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학기말이 되면 각 대학마다 퇴임하는 교수님들의 은퇴식과 명예교수 추대식으로 분주하다. 흩어졌던 제자들이 모여들고, 자서전을 쓰시는 분들도 있고 또 제2의 삶을 출발하는 교수들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한다.

지난주 수요일 포스텍에선 올 봄에 은퇴하는 여러 명의 교수님들에 대한 명예교수 수여식에 이어 저녁에는 퇴임하는 교수별로 별도의 은퇴식이 학과별로 열렸다.

은퇴식에는 가족, 친지, 동료교수, 제자들이 참석해 그동안의 노고와 새로운 출발을 축하했다. 꽃다발이 쌓이고 사진을 찍고 회고담과 흥겨운 저녁식사 등 새 출발을 하는 교수님들에 대한 축하의 `무드`가 가득했다. 그런데 그런 중에서 한 원로교수의 은퇴식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그 교수님의 은퇴식에 초대된 손님들의 구성이 특이했기 때문이다.

보통 은퇴식의 초대 손님은 가족, 친지, 동료교수, 제자들이 주를 이룬다. 가끔 친한 대학 직원을 초청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그런데 이 원로교수의 은퇴식에는 대학의 환경미화원, 근로직 복지회 직원 등 일반적으로 교수 은퇴식에 초대되지 않는 분들이 여러 명 초대 되어 눈길을 끌었다. 일반 직원들도 그 숫자가 꽤 많았다.

초대 뿐만 아니라, 좌석 배치도 이런 분들과 교수 및 일반 직원들이 함께 어울려 앉도록 한 것도 매우 이채로웠다. 어색한 분위기를 감내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정겨웠다. 그리고 은퇴식 다음날 학교게시판에는 이러한 글이 올라왔다.

“지난 2월 00일, 연지 식당에서 000 교수님 퇴임 행사가 있었습니다. 저는 교수님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건전한 생각을 갖고 사회 문제에 책임지려는 모습이나, 학생들에게 자상한 가르침, 어려운 처지의 노동자들을 위한 따뜻한 말씀과 배려하는 모습을 여러 번 봤습니다. 참스승이라고 생각합니다. 멀리 가시더라도 원하시는 일 계속하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그제야 여러 사람들은 그 원로교수의 숨은 선행을 알게 되었다.

명절 때나, 특별한 날이면 수시로 어려운 분들을 도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모두 익명으로 처리해 달라고 부탁하셨다는 것도 알게 됐다. 같은 과 교수들은 물론 친한 교수들도 잘 몰랐다고 한다. 심지어 가족들이나 친지들도 잘 몰랐던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교수님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아주 검소한 삶을 꾸려가기로 유명하신 분이었다. 장을 볼 때도 저렴한 것만 골랐고, 차도 낡은 차를 몰고 다니시는 그런 삶 속에서 남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았기에 그날의 모습은 감동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모두 유능한 교수가 되고자 한다. 유능한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지식을 가지고 잘 가르치고, 연구를 잘해야 한다. 또 보직자나 총장이 되는 것도 유능한 교수의 목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 한 가지 더 보탠다면 교수들도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인데,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초기 로마 사회에서는 사회 고위층의 공공봉사와 기부·헌납 등의 전통이 강했고, 이런 행위는 의무인 동시에 명예로 인식되면서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그런 전통과 의무를 강조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교수 사회뿐 아니라 사회 지도층에 좀 더 확산되길 바라는 마음에 이 원로 교수님의 모습은 큰 본이 되고 있다.

이 교수님의 페이스북에는 여러 제자들의 잔잔한 반응이 감동을 주고 있었다.

“말씀하신 대로 평소 이 분의 배려깊은 생각과 삶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우리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신 그 원로 교수님에게 감사드리며, 이번에 은퇴하신 모든 교수님들의 건강과 새로운 시작을 축하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