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말 많았던 트럼프가 드디어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악의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조차 그들이 민주당 의원들을 싫어하는 만큼 트럼프를 거북해 하고 있다. 즉 그의 공약들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먼저 그의 정책은 모순된 것이 많다. 대대적인 재정지출 및 세금감면의 재원을 대외 무역적자 축소로 충당하겠다는 생각이지만 미국이 경기를 부양하면 달러강세가 불가피한데 어떻게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겠는가.

트럼프의 주장 중 설득력 있는 부분은 세계가 한데 뒤엉킨 것(too big to fail)에서 오는 게으름에서 벗어나 각자도생의 길로 가면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거기서 생산성과 경쟁력이 생성된다는 주장이다. 그것이 가장 미국스러운 모델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그는 브렉시트(Brexit)를 지지한다.

그러나 그의 정책은 이러한 그의 주장과 배치된다. 현재 미국은 실업률이 5%를 밑도는 등 완전고용 상태이고, 아웃풋 갭(output gap)도 거의 없다. 즉 미국 내 모든 생산자원이 거의 완전 가동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왜 재정지출을 공격적으로 해야 하는지 설득력이 없다. 과도한 재정지출은 민간의 투자를 대체(crowd-out)하거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부분일 것이다.

현대차의 예를 들어보자. 현대차의 품질은 2005년부터 크게 개선됐다. 그 전에도 현대차의 실력이 좋아졌지만 차의 하부구조(platform)가 남의 것이었기 때문에 개선 내용을 반영시키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2005년 출시된 `NF소나타`부터 현대차가 처음부터 끝까지 디자인했기 때문에 품질이 점프했다. 그 당시 정몽구 회장은 “이제 품질이 좋아졌으니 제 값을 받자”고 했다. 옳은 판단이었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라도 그래야 했다. 그 결과 5~6%정도였던 영업이익률은 13%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그 이후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생산원가가 함께 따라 올라오는 것이었다. 현대차도, 그리고 부품생산업체들도 느슨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영업이익률은 7%대로 되돌아 왔다.

트럼프의 공약이 수포로 돌아가면 증시는 어떻게 될까? 그의 당선 이전 상황을 회고해 보자. 첫째, 저성장으로 인해 금리가 낮았었다. 물론 금리가 예전처럼 과도하게 하락하지는 않겠지만 하향안정화 될 것이다. 둘째, 위험 프리미엄이 낮아졌다. 위험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위험에 대해 관대해 졌다는 것이다. 길게 보면 위험자산 가격에 거품이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먼저 각국 중앙은행이 자산의 규모를 줄이지 않았다. 즉 돈이 여전히 많이 풀려있고, 그 돈들이 실물자산에 투자되지 못해 금융자산을 따라 다닌다. 반면 은퇴한 사람들은 여생을 위해 금융자산을 살 수밖에 없다. 특히 채권금리가 너무 낮아져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수익률을 얻기 위해서는 일정수준의 위험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첫째, 주가가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고, 투자자들이 위험에 대해 관대해지는 것이 주식에 우호적인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트럼프가 만들어 놓은 거품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일정 부분은 제거될 것이다.

둘째, 모든 주식에 가격 거품이 일괄적으로 붙지는 않을 것이고, 투자자들이 원하는 꾸준한 배당과 이익이 안정적으로 확보된 주식의 선호도가 더욱 상승할 것이다(clientele effect). 이제 가치주의 개념도 변할 것이다. 예전에는 주가 하락 폭이 크거나 청산가치 대비 주가가 낮아 보이는 주식을 가치주로 여겼는데 이는 주가가 정상수준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그래야 비로소 싸다는 것이 입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에서 그렇게 보증할 수 없다. 따라서 진입장벽이 높고,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적은 주식이 진정한 가치주이고, 앞으로 선호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