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씨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냈고, 현재 `문재인 캠프`에서 외교·안보를 자문하는 공동위원장이다. 과거 그는 열렬한 햇볕정책 지지자였다. 당시 상황에서 그럴 수 있겠다 이해도 되지만, 석연찮은 발언도 많았다.

2004년 “김정일 위원장이 핵이라는 무모한 선택을 할 사람이 아니다” 했으나 김정일은 2년 후 핵실험을 했다. 2015년 북이 목함지뢰를 몰래 묻어 우리 장병 두 사람이 발목을 잃었을 때도 그는 북을 성토하지 않고 우리 정부를 탓하며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일종의 돌려차기”라 했다.

이번 김정은이 이복형을 독살한 사건에 대해서도 그의 패륜과 잔인성을 비난하는 대신 “권력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옹호했다. 정치사에 정적 암살은 늘 있어왔는데, 크게 비난받을 일이냐는 투였다. 조선조 태종 이방원이 두 차례나 `왕자의 난`을 일으켜 형제를 죽인 일이나, 당태종 이세민이 부형을 살해하고 정권을 잡은 일 등등 세계사에는 `친인척 살육의 사례`는 많다.

그러나 세계사는 이를 “정치사의 불행”이라 했지 “정당하다”하지는 않았다.

“지금 김정은을 옹호하는 사람은 정세현 혼자뿐일 것”이란 말이 나돈다. 장성택을 극악 잔인하게 죽였고, 박수를 건성으로 친다고, 연설 중 졸았다고, 도무지 이유가 되지 않는 이유로 측근을 처형하는 그런 비정상적인 정신상태를 보이는 자가 이번에는 이복형을 죽였다. 그 암살계획은 오래전부터 세워져 있었다고 하니, “살려달라”는 애원도 무시한 채 “말을 함부로 한다”는 이유로 끝내 죽이고 말았다. 이것이 변명·옹호할 대상인가.

비정상적인 정신을 가진 자가 핵무기를 가졌고, 국제사회는 바로 이 점을 우려해서 `정권교체`를 운위하고, `암살`까지 거론하는 지경이다. 유엔은 김정은의 공포정치와 인권말살정치를 해결해보려고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왔고, 유화적 방법은 효과가 없으니 남은 것은 강압적·극단적 수단 뿐이라는 판단에 이르렀다.

그러나 정 공동위원장은 `햇볕정책 시절의 생각`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다. 왜 그럴까? 의리인가, 이념인가, 아니면 약점이라도 단단히 잡힌 것인가. 북한의 `약점 잡기 수법`은 이미 악명이 높지 않은가.

문재인 대선 주자의 안보관은 그 측근의 안보관과 불가피하게 연관을 짓게된다. 문 후보의 안보관이 집중 공격을 받는 이유다. “정말 적절하지 않은 표현” “북한 비위 맞추기나 하려는 것이 아닌지”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문 후보는 “용서받을 수 없는 패륜적인 범죄행위이고 인류가 함께 규탄해야 할 테러 범죄행위라는 것은 나와 민주당의 단호한 입장”이라 했지만 그것이 진정한 `속마음`인지, `응급처치`인지, 앞으로 더 검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