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석 현

뚜껑 잃은 수성팬 한 자루

책상 위에 홀로 누워

피가 마르고 있네

늘 곁에 있었기에

느끼지 못했던 당신의

부재(不在)

살면서 못다 한 말

전부 하고 가려는 듯

수많은 사연

허공에 날려보내고 있네

죽음으로 이별한 사람의 부재는 그 자리가 크고 깊게 비어 있다. 시인은 뚜껑 잃은 수성팬 한 자루가 마르고 있음을 모티브로 해서 망자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생전에 못다한 말을 허공에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늘 가까이 있어서 못다한 사랑을 가슴 치며 바람 속에 얹어놓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