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銀 해외경제硏 “경쟁력 강화 차원 검토를”
업계 “합치면 또 독점 구조…오히려 경쟁력 약화”

국내 1~2위 철강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합병 시나리오가 나돌아 시끄럽다.

일부에선 일본과 중국의 거대 철강사가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앞다투어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어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합병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현대제철이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두 회사가 합치면 또 다시 독점 구조로 돌아가게 되고, 결국에는 한국 철강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리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철강산업 동향 및 경쟁력 강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소극적인 감산 전략보다는 기업 인수합병을 통한 철강산업 차원의 구조조정이 있어야 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합병하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2012년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공업이 합병하며 탄생한 신일본제철주금 사례를 언급했다. 이 회사는 합병 덕분에 지난해 말까지 2조2천억원가량 비용 절감,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거뒀다. 보고서는 “신일본제철주금처럼 포스코와 현대제철 간 통합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조강생산 능력이 6천200만t(포스코 4천200만t+현대제철 2천만t)으로 단숨에 세계 3위권으로 부상하게 된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우 바오산강철-우한강철 등이 합병해 세계 상위권 대형 업체로 거듭나면서 생산설비를 줄이기로 했다. 일본에서도 신일본제철주금이 닛산제강을 인수하면서 신일철주금, JFE홀딩스, 고베제강소 등 3강 체제로 재편된 상태다. 중국, 일본 대형 철강사들이 수급 조절에 속도를 내는 만큼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철강 공급, 제조, 물류 유통 등 밸류체인 전반의 수직적 통합이 필요하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합병에 대한 찬반 논란도 거세다.

“글로벌 시장 흐름을 볼 때 철강업은 규모의 경제가 절실한 만큼 합병이 불가피하다”와 “포스코-현대제철 합병은 철강업계 실상을 전혀 모르고 내놓은 엉뚱한 논리에 불과하다”라는 정반대 주장이 팽팽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력 산업 전체를 바라보고 구조조정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중장기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한다. 철강사 합병, 공장 폐쇄 등 인위적인 조치 대신 명확한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을 주고 민간 기업에 구조조정을 맡겨야 한다는 얘기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합병한다고 해도 양사 주력 제품이 달라 상호 보완하는 효과를 낼지도 미지수다. 단순히 덩치만 키우기 위해서라면 의미가 없다. 결국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다는 업계 자율에 맡기는 것이 해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명득기자

    김명득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