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대권주자 릴레이 분석
(2)김부겸 의원

2017년 정치권의 시선은 온통 조기대선 성사 여부에 쏠리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인용에 따라 대선의 시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헌재가 1월 말 탄핵을 인용한다면, 4월 `벚꽃 대선`이 현실화 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바람 선거`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여야 모두 대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까닭이다. 이런 가운데 26년 만에 보수진영인 새누리당이 분열되면서 4당 체제로 정계개편이 시작됐다. 대선을 앞둔 정계 빅뱅의 시작이다. 경북매일신문은 2017년 대선 정국을 맞이해 대구·경북 대선 주자들에 대한 분석을 싣는다. 유승민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의 대선경쟁력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보수텃밭 대구서 `무모한 도전` 4년 5개월만 결실
인간적인 신뢰감·공존과 통합의 철학 등도 강점
타 주자들과 이미지 차별성 없어 지지율은 답보

◇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 `한나라당 출신`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출신이다. 과거 한겨레민주당에 입당해 꼬마민주당과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를 거치며 한나라당에서 처음 금배지를 달았다. 그럼에도 그는 2003년 한나라당이 추진했던 대북송금특별검사법에 유일하게 반대했고, 당시 당내 의원들은 “평양에서 고맙다고 전화 받았느냐”고 비판했다.

결국 김 의원은 2003년 이우재, 이부영, 김영춘, 안영근 전 의원 등과 함께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당시 이들을 이른바 `독수리 5형제`라고 불렀다. 이후 민주당 탈당 의원들과 함께 열린우리당 창당에 합류하면서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에 몸을 담았다.

하지만 김 의원에게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김 의원이 정치적으로 성장하려 할 때마다 당내에서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며 늘 외면했다. 실제로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했지만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벽을 넘지 못했고, 손학규 전 대표가 당대표를 역임하던 시절 유력한 사무총장 출신으로 거론됐으나 당내에서 “한나라당 출신이 당을 장악한다”는 비판 때문에 배제됐다.

결국 그는 안방과도 같았던 군포를 떠나 대구에서 제2의 정치인생을 이어나가고자 했다. 지역주의·기득권 타파와 함께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승부수였던 것이다. 당시 김 의원의 당선 여부에 대해 대부분은 부정적이었다. “보수의 텃밭이다”, “겉으론 김 의원을 지지해줄지 몰라도 투표장에 가서는 새누리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는 현실적 얘기를 꺼냈다. 또 “의도가 있는 정치적 행보”라며 대권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쇼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다.

◇ 지역주의 타파 상징으로 우뚝 선 김부겸

하지만 김 의원의 무모한 도전은 4년 5개월 만에 그 결실을 맺었다. 야당 출신으로 31년 만에, 그것도 대구의 심장부라 불리는 `수성갑`에서 새누리당 잠룡 중 하나였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이는 김부겸이라는 정치인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당내에서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말이 쏙 들어가게 됐다. 대외적으로는 정치적 위상이 수직상승해, 대권주자로까지 급부상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중진의원실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 대권주자였던 김 전 지사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했다는 점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보수의 텃밭인 대구지역이 그를 선택했다는 것은 지역주의로 인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말라는 것과도 같다. 이는 곧 지역주의의 벽, 기득권의 벽을 넘었을 뿐만 아니라 영호남 화합의 정신으로 유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가 만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링 위에 오른다면 여권은 굉장히 긴장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지역주의 타파`에 대한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당내의 조직력이 약하기 때문에 본선까지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 예측한다. 실제 `문재인 대세론`에 이어 당내에는 친문세력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이에 반해 김 의원을 따르는 동료의원들이 없을 뿐 아니라 세력화할 수 있는 조직이 없다는 평가가 즐비하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경북매일과 가진 인터뷰에서 “10년 이상 나와 함께 해 온 동지 같은 선후배들이 있다. 풍찬노숙을 같이 해왔다”며 “질적으로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이러한 동지들을 초석으로 한 조직이 나름 전국적으로 건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조기 대선이 되는 바람에 시간이 부족할 따름이다. 그래서 지금 문재인 전 대표 외에는 모든 대선 주자들의 조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김 의원만이 가진 강점은

그렇다면 김 의원의 대선 경쟁력은 뭘까.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대구의 심장부라 불리는 수성갑에서 그를 선택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정가는 입을 모으고 있다. 호남과 수도권을 지지 기반으로 둔 민주당 소속으로 보수의 텃밭인 대구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은 김 의원만의 최대 강점이다. 특히 김 의원이 호남을 등에 업는다면 `제2의 노무현 효과`를 다시 한 번 일으킬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관계자들은 김 의원을 “신선하다”,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1년 대선 후보 전국 순회 경선 때 광주·전남 지역에서 1위로 치고 올라와 이인제 후보를 따돌릴 수 있었다. 호남이 영남후보를 내세워 대선 경쟁력을 높였던 대표적인 결과였다. 이는 비주류였던 노 전 대통령이 대권 후보로 당을 접수한 케이스”라며 “김 의원도 호남과 수도권을 기반으로 한 지역에서 지지를 받는다면 대권 후보로서의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도 “대구·경북에서 30여년 만에 당선된 민주당 의원”이라며 “가장 열악한 곳에서 당선된 만큼, 민주당의 누구도 가져올 수 없는 표를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예선만 통과하면 본선에서는 가장 경쟁력이 있는 후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두 번째, `인간적인 신뢰감`이 강점이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넉살 좋다고 말한다. 특히 너무나도 진지하게 타인의 말을 듣고,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폄하의 발언을 삼가할 뿐 아니라 새누리당은 물론 개혁보수신당(가칭) 국회의원들과도 매우 깊은 신뢰감을 구축해왔다. 이런 점이 대구 시민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또 19대 총선과 2014년 대구시장, 20대 총선까지 세 번에 걸쳐 대구에서 도전해, 지역주민들로부터 `뚝심 있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혹자는 이 도전이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높였다”고 평가한다.

김 의원 스스로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는 “정치인의 책임윤리를 가장 중시한다. 책임질 수 있는 만큼만 말을 하고자 한다”며 “남을 속이지도, 거짓말도, 배신도 안했다. 이념과 노선을 떠나 손해 볼 때는 손해도 봤고, 내려놓아야 할 때 내려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못 생겼지만 질박한 뚝배기에 식탁의 메인 요리인 탕이나 찌개를 끓이듯이 김부겸이란 정치인이 화끈하고 섹시하지는 않지만 그 질박하고 순수한 인간미에 언젠가는 정을 주시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공존과 통합의 철학 역시 김 의원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 정치권은 새누리당 VS 바른정당, 민주당 VS 국민의당으로 갈려 협치는 실종된 상태다.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각 계파간의 갈등이 난무하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친문 대 비문 간의 계파갈등이 한창인 가운데 통합의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다. 특히 김부겸 카드는 대구·경북 지지층 약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당 내외적으로 새로운 정치적 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는 김 의원에게 유리한 대목이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이 상처를 누군가는 한 번 기우고 치유해야 한다”며 “지난 30년 정치 여정을 일관되게 상생과 공존을 추구해왔다”며 “언젠가는 나의 장점이 한국 정치를 위해 필요한 때가 올 것으로 믿는다”고 자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는 부산·경남 지역을 가져와서 집권하는 데 한 번 성공했다. 그러나 18대 대선에서는 먹하지 않았다”며 “이번 19대 대선에선 대구·경북지역에 표를 가진 김 의원이 본선 후보로 오른다면 정권교체를 확실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많다”고 강조했다.

◇ 극복해야 할 과제는…

그런데 김 의원의 업그레이드된 경쟁력도 아직까지는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먼저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반면, 김 의원은 이재명 성남시장,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에게조차 밀렸다.

게다가 대구·경북 내에서 지역기반이 공고한 것도 아니다. 경북매일신문이 지난해 12월 30일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폴스미스에 의뢰해 경북도민 1천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진보진영 대선 후보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3.2%를 기록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이 10.8%로 나타났다. 이외에 김 의원이 9%,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8.1%, 안희정 충남지사 5.2%,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5.1%, 박원순 서울시장 2.9% 순이었다. 특히 지역주의 타파라는 상징성 외에는 다른 대선주자들과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의 볼모지인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정치인지만 개헌론 등에서는 별다른 색깔을 보이지 못했다. 그저 국민들은 “김 의원도 개헌파”라는 정도로 생각할 뿐 이슈를 끌고 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민주당 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민주당 텃밭인 호남지역의 지지도 역시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주당 지지층이 김 의원이 아닌 문 전 대표 등을 지지하면 김 의원은 본선 후보로 링 위에 오르기조차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은 본격적으로 호남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달빛동맹` 전략을 구사한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대구와 광주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지역총생산(GRDP) 꼴찌와 꼴찌에서 두 번째라는 경제적 낙후다. 두 번째는 지난 30년 간 내내 한 당만 밀어오다가 지난 20대에서 처음으로 광주는 완전히, 대구는 일부 지지 정당을 바꾸었다”며 “나는 대구에서 민주당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에 정치적 지역주의와 경제적 낙후를 공유하는 대구와 광주의 속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구·경북과 광주호남이 손잡고 지방경제를 일으키고, 산업화 민주화 세력이 다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보자는 호소를 할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달빛동맹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구·경북 주민들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김 의원은 “그냥 외면할 수도, 버릴 수도 있었던 저, 김부겸을 여러분이 돌아봐주셨고, 일으켜 세워주셨다”며 “저에게 대구·경북민이 힘을 좀 실어 달라. 여러분이 한 번 밀어주시면 대한민국을 한 번 새로 바꾸는 일을 하고 싶다”며 “열심히 그리고 겸허하게 앞만 보고 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형남기자

    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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