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찬<br /><br />김천대 교수
▲ 김동찬 김천대 교수

지금은 작고한 DJ(김대중 전 대통령), 그가 대통령 퇴임을 얼마 앞두고 `현대상선의 불법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DJ는 자신의 행위가 비록 위법임에도 불구하고 국익을 위해 현대상선의 수억 달러 대북송금 수용이 불가피했다며 그때의 결정을 대통령 고유의 `통치행위`로 정의했다. DJ의 말에 국민은 동의하지 않았다. 뻔뻔한 변명으로 느꼈다.

1998년 DJ정부의 출범은 보수진영에서 진보진영으로, 영남에서 호남으로의 새로운 권력 이양이었기에 역대 어느 정권보다 국민들의 높은 기대와 지지를 받았다. 충격적인 IMF 경제 환란을 어느 정도 벗어나려는 정권 말기에 DJ의 세 아들 홍삼 트리오의 비리 종합세트와 노벨평화상을 앞둔 DJ-김정일간의 무리한 남북정상회담 주선을 위한 거액의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이 함께 봇물처럼 터지면서 힘 빠진 모습으로 DJ 정권 또한 막을 내렸다. DJ의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 이후는 어떠했나? 안타까운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어처구니 없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이 수차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국민을 행복하게 하겠다며 정권을 잡았던 박 대통령. 겉으로 볼 땐, 박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국민들을 향해 사죄의 담화를 발표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최순실의 사전 검열을 거치지 않은, 최근의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을 면밀히 살펴보면, 박 대통령의 소름돋는 정치적 `신의 한수`를 발견하게 된다.

박 대통령의 담화문을 한번 살펴보자. 우선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다. 또한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국회가 그러한 합법적인 장을 만들어 주면, 국회가 정한 일정과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권력을 이양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이 담화문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바로 “국회의 합의와 법 절차에 따른 퇴진”이다. 야권은 박 대통령이 담화문에서 명확하게 퇴임 날짜를 못 박지 않은 것에 시비를 걸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퇴임 날짜를 못 박을 이유가 없다. 박 대통령은 호락 호락한 인물이 아니다.

어느 유명 웹툰 작가의 말 처럼, `직업이 대선후보`인 쪽에서는 당장 박 대통령이 하야 선언해 주길 바라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 박 대통령이 하야를 하면 `직업이 대선후보`인 측이 아무런 노력 없이 정권을 가져가게 된다. 박 대통령이 그 점을 모를 리 없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한 나라의 미래를 좌지우지 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지금처럼 촛불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을 때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 져서는 안된다. 국민 대다수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평상심을 회복한 후에, 국가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수 있는 올바른 인물을 분석하고 따지고 충분히 살핀 이후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 지금의 국회 협상 수준으로는 합법적인 퇴임 절차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란 것을 박 대통령이 명확히 꿰뚫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번 담화문에서 자신의 임기 단축을 거론했다. 박 대통령의 약속처럼, 국회는 합법적인 퇴임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만일, 박 대통령이 요구한 합법적 퇴임 절차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국회가 존재할 이유가 사라져 버린다. 오히려 국회가 해산해야 한다. 그때는 침묵하고 있는 국민들로부터 야권과 비박계가 엄청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