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친구` 포항시와 해병대
(15) 해병대, 그리고 포항의 미래

▲ 서상문<br /><br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 서상문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포항과 해병대는 어미 닭과 병아리의 관계로 비유될 수 있다. `줄탁동기`과정을 거친 피붙이 같은 운명공동체다. 줄탁동기란 불교의 깨침과 득도 수단의 하나인 공안(公案) 가운데 하나다.

병아리가 알에서 부화돼 나오기 위해서는 병아리와 어미닭이 알의 안과 밖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이다. 어미닭이 밖에서 알을 쪼아주어 부화된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바깥으로 쉽게 나오도록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둘 사이에 어떤 일이든 혼자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관계를 말한다.

市·해병대 협력, 동반 성장
비행장·철도·항만 시설 등
군사전략적 입지조건 갖춰

전 세계적 신속 임무 수행
해병대의 `최강 조직` 자랑

포항시민이나 해병인이라면 이 관계를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포항은 지속적으로 변화해오고 있지만, 앞으로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철강 위주에서 탈피한 산업의 다양화는 중요한 과제이지만, 허물기보다 보존의 개념으로, 개발만능에서 벗어나 자연 생태계와 인간이 상호 공존하는 쪽이 바람직하다.

해병대도 부단히 발전적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세계 군사강국들이 추진하고 있는 21세기형 현대 해병대의 발전 방향은 정규전 이외에도 다양하고 복수의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쪽으로 가고 있는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위협의 다양화, 비대칭화, 비선형화라는 오늘날의 안보환경 하에 국가 혹은 비국가 집단들은 군사혁신을 통한 무기, 장비의 다양화 및 첨단과학화,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의 위협 증가에 대응하는데 해병대가 가장 적절한 부대로 평가되고 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전투경험을 토대로 제4세대 전쟁(The 4th Generation War)과 대반란전(counter insurgency) 교리를 정립하는 식으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미국의 해병대가 좋은 본보기다. 우리 해병대는 국가 전략기동부대로서 병력은 적지만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신속하게 병력과 장비를 투사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최강의 조직으로 평가 받고 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반도국가의 특성상 해병대는 서해-남해-동해를 잇는 U자형 전략방어 부대로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돼 실제로 그에 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해병대가 `국방 119`, `작지만 강한 군대`로 일컬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해병대의 발전 방향을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제압능력의 제고에만 국한시킬 게 아니다. 시야를 넓혀 점증하고 있는 동북아 역내 중국, 일본 등의 군사력 증강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하게 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병력이 최소 3만3천명 정도로 편제될 필요가 있다.

또 이에 걸맞게 1개 연대급에 불과한 해병의 상륙함 전력도 최소 현재 보다 3배 이상 증강돼야 한다. 이 문제는 육·해·공군 간의 병력 배분의 합리적이고 대국적인 재조정문제와 맞물려 있다. 2020년대 초 완성을 목표로 창설 중에 있는 해병항공단을 앞당겨 조기 작전 투입이 가능토록 할 것도 고려할만하다. 이는 기존 지상전 위주의 전쟁에서 해상전과 공중전의 중요성이 더해지는 현대전 추세에 부합하기 위한 자연스런 요구다. 하지만 이는 해병대 예산이 전체 국방비 예산 중 겨우 1%에 불과한 현실에서는 요원하기만 하다. 오늘날 해병대가 전국민의 사랑을 받으면서 최강의 강군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해병대의 터전인 포항시민의 애정어린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상보적인 줄탁동기 같은 공동운명체의 관계에 있는 해병대가 무너지면 포항도 무너질 뿐만 아니라 국가 전역이 무너질 수도 있다. 반대로 군사전략적 관점에서 해병대가 웅지를 틀 수 있는 입지조건으로 비행장, 철도, 항만을 다 갖추고 있는 포항만한 곳도 없다. 따라서 대지가 어머니라면 인간은 대지의 아들이듯이 어미 닭이 병아리를 보듬고 있는 형국의 운명공동체인 포항과 해병대의 미래는 지속적인 상호 신뢰와 사랑의 농도에 달려 있다. 포항시민과 해병대인이여, 서로 믿고 뜨겁게 사랑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