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아파트 분양권 최대 1천500만원 낮은 금액 거래
매물은 많고 희망자 적어
2018년까지 대규모 물량 대기
미분양 늘어날 가능성도

지난달 직장인 A씨(36·남구 문덕)는 평소 즐겨 찾던 부동산사이트를 방문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해 청약 당첨된 초곡지구의 한 아파트가 마이너스 웃돈(프리미엄)에 거래됐다는 정보를 확인하고 나서다.

그는 이미 올해 초 분양가보다 800만원을 더 주겠다는 수요자에게 분양권을 넘겼다.

A씨는 “이제 와 분양권을 팔지 못하고 오히려 웃돈을 얹어 파는 사람들을 보니 만약 갖고 있었더라면 골머리를 앓을 뻔했다”고 안도했다.

포항지역 부동산시장에 분양가보다 가격이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이 늘고 있다.

청약에 당첨되면 거액의 웃돈을 기대했던 과거와는 달리 분양권 프리미엄이 사라진 것이다.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북구 흥해읍 초곡지구의 `삼구트리니엔시티` 등 일부 신규 분양 아파트의 분양권 거래가격이 분양가와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낮은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12월 입주 예정인 `삼구트리니엔시티`의 84.98㎡ 유형은 지난달 2층과 5층 매물이 각각 2억4천190만원, 2억3천19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2층과 5층 분양가는 최대 2억5천40만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85㎡ 유형의 21층 고층은 2억5천40만원에 분양됐지만, 지난달에는 2억4천290만원에 분양권 손바뀜이 일어났다.

75㎡ 규모의 30층 매물은 2억2천200만원에서 1년 새 1천만원이 빠진 2억1천만원에 거래됐다. 웃돈이 붙어 거래된 경우도 있지만, 프리미엄이 없거나 분양가보다 최대 1천500만원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거래도 등장했다.

특히 해당 아파트는 오는 15일 2차 계약금 납부를 앞두고 이달 들어 매물이 크게 늘었다.

포항부동산 전문사이트인 디디하우스에는 지난 6일 기준 `삼구트리니엔시티` 물량이 148건으로, 지난 10월(120건) 한 달간 등록된 매물을 훨씬 웃돌았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분양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이 계약금, 중도금 부담을 줄이고자 단기간에 낮은 웃돈으로 매물을 내놓으면서 프리미엄이 적게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분양한 초곡지구의 리슈빌, 지엔하임 등도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최대 700~800만원까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구 양덕동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신규 분양권 매물은 많고 매수 희망자는 비교적 적어 좋은 동이나 호수를 골라 무피(분양가격)에 사거나 마이너스 프리미엄에 거래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침체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신규 분양시장으로 확대되면서 분양권 프리미엄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2018년까지 대규모 물량이 대기하고 있어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미분양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했다.

실제로 부동산 114가 국토교통부 미분양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시군구 가운데 경기도 용인(5천10가구), 경남 창원(4천676가구), 경기도 평택(3천134가구), 충남 천안(3천125가구)에 이어 포항(1천862가구) 순으로 미분양 물량이 많았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대구, 경북 등 최근 몇 년 동안 집값이 크게 오르고 평균 이상의 새 아파트가 과다 공급된 지역들은 올해 아파트 값이 하락하기도 했다”며 “다만 일부 수도권 지역은 미분양이 감소하고 청약열기도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전국적인 침체보다 지방 위주의 약세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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