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윤 한

토끼는 초식성, 사람은 잡식성이라지만

나물만 먹는 우리가 왜 잡식성이냐고

수업시간 모두들 수군거렸다

배꼽에 맴도는 허기 짓누르며

하굣길 가쁘게 언덕바지를 오르면

잘 자라서 오히려 죄스런 개망초 꽃대궁에

삶은 계란 툭 자라놓은

자잘한 계란꽃들 들판 가득 피어 있었다

하늘은 슬프도록 더 푸르렀다

문둥이 가족들 구걸을 다녀간 뒤

황달 걸린 저녁달 올려다보며

나물이 절반인 국수로 끼니를 때웠다

짚 멍석에 누워 하릴없이 별 세다가

식곤증에 쓰러져 초저녁잠에 들면

꿈속에는 개망초꽃 대신 계란꽃 대신

수천 수만 개 계란 프라이들이

너울너울 지천으로 피어나곤 했다

들녘의 밭둑이나 우리들 주변의 공한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꽃 중에 개망초 꽃이 있다. 꽃의 모양이 꼭 계란을 잘라놓은 모양이어서 계란 꽃이라 부르기도 하는 이 꽃을 보고 시인은 궁핍한 시대를 살아온 지난 세월을 떠올리고 있다. 지겹도록 가난이 지속되고 깊어지던 때에 우리 삶의 주변에 피어나 흔들리는 꽃. 서러움이 짙게 배이고 한스러움을 함께한 꽃을 보며 시인은 지난 아픔의 시간들을 뒤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