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선 정비 위해 가지 치자 “미관 해친다” 문제 제기
한편에선 “간판 가린다” 꾸준히 제거 요구해 와 `혼선`
포항시, 해결책 없어 `답답`… 전문가들, 수종변경 등 조언

▲ 지난 1일 한국전력공사 포항지사가 고압선 정비 관련 공사를 진행한 뒤 해당 가로수<오른쪽>의 모습. 옆 가로수와 확연한 차이가 난다.

포항시 주요 도로변에 위치한 가로수가 미관·환경 개선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로수 위를 지나는 전선 등의 제약 및 차량과의 충돌 등을 방지한 가지치기로 순기능의 역할이 떨어지고 있고, 좁은 인도 폭 등 구조적 한계로 건물 외관을 가리는 경우도 많아 아예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한국전력공사 포항지사가 포항시가지를 관통하는 중앙로의 한켠에서 고압선 정비 관련 공사를 진행하며 가로수의 가지를 쳐내자, 이를 목격한 일부 시민들이 당장 문제를 제기했다. 바로 옆의 가로수와 비교해 해당 가로수의 가지가 확연하게 줄어들자 한전이 업무 편의상 무단으로 잘라내 미관을 해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선 것.

하지만, 한전 측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안전문제 등의 이유로 비판을 감내하면서도 가지를 쳐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전 포항지사 관계자는 “만약 가로수가 고압선을 건드리게 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가지를 쳐내는 일은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와는 반대로 가로수를 없애달라는 민원도 들끓고 있다. 포항시 곳곳에서 상인들이 중심이 돼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로 가로수의 가지를 쳐달라거나 아예 없애달라는 민원을 수년째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포항시는 기존 옛 포항역부지에서 서산터널까지 일부 구간의 가로수를 없애기도 했으나,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며 다시 원상태로 돌려달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어 `가로수` 자체가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도저도 못하고 방치된 가로수와 마찬가지로 포항시 역시 해결책 마련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가로수 자체를 없애는 것은 역기능이 더 커 현실성이 떨어지고, 전선과 통신선 등의 지중화사업이나 인도 폭의 확장으로 충분한 가로수 공간을 확보하는 일도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포항시 도시녹지과와 공원녹지사업소 등 다수 관계자는 “지중화사업은 예산이 너무 많이 소요돼 기존구간은 물론이고 새로 조성되는 택지개발 구역에도 진행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며 “다만 전선과 닿지 않게 가지치기 작업을 어느 정도 하면서도 미관을 해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가로수` 자체가 그늘막 제공과 먼지·분지·공기 정화, 미관 개선 등의 순기능이 큰 만큼 제기되는 각종 문제에 대해 당장 예산 부족을 탓하기보다는 포항시가 중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도시녹지 전문가는 “전선 등의 지중화사업이 ㎞당 평균 14억원 가량의 예산이 들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장기적으로 주변과 어울리는 수종변경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해나가는 한편, 순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효율적인 관리를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준혁기자

    전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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