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제 탈출구는
④ 꿈을 짓는 바우 건축직업학교

▲ 바우 직업학교 목공·건축과정 재학생들의 실습 모습. 톱밥을 덮어 쓰고, 시멘트로 옷이 엉망진창이지만 밝은 모습으로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청년실업문제 청정(淸淨)국가 오스트리아는 일하지 않으면 각종 사회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부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청년 스스로 일을 구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체계적인 기술교육과정은 수많은 마이스터(장인)를 양성하고 있다. 법정 의무교육 9학년(우리나라 중학교 3학년)이 끝나면 진학이나 기술교육을 선택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와 달리 기술교육의 선호도가 더 높다. 기술교육 최종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마이스터에 오르면 대학졸업자들보다 더 대우받는 사회풍토가 이를 뒷받침한다. 고졸이 인정받지 못하는 우리나라와는 판이하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공동취재단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바우 건축직업학교(BAU Akademie Lehrbauhof Salzburg)를 방문해 기술교육 과정을 취재했다. 밝은 표정으로 현장실습교육을 받는 이곳 학생들을 보면서 머리를 싸매고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새벽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가엽기까지 했다.

오스트리아 학생 70%, 대학 대신 직업교육 선택
잘츠부르크 바우 건축직업학교 연방·州정부서 지원
재학생에 수당 지급… 자격증 취득때마다 올려 받아

직업훈련중 적성 맞지 않거나 다른 일 하고 싶다면
공공고용서비스 AMS 통해 타 분야로 이동 가능
다양한 고용서비스 원스톱 제공, 취업률 90% 넘어

□ 대학진학보다 기술교육 선호

오스트리아 직업교육 시스템은 유럽연합국가 중에서도 본보기로 삼는다. 단순 실습교육이 아닌 기업들과 유기적으로 연결해 산업현장의 인력 미스매치를 줄이고 있다. 기술이론교육 역시 교과과정을 세분화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고, 교육자가 필요한 수업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

대학진학률이 70.8%(2015년 기준)에 이르는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오스트리아는 70%가량이 직업교육을 받는다. 더 큰 테두리인 유럽연합 차원으로는 절반가량이 직업교육을 받는다. 유럽연합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청년실업문제가 대두하자 직업교육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젊은 인재들이 일찍부터 노동시장이 요구하는 기술을 갖춰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은 선진화된 직업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유로스타트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취업교육률은 체코가 73%로 가장 높았으며, 크로아티아(71%), 오스트리아·핀란드(각 70%), 슬로바키아(69%), 슬로베니아(67%), 네덜란드(66%) 등의 국가가 뒤를 이었다.

학생들도 직업학교를 선호한다. 직업학교에는 자신만의 집을 짓고 싶어서 기술을 배우는 학생부터 기업의 오너가 되려는 학생까지 다양한 꿈들이 자라고 있었다.

 

□ 마이스터 양성소 바우 건축직업학교

잘츠부르크 교외에 있는 바우 건축직업학교는 건설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곳이다.

이 학교는 건설협회와의 협력을 통해 운영되는 독립적인 기관으로, 교장을 비롯한 12명의 교사가 근무한다. 시간제 강사 5명도 교육을 돕고 있으며, 연간 150명 전문가가 특강을 벌인다. 학교는 연간 200만 유로 예산으로 운영된다. 학생들의 직업교육 비용은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 지원한다. 학생들은 직업교육을 받으면서 매월 일정한 비용의 수당도 받는다. 이 수당은 단계별 자격증을 취득할 때마다 높아진다. 재교육을 받는 등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

건축직업학교는 목공, 타일, 벽돌 쌓기, 땅 다지기, 건설장비 운용 등의 기술을 교육해 다양한 분야의 장인양성을 목표로 한다. 모든 건설분야에 필요한 안전교육은 물론, 기업경영이나 건설법, 효율적인 에너지 이용 등 현장과 관련된 이론 교육도 이뤄진다. 교육기간은 3년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첫 과정은 15세부터 시작한다.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합격하면 18세에 전문인력으로 인정받는다. 전문인력이 되면 선임기술자가 되기 위한 과정을 거치고 이어 정식기술자에 도전한다. 최종 목표인 마이스터 과정을 수료하고, 시험에 합격하면 기업의 러브콜이 쏟아진다. 모든 과정을 순조롭게 통과한다면 또래 대학졸업자들보다 급여수준도 높고, 사회적으로도 더 인정받는다.

바우 건축직업학교 입학생 55% 이상은 마이스터 과정을 밟는다.

올해 입학해 첫 현장교육 과정을 받는 도미닉(15) 군은 “딱딱한 교실보다는 활발한 현장이 좋고, 집을 짓는 일에 매력을 느껴 교육을 받고 있다”면서 “건설자가 꿈이기 때문에 일단 벽돌 쌓기 분야 장인이 되고, 또 다른 분야도 배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림관련 기술교육을 마치고 취업했다가 건축기술 재교육 과정을 밟고 있는 마티아스(22)씨는 “대학에 진학하면 단순히 이론교육만 받고 학위 밖에 딸 수 없다. 기술을 배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유리하다”면서 “일 때문에 노르웨이도 다녀와 봤지만, 오스트리아의 직업교육과 지원정책이 좋아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 수준 높은 공공고용서비스(AMS:Arbeits Markt Service)

오스트리아에는 건축 분야 외에도 미용과 제빵, 전기, 자동차수리, 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직업학교가 있다. 바우 건축직업학교는 물론 모든 학교들이 기업과 유기적으로 연계하며 학생들을 돕는다. 직업훈련을 받다가 적성에 맞지 않거나 다른 분야의 일이 하고 싶다면 AMS에 상담 신청을 한 뒤 다른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다. AMS는 구직자와 구인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일자리를 알선하는데, 수요자에 적합한 다양한 고용서비스를 원스톱(One-Stop)으로 제공한다. 우리나라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워크넷`과 비슷한 장치다. 그러나 취업성과를 기준으로 보면 극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사회 기본 시스템 등이 전혀 다른 오스트리아와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워크넷 취업률은 40%를 밑도는 반면 AMS는 90%를 상회한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적극적인 소통으로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돕고, 기업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취업을 도운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요한 필터바흐 교장은 “오스트리아 청년실업률이 낮은 비결은 직업교육시스템과 공공고용서비스가 잘 구축돼 있기 때문”이라면서 “다채롭고 충실한 취업교육은 고급 인력을 양성하고, 이는 노동시장의 충성도를 높여 기업의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킨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고급 인력이 취업해 기업이 성장하면 국가 경제의 안정성으로 귀결된다. 청년교육이 국가 경제로 이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청년실업 문제는 체계적인 교육시스템 부재가 원인”

인터뷰 요한 필터바흐 바우 건축직업학교 교장

요한 필터바흐<사진> 바우 건축직업학교 교장은 우수한 교육 시스템이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실마리가 된다고 강조했다.

필터바흐 교장은 “직업학교 교육과정은 6단계로 나눠져 있고 마지막은 현장 소장 개념의 마이스터다. 전문대학을 졸업하면 3단계부터 시작하는데, 이론은 바싹하지만 기술이 없다”면서 “오히려 대학을 나온 사람보다 우리학교 졸업자들이 성장이 빠르고 급여도 더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3천명 정도가 졸업하는데 모두 건축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술가가 되거나 컴퓨터 전공자가 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우리 학교는 건축관련 마이스터 과정을 받는 비율이 55%나 되고 전체 학생 중 15%가 마이스터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오스트리아는 직업학교 입학비율이 70%에 이르지만, 잘츠부르크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직업학교에 입학하는 비율이 45% 정도 된다. 예전과 비교하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자신의 적성을 살려 전문직종에 취업하려는 학생들이 많아 직업학교 진학률은 매년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서 “학교도 전문학교로 학생을 유치하고자 초등학생들을 초대해 직업교육 과정을 설명하는 등 홍보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운영과 관련해서는 “학교 내에 건설 관련 기술혁신팀과 연구팀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젝트팀을 운영하는 등 기술교육뿐만 아니라 연구활동으로 학교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면서 “이 학교를 통해 실력 있는 건설분야 전문인력을 많이 배출하고 있어 국가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많은 마이스터를 배출하는 만큼 자부심도 크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가 경쟁력을 키우려면 자라나는 청년들에 대한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청년들이 고급인력을 가진 인재로 성장하면 기업이 성장하고, 기업이 성장하면 나라 경제가 튼튼해진다. 최근 세계적으로 대두하는 청년실업문제는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의 부재가 원인이다”고 평가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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