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에 따른 국정 혼란의 와중에서도 여야와 정부가 법정 처리 시한인 2일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전북지역 정치권의 반발로 좌초 위기에 놓였던 탄소산업클러스터 사업도 경북도와 구미시의 결단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예산안 처리가 3년 연속 법정시한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이제 남은 일은 `슈퍼예산`을 바탕으로 만성화돼가고 있는 경제위기를 돌파할 길을 찾아내는 것이다.

지난 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됨으로써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1년 100조원, 참여정부 때인 2005년 200조원, 이명박정부 때인 2011년 3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박근혜정부 기간에 400조원 시대를 열게 됐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내년 예산안 기준 정부 총지출은 400조5천억원으로 당초 정부안 대비 2천억원 줄었다. 올해 예산안 기준 총지출에 비해서는 3.7%(14조1천억원) 증가한 액수다.

좌초 위기에 처해있던 탄소산업클러스터 사업도 시비의 대상이 됐던 인프라 장비 관련 예산에 대해 경북과 구미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양보하기로 결정해 돌파구를 찾았다. 당초 탄소산업 인프라인 장비 관련 예산은 경북 9종(115억7천만원), 전북 3종(22억원)을 반영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경북도와 구미시의 양보로 경북 7종, 전북 4종으로 균등 배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가 사업 자체 무산을 막기 위해 양보한데 대한 비판이 있긴 하다. 그러나 탄소산업 예산이 계속 감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측면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제 탄소산업클러스터 사업 예산은 당초 1조170억원에서 경제성이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4천500억원으로, 다시 1천800억원으로 감축됐다가 최근 950억원으로까지 대폭 감축됐다.

내년도 예산안이 타결될 수 있었던 것은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이 절반 정도씩 부담하기로 여야, 정부가 합의했기 때문이다. 내년에 국가채무는 700조원을 바라본다. 저성장·양극화·청년실업·저출산·산업경쟁력 약화·보호무역주의 등 해결해야 할 과제와 넘어야 할 도전이 쌓여있다. 돈 들어갈 데가 많은 만큼 국민의 피와 땀인 세금이 한 푼이라도 헛되게 쓰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6일 국무회의를 열고 `2017년 예산 공고안 및 배정계획`을 의결할 계획이다. 새해가 시작된 직후 예산집행이 곧바로 가능하도록 사업계획 수립 등 집행 준비를 철저히 하고 예산 및 자금배정을 신속히 실시하기로 했다. 확정된 예산안이 만성화, 고질화돼가고 있는 불경기를 종식시키는 계기가 되도록 집행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난국 속에서 나라살림, 지역살림을 맡은 공복들의 사명은 더욱 지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