 이 법의 엄격한 적용 대상이지만 이 법의 위반행위를 놓고 실적경쟁을 벌일 것이다.

`시범케이스`로 철퇴를 가하겠다는 사정당국과 몇 개월만 몸조심하자는 보신주의가 팽배해 있는 분위기다.

1인 세트 2만9천원, 2인 세트 5만9천원 등 1인당 3만원 이하 정식 메뉴를 개발해 별도 메뉴판을 내놓고 있는 고급식당가는 차치하더라도 장사가 안돼 아우성치는 중소 음식점이 살아남을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밥 먹고 소주 한 잔 마시는 문화마저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는 김영란법, 지금`영란`이란 이름을 쓰고 있는 우리의 가족과 이웃들은 죄인이 된 듯하다. 나라경제는 나락에서 허우적대고, 북한은 핵미사일로 위협하고, 정치권은 벌써 대권을 놓고 패거리 정치 이전투구만 벌이고.

이 법의 취지에 반대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직업 윤리강령이나 민간의 자율규제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차단하고 여차하면 법률 제정으로 권력이 민간영역에 개입할 길을 터놓았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정치권은 그러나 여당이 국정감사를 보이콧 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왔다. 법 시행의 파장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기대했던 국민들로서는 국회가 역시나 늑대소년일 뿐이다. 정권말기 온갖 폭로와 억측이 난무하고 박근혜 정부는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며 `나홀로 국정`을 강행하고 있다. 호적에 잉크도 안 마른 여야 3당체제 20대 국회는 `협치`는 고사하고 `대치`에 목숨을 걸고 있다. 올 연말 정치권의 난장판을 또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로서는 어떤 부류들 때문에 김영란법이 제정될 수 밖에 없었는 지를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