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현재 옵션 가격에 반영되어 있는 주가의 변동성은 매우 낮다. 정말 증시에 잠복된 위험이 작은 것일까? 이번 달 미국 연준(FRB)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거의 100%에 가깝다. 투자자들은 이 경우에도 주가가 하락할 위험보다는 그 이후 안도 랠리에 참여하지 못할까 봐 조바심을 내는 분위기다.

요즘 투자자들은 증시의 다다음 페이지는 보지 않는다. 어차피 예측할 수 없음을 지난 수년간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오직 다음 페이지에 무슨 내용이 있을지 확인할 뿐이다. 그만큼 단기 쏠림 현상이 강하다. 최근 불어 닥친 트럼프 열풍이 뜨겁다. 그는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을 옮겨 놓았고, 유가도 춤추게 했다.

OPEC은 최근 석유 감산 합의에 성공했다. 만일 미국 대통령으로 힐러리가 당선됐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선 견원지간인 사우디와 이란이 얌전하게 합의를 본 배경을 살펴보자. 사우디는 내년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Aramco) 상장을 앞두고 유가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한편 이란은 오바마가 풀어준 경제적 제재를 트럼프가 뒤엎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국 눈치를 봐야 했다.

트럼프는 유가를 끌어올리고 싶을까? 그는 대선 전에 미국인들이 에너지를 낮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유세했다. 그러나 유가 상승이 그에게 불편하지 않아 보인다. 고유가는 그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또 실물경제를 표방하는 트럼피즘(Trumpism)의 상징으로 보일 수도 있다. 어쨌든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점차 석유 사용을 줄여 가겠다는 힐러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유가를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트럼프가 유가를 끌어올릴 수는 있나? 그가 전기자동차 보급을 억제해도 석유 수요가 줄어드는 속도를 완화할 수 있을 뿐 늘릴 수는 없다. 더욱이 그는 세계교역 억제를 표방하고 있는데 석유 수요의 대부분은 운송수단의 연료이므로 오히려 석유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 특히 그동안 미국의 소비 및 투자를 부양해 온 두 축은 저금리와 낮은 에너지 비용인데 이미 금리가 오른 상황에서 유가까지 뛰어 오르면 소비가 급작스럽게 무너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가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여력이 얼마나 될까?

결국 트럼프의 뜻대로 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다. 고용 측면에서도 그는 힘든 싸움을 하게 될 것이다. 미국도 인구노령화로 인해 소비가 감소했다. 그 결과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됐고,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방법은 비용절감 밖에 없다. 비용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생산 자동화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못 배우고, 손기술에만 의존했던 사람들은 고용의 기회를 구조적으로 잃었다. 이것이 미국 노동자들의 경제활동참여율이 계속 떨어지는 이유이고, 이런 가운데 실업률 하락의 의미는 퇴색될 수 있다. 트럼프가 중국에서 일자리를 뺏어 와도 기계만 늘어날 뿐 고용이 의미있게 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중국의 금융기관이 흔들리고 있다. 달러강세와 함께 중국에서 자금이탈이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중국 은행들이 2010년대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급하게 다른 금융기관에서 조달했다는 것이다. 만일 개인 및 기업들의 예금을 통해 자금조달 했다면 훨씬 안정적이었을텐데 욕심이 화를 불렀다. 또한 성장을 위해 가져 온 돈이므로 위험자산에 투자했다. 형태는 대출이지만 목적물은 주식, 부동산이다. 이들 가격이 하락하며 은행들 자산도 부실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증시는 너무 맹목적으로 트럼프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트럼프는 내년 1월 12일 취임하는데 투자자들은 그 후 100일은 지켜볼 것이다. 만일 컸던 기대에 못 미치면 지금과 반대로 자금의 방향이 바뀔 것이다. 트럼프 열풍에 아직 편승하지 못한 투자자라면 이런 쏠림 현상을 따라가기 보다는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