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업이 무너지면서 실업자가 쏟아진다. 외환위기 직후 무렵인 1998년에 149만명, 1999년에 137만명의 실업자가 생겼는데, 전문가들은 “올해 고용사정이 더 나빠져 2년 연속 실업자 100만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 한다. 제조업이 활기를 잃어가기 때문이다. 정부는 쉬운대로 공공부문 고용을 늘릴 생각이지만, “공무원을 많이 뽑아놓으면 쓸데 없는 간섭이나 하고 공기업들은 하는 일도 별로 없이 방만경영이나 한다”란 비판의 소리도 나온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요즘 열심히 국회에 다닌다. 노동개혁 4법 처리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을 설득하고, 4개 노동법 중 근로기준법 하나라도 좀 처리해 달라고 통사정을 한다. 개정안의 핵심은 주당 근무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고, 초과 연장 근로를 허용하는 특례 업종의 수를 현행 26개에서 10개로 축소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향후 5년간 최대 15만 개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연장·휴일 근무 규정이 따로 없어서 노사 간 소송이 줄을 잇는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신규 직원을 채용할 여력이 생기는데, 그동안 기득권자들의 이기심에 법개정이 막혔다.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OECD국가 중 제일 길다. 일할 기회를 나누고 세계 각국들과 균형을 맞춘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노·사·정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따라서 야당 노동운동가 출신 의원들도 다소 유화적 자세를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그러나 노조들이 “노동시간이 줄면 임금도 깎일 것이다. 정부가 우리들 일거리를 뺏으려 한다”면서 반대를 하면, 야당 의원들은 그 `표`가 두려울 것이다.

고용절벽시대를 맞으면서 근로자들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건설현장에 한국인 노동자를 보기 어렵다고 한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학전리 건설현장에는 300~350 여명의 외국인 인부들이 일하고 있는데 한국인은 관리자나 현장반장 뿐이다. 한국 근로자들은 3D업종을 기피하기도 하지만, 업체측에서 한국인을 꺼린다.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면서 임금은 더 올려달라고 불평을 하기 때문이라 한다. 그러나 중국, 베트남, 몽골, 필리핀 등에서 온 근로자들은 전혀 임금에 대한 불평이 없고, 시키는 일을 군소리 없이 잘 해낸다는 것이다. 일감들이 대체로 단순노동이지만, 오래 일한 외국 근로자들 중에는 전문기술을 익힌 사람도 많아서 임금도 높고 안정적 일자리를 확보하고 있으니 위협적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를 줄이면, 중소기업을 선호하는 청년들도 늘어날 것이다. 무엇보다 눈높이를 낮춰서 `귀족 근로자 의식`을 버리는 일이 급선무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고,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격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