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대권주자 릴레이 분석
(1)유승민 의원

2017년 새해 정치권의 시선은 온통 조기대선 성사 여부에 쏠리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 탄핵 심판에 속도를 내자 정치권에선 3월 조기 대선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헌재가 1월 말에 탄핵을 인용하면 60일 후 바로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바람 선거`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여야 모두 대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까닭이다.

이런 가운데 26년 만에 보수진영인 새누리당이 분열되면서 4당 체제로 정계개편이 시작됐다. 대선을 앞둔 정계 빅뱅의 시작이다. 경북매일신문은 2017년 대선 정국을 맞이해 대구·경북 대선 주자들에 대한 분석을 싣는다. 첫회로는 대구·경북 내 대표적 잠룡으로 거론된 데 이어, 최근 새누리당을 탈당해 개혁보수신당에 몸을 담은 유승민 의원의 대선경쟁력을 살펴봤다.

원내대표시절 박 대통령과 충돌 후 대선후보 급부상

직설적 화법으로 오해 받고 친화력 부족 지적 받아

따뜻한 보수의 개혁 실체 보여줘야 `대망론` 가능성

“유승민 의원이 대통령 후보로서 어떤가?”

기자의 질문에 정치권 인사들의 대답 중 하나는 “집안이 좋다”였다. 하지만 그 이상의 대화는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유 의원 집안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막상 그가 `대통령 후보로서는 어떨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제 출발선에 섰다”며 말을 아꼈다.

◇아버지로부터 현실정치 배운 유승민

사실 유 의원은 남들보다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유 의원의 아버지는 판사 출신의 변호사, 그의 형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유 의원 역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로 유학길에 올랐다. 1987년 한국으로 돌아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됐다. 이를 계기로 그는 경제학자로 살았고, 정치권에 몸 담은 뒤로는 `경제통`으로 불렸다.

특히, 유 의원의 정치 입문 배경에는 아버지 유수호 전 의원(1988년과 1992년 총선에 대구 중구에 출마해 당선)의 영향이 컸다. 유 의원은 틈틈이 아버지의 선거를 도왔고, 유 의원을 비롯한 친척들이 총동원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유 의원은 자연스럽게 현실정치를 배우게 됐다. 이로 인해 유 의원에 따라붙는 꼬리표 중 하나가 `2세 정치인`이다. 또 일부에선 `금수저`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유 의원을 비판하는 세력들의 공격 소재가 됐다. 유 의원이 친박 지도부 사퇴론을 주장했을 때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는 “탯줄 잘 묻어서 좋은 곳에 태어나 정말 그렇게 4선도 하고…”라고 쏘아붙였다. 또 다른 친박계 인사들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랐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유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은 “어릴 때 가난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부유하지도 않았다”며 “다른 2세 정치인은 낙하산이지만 유 의원은 정치경력을 쌓은 뒤 비례를 받았고, 1년 만에 금배지 떼고 당락이 불투명한 보궐선거에 투입돼 사투를 벌인 끝에 당선됐다”고 항변했다.

◇실패로 끝난 보수개혁, 그러나 대권주자로 우뚝 서다

그는 대표적인 개혁적 보수주의자로 통한다.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2007년 대선 경선 패배 이후 유 의원은 `참모 유승민`에서 개혁적 보수주의자 `정치인 유승민`으로 변했다”고 말한다.

실제 유 의원은 2011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돼서 용감한 개혁을 하겠다”며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 슬로건을 내세워 최고위원직을 얻었다.

이를 입증하듯 그는 원내대표 자격의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2012년 새누리당 대선공약집 속 134.5조 원의 공약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며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설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야당의원들로부터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명연설”이라고 찬사를 받았다. 이 여파로 여전히 야권 내에서는 “유 의원이 가장 대선 경쟁력이 있고, 파괴력이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으며 야당 내에 이른바 `유빠`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보수개혁은 또 다시 물 건너갔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뒤 유 의원을 배신자로 지목,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빛을 발했다. 여야 의원들은 “원내대표 시절 현재 권력인 박 대통령과 충돌한 것이 대선주자로 우뚝 서게 된 계기”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박 대통령이 유 의원을 대권주자 반열에 올려놨다는 게 대다수의 평가다.

유 의원은 원내대표 사퇴 기자회견 당시 “평소 같았으면 진작 내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까지 던지지 않았던 것은 지키고 싶었던 가치(법·원칙·정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정치 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가 대선 후보 반열에 오른 데는 현직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행보는 “자기소신이 강한 유 의원의 스타일 때문”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유 의원은 과거 박근혜 대표 시절, `박근혜 비서실장` 제의를 받고선 거절했다. 세 번 만에 제의를 받아들이면서도 그는 `비서실장을 해도 할 말은 다 해도 되겠느냐`는 조건을 달고, 비서실장을 맡았다. 그만큼 꼿꼿한 성품과 직설적 화법이 유 의원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이러한 유 의원의 성품에 대해 “까칠할 정도로 자기소신이 강하다”며 “자기소신 때문에 현직 대통령과 맞붙을 수 있었던 것이고, 그 덕에 그가 대선 후보로 급부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앞서 언급한 원내대표 사퇴 당시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을 거론했던 유 의원은 새누리당이 공천발표를 미루며 막다른 길에 다다르자 또 다시 헌법 1조 2항을 강조하며 탈당을 선택했다.

탈당할 당시 유 의원은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헌법 1조 2항을 언급한 뒤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 없다. 제가 두려운 것은 오로지 국민뿐이고 제가 믿는 것도 국민의 정의로운 마음 뿐”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유 의원을 알지 못했던 국민들에게 “유승민”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유승민을 둘러싼 오해들

유 의원의 이 같은 성격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직설적인 화법으로 인해 많은 오해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구·경북 지역 내에서도 “유 의원은 친화력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구·경북 내 유일한 대권주자인 유 의원이 대구·경북 세력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탈당하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혹자는 개혁보수신당 창당 과정에서 나경원 의원이 탈당을 보류했던 상황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나 의원이 유보 결정을 내린 것은 이른바 `유승민표` 정강정책 때문이었다.

사실 유 의원은 안보는 보수, 경제는 개혁을 강조하며 두 번이나 실패했던 보수혁신을 외치고 있다. 유 의원은 “신당은 기존 새누리당과 달라야 한다. 나는 안보는 친박보다 더 보수다”면서도 “다만 경제·복지·노동·교육 부문은 기존 새누리당보다 더 개혁적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중도층을 끌어안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주장에 개혁보수신당 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아니다. 개혁보수신당이 당의 노선을 결정할 정강·정책 수립을 하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 의원을 비롯한 경제통 의원들이 재벌 개혁 등에서 `좌클릭`을 지향하는 반면, 이에 동의하지 않는 보수적 색채의 의원들 숫자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 의원이 탈당 공식 선언 첫날인 12월 27일, 갑자기 탈당을 보류한 것도 이러한 노선 갈등과 무관치 않다.

일련의 과정을 봤을 때 정치권 인사들은 “유 의원이 좀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정치권 안팎에서 “유 의원이 조금만 유연해진다면 개혁보수신당이 잘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 역시 그냥 넘길 사안은 아닌 듯하다.

◇대권도전하려는 유승민

더구나 그는 지금 개혁보수신당이란 옷을 입고 대권에 도전하려고 한다. 유 의원은 `대선 출마 선언을 준비 중인가`라는 질문에 “언제 어떻게 할지 마지막 고민 중이다.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은 지금까지 원내대표 사퇴 및 탈당과정에서 보여줬던 정치인 유승민의 소신과는 차원이 다른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과거 유 의원의 한 측근이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서 자신을 위해 살신성인한 유승민에겐 아무런 일도 맡기지 않았고, 오히려 공천에서 탈락시키려는 시도도 있었다”며 “황제가 보기엔 노예들끼리의 싸움은 별 관심 없고 의미 없는 일이다. 노예 중에서도 `입안의 혀`처럼 굴고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노예만을 별생각 없이 쓰는 것”이라는 발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유승민이라는 대권주자는 개혁보수신당으로선 분명 괜찮은 카드다. 그가 보수의 아이콘으로 등장해 보수 개혁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당 관계자들이 대권후보로서의 평가를 유보하는 까닭은 현재 권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대권후보로 주가가 상승했지만 정작 실세들의 핍박으로 인해 보수개혁의 실체를 보여주지 못했고, 유 의원에 대한 부정적 요소도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제는 그가 부정적인 부분을 보완하고, 보수개혁 실체를 보여줘야 할 때다. 그래야만 유승민 대망론이 실현될 수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