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가속기연구소 전경.
▲ 포항가속기연구소 전경.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가속해 빛을 발생시키는 빛 공장이다. 원자, 분자 수준의 근원적 구조를 규명할 수 있는 장치로 단백질 같은 생체분자의 구조를 볼 수 있는 거대한 최첨단 현미경이라고 할 수 있다. 첨단과학연구와 첨단산업육성을 위한 필수 연구시설로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독자적인 기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8년 4월 포스텍(당시 포항공과대학교) 내에 포항가속기연구소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뛰어들었고 설립 6년여만인 1994년 12월 3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준공한 데 이어 마침내 `꿈의 빛`으로 불리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 시대를 열었다.

포항 방사광가속기 시운전 2개월만인
지난 6월 새 `X-선 레이저` 관측 성공
물질현상 10의 15 제곱분의 1초까지 분석
국내기업 주요장치 70%이상 국산화
국비 1천960억 절감 등 경제효과 전망
생명과학·신약개발 비약적 발전도 기대


□ 방사광가속기, 1세대에서 4세대까지

방사광가속기는 세대별로 구분되는데, 1897년 전자가 발견된 후 하전입자가 원운동을 할 때 전자파가 발생되는 현상인 싱크로트론 방사에 대한 이론이 정리됐다.

1세대 방사광가속기 시절에는 방사광이 고에너지 입자가속기의 에너지 손실의 주요원인으로 초기에는 입자가속을 저해하는 존재로 인식됐다.

이후 방사광가속기는 전자기파로써의 순수 과학과 응용기술 분야에 유용함이 인식되면서 1970년대 들어 방사광을 만들기 위한 가속기가 건설되기 시작했다. 휨 전자석에 의해 나오는 방사광을 사용하면서 많은 수의 빔라인을 가지고 이용자들이 동시에 실험이 가능한 설비가 건설되기 시작했는데 이를 2세대 방사광가속기라고 한다.

3세대 방사광가속기는 2세대 방사광가속기에 비해 에너지가 높고 전자 밀도를 높여 빔의 크기를 작게 했고 삽입장치를 저장링에 많이 설치해 적외선에서 X-선에 이르기까지 넓은 파장과 많은 양의 방사광을 발생시키고 이 방사광의 세기는 태양빛의 1억배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방사광가속기 개발에 착수했으며 현재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31기의 3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운영하고 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기존의 3세대 방사광가속기로 관찰할 수 없었던 수많은 현상들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세포의 실시간 관측, 비결정 상태의 단백질 구조 및 반응과정 실시간 분석, 초거대 분자 분석, 초고속 화학반응 과정규명 등이 있다. 특히 결정상태의 단백질만을 분석할 수 있었던 3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통해 단백질의 기작을 실시간으로 관측함으로써 생명과학분야 및 신약개발 분야에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

 

▲ 지난 5월 국내에서 열린 2016 국제가속기컨퍼런스에 참가한 국내외 가속기 연구기관 연구자들이 4세대 방사광가속기 현장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포항가속기연구소 제공
▲ 지난 5월 국내에서 열린 2016 국제가속기컨퍼런스에 참가한 국내외 가속기 연구기관 연구자들이 4세대 방사광가속기 현장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포항가속기연구소 제공

□ 국내 방사광 분야 성장 주도, 포항가속기연구소

정부는 방사광가속기를 기초·응용과학 및 산업기술 분야의 최첨단 연구에 범국가적 공동연구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1988년 4월 포스텍(당시 포항공과대학교) 내에 포항가속기연구소를 설립했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설립 6년여만인 1994년 12월 3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준공하고 약 9개월간의 시운전 과정을 거쳐 1995년 9월 이용자 제공을 개시했다.

1천500억원(국비 596억원, 포스코 904억원)의 초기건설비로 빔라인 2기를 구축한 3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지난 2012년까지 매년 1~3기씩 증설이 진행돼 현재 총 32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31기가 정상가동 중이다. 대지 65만1천48㎡에 건물 19개동 4만3천77㎡로 구성돼 있으며 선형가속기(3.0 GeV), 저장링, 빔라인, 공통지원설비(LCW, 154kV 수전설비 등) 등을 보유하고 있다.

1995년 이용자들에게 개방된 이후 최근까지 약 3만9천명이 약 1만2천개 과제를 수행해 약 4천900편의 SCI 논문을 발표, 20여년전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 방사광 연구분야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끌었다. 또한 대구테크노파크, 포항테크노파크 ㈜쎄크, ㈜LG화학과 기술 협력 체결을 통한 산업체 지원 체계 확충하고 삼성전기, ㈜유니벡, 삼성전자, 고려제강, LS전선 등 기업에 방사광을 이용한 분석기술 지원으로 기술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일조했다.

지난 2011년부터는 4천298억원(국비 4천38억원, 시·도비 26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사업비를 투자해 세계 3번째 초대형 프로젝트인 4세대 방사광가속기 건설을 추진해 지난해 말 시설 준공을 완료했으며, 지난 4~6월 1차 시운전을 거쳐 지난달부터 2차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다.

 

□ 짧은 기간에 `꿈의 빛` 이룬 4세대 방사광가속기

지난 6월 14일 새벽, 포항에 위치한 4세대 방사광가속기에서 새로운 X-선 레이저가 관측됐다.

이 레이저는 권면 위원장 등 전문가 7인으로 구성된 외부전문가검증위원회가 같은달 29일 현장을 방문해 X-선 레이저의 에너지 스펙트럼, 파장, 펄스 등 기본 성능을 검증함으로써 최초의 X-선 레이저임이 증명됐다.

이와 함께 전문가검증위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모든 장치가 성공적으로 정상 작동함을 공식 확인했다.

시운전 시작 후 자유전자레이저 발생까지 미국(LCLS)은 2년, 일본(SACLA)이 4개월이 걸린데 반해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단 2개월 만에 이를 성공하는 엄청난 성과를 올렸다.

당시 권면 위원장은 이처럼 짧은 시간에 극한의 정밀도를 요하는 0.5㎚ X-선 레이저 발생에 성공한 것으로 비춰볼 때 에너지를 서서히 올려가면서 최적화하는 2차 시운전을 잘 진행한다면 연말까지는 최종 목표하는 10GeV/0.1㎚ 파장 X-선 레이저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했다.

선형가속기인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기존 원형가속기인 3세대 방사광가속기와는 방사광 생성 원리가 전혀 다르다. 3세대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하고, 가속된 전자의 방향을 바꿔서 발생하는 강한 X-선인데 반해 4세대는 3세대와 전자들의 궤도와 주기가 정확히 일치해 레이저로 증폭돼 3세대 보다 1억배 밝은 빛을 발생시키는 X-선 레이저다.

X-선 자유전자레이저는 기존 3세대 방사광보다 1억배 밝아 물질의 미세구조를 나노단위까지 관측할 수 있으며 물질의 현상을 펨토초(10의 15 제곱 분의 1초)까지 분석할 수 있다.

720m 길이의 가속장치 전자궤도 오차를 2마이크로미터 이하로 낮추는 장치정밀도, 820m 길이의 장치를 머리카락의 절반 수준인 정렬오차 50마이크로미터 이하로 낮추는 정렬정밀도, 삽입장치 건물 내 온도를 25±0.1℃로 맞추는 온도정밀도 등의 기술적 향상이 기대된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3세대 방사광가속기와 공동활용을 통해 국비 1천957억원을 절감하는 경제적 효과와 함께 국내기업 주요장치를 70% 이상 국산화하면서 세계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 기초과학에서 응용과학까지, 다양한 분야서 활용

방사광가속기는 물리·화학 등 기초과학에서부터 반도체 개발 등 응용연구까지 고루 활용할 수 있다.

생체나 세포를 자르지 않고도 암세포 등을 생생하게 포착할 수 있다. 에이즈 증폭 차단 단백질 구조를 규명해 신약개발, 신물질, 신소재, 반도체, 마이크로 로봇제작 등 첨단과학연구와 첨단산업 육성이 가능한 필수 연구시설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간 공유를 하지 않는 최첨단 연구시설로 영국·프랑스·중국·스웨덴 등 세계 각국에서 치열한 경쟁 속에 독자 기술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오는 12월 국제 수준의 성능 검증을 위해 국내 연구진을 중심으로 X-선 레이저 활용 데모실험을 실시하고 내년부터 이용자 실험 지원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한 우수한 성과를 이른 시일 안에 이끌어내고자 중점 활용 분야를 도출해 새로운 연구를 선도하는 소수과제와 해외 석학과의 공동연구 등에 4세대 가속기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포항가속기연구소 주요 연혁

● 1988. 04 포항가속기연구소 설립
● 1994. 12 포항방사광가속기(PLS)준공
● 1995. 09 포항방사광가속기 이용자 제공 개시
● 2009. 01 방사광가속기 성능향상(PLS-II) 사업 착수
● 2010. 12 포항방사광가속기(PLS) 이용자 지원 종료
● 2011. 04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착수
● 2012. 03 PLS-II 이용자지원 재개
● 2013. 05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기공식 개최
● 2015. 02 4세대 방사광가속기 건물공사 완료 및 승인허가 취득
● 2016. 06 4세대 방사광가속기 1차 시운전 완료
● 2016. 09 현재 4세대 방사광가속기 2차 시운전 진행 중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