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주일원에서 발생한 강진(强震)과 수백여 차례의 여진으로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된 가운데 지진 빈발의 중심지인 동해안에 `국립 지진방재연구소`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을 받고 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며칠 전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부산시청에서 열린 동남권 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 동해안에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을 건의했다.

김 지사는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 확인된 만큼 지진방재를 연구하는 국책연구기관 설립이 절실하다”며 “지진 빈도가 가장 높고 원전이 집적된 경북 동해안에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지진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인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의 지진방재 연구를 위한 조직과 시설 및 예산은 비교하기조차 힘들만큼 초라하다.

일본 정부 산하에는 `지진조사연구추진본부`가 설치돼 있는데, 내년도 지진 조사연구 관련 예산 요구액이 무려 146억엔(약 1천600억원)에 달한다. 반면 한국 국민안전처의 연간 지진 관련 예산은 10억원에 불과하다. 일본에는 그 밖에도 국토지리원이 운영하는 `지진예지연락회`, 기상청이 담당하는 `지진방재대책강화지역판정회`가 있고, 국책 연구소 중엔 `방재과학기술연구소`와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등이 지진 조사 연구 및 대비를 담당한다.

민간 전문가도 많다. 일본 지진학회가 추산한 지진학 연구자는 전국적으로 1천500명에 달한다. 지진 전문가가 고작 50여 명 수준인 한국과는 비교조차 할 형편이 못 된다. 도쿄대 지진연구소를 비롯해 10여 개 대학에도 지진 연구 및 관측 조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소`가 지진과 관련한 연구를 맡고 있지만, 해저자원·광물자원과 같은 지질자원 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지진방재 연구는 `센터` 규모의 기구에서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독립된 지진 전문 국책연구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결코 무리가 없다.

최근 지진 재난으로 홍역을 치른 경북도는 지진방재 수준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달 19일 `경상북도 지진대응 5개년 종합대책`을 내놓은데 이어, 9월 27일부터 30일까지 공무원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지진대응팀`이 일본 고베를 벤치마킹하고 돌아왔다. 이와 함께 경북형 지진매뉴얼과 지진대응 안전앱 개발, 지진·해일 종합 DB구축 등 종합대책의 구체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이제 지진은 과거처럼 행운에 기댄 채 방심하고 지내도 되는 재앙이 아니다.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육상 지진 중 절반 가까이가 발생하고 있는 영남 동부 동해안에 `국립지진방재연구원`을 건립하는 일은 지극히 요긴하고 타당한 국가사업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