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감독권 지자체·교육청·경찰로 분산
정원 안지키고 망치 등 비상도구도 없어
학생, 기사 폭언·난폭운전 등 피해 호소

#사례1. 포항 북구의 한 사립고교생 A양은 최근 야간자율학습을 마친 뒤 통학버스에 승차하려다 망신을 당했다. 피곤함에 지쳐 깜빡 잊고 버스통학증을 챙기지 않았던 것. A양은 `매일 보는 기사아저씨에게 사정을 얘기하면 되려니`하고 생각했지만 화가 난 표정의 기사는 “어디 몰래 기어들어 오느냐? 기집애가 상습적이다”며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함을 쳤다.

#사례2. 포항 남구의 고교에 통학하는 B군(북구 두호동)은 지진이 발생한 지난 9월12일 학교의 조기 귀가 조치로 평소보다 일찍 버스에 올랐다. 하지만 목적지인 집 근처 네거리에 도착하기도 전에 낯선 장소에서 하차해 집까지 먼길을 걸어갔다. 버스기사는 천재지변에 자신도 일찍 귀가해야 한다며 여러 명의 학생들을 차에서 내리게 한 것. 귀가 후 부모님에게 얘기를 했지만 불이익만 당할 것 같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발생한 퇴직자 단체관광버스 참사를 계기로 정부가 후속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통학전세버스는 관리 감독권한이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어 안전사고와 인권침해 등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포항지역 통학버스 현황

20일 포항교육지원청의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북구 전체의 통학차량은 어린이집 426곳(513대), 유치원 86곳(194대), 학원 212곳(259대), 초등학교 20곳(38대), 중학교 4곳(13대)이며 고등학교는 현재 파악 중이다.

이 가운데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미취학 아동이 이용하는 차량은 최근 부산의 한 터널 안에서 발생한 사고를 계기로 교육청과 포항시가 안점점검 등 조치를 벌였다.

미성숙기인 아동과 청소년들의 특성상 통학차량의 안전 및 기사의 자질 문제는 사고는 물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침해 소지가 충분해 행정기관 등 사회의 철저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 이재섭 이사장(교육학 박사)은 “승객이 성인일 경우 기사에게 차량 내부의 불편 사항을 지적하고 안전운전을 위한 주의를 요구할 수 있지만 청소년들은 그렇지 못하므로 행정기관이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교 통학버스 특히 문제

심야 운행이 많은 고교 통학 전세버스는 특히 안전과 기사의 자질 등 여러 문제가 확인되고 있다.

대표적인 유형은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에게 폭언으로 상처를 주고 정해진 위치를 지키지 않은 채 학생 수가 적을 경우 한곳에 몰아서 하차시키는 횡포가 손꼽힌다.

또 주로 오후 9시께 하교하는 학생들을 정원보다 많이 승차시켜 규정을 어기는 사례도 많다.

최근 참사에도 불구하고 안전망치 등 비상도구가 여전히 없는 차량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관할 기관은 제각각이다.

주관기관은 시·군 등 지자체이다. 시군이 광역단체로부터 사업면허등록, 사업양도양수신고수리 등을 위임받아 업계에 실질적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청 교육지원담당의 업무에도 `통학차량 관리 및 교육`이 정해져 있다. 여기다 통학차량 운행 신고는 경찰이 맡고 있다.

포항시는 학생들의 불편이 이어지자 업계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포항시 대중교통과 측은 “교육청 등 유관기관과 함께 통학버스 실태 파악을 해 문제가 있으며 행정지도와 감독 등 모든 조치를 취해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어린이 통학버스 단속 건수는 모두 53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6건에 비해 109.7% 증가했다.

/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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