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하는 속담이 있다. 한식(寒食) 날은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로 양력으로는 4월 5일 무렵이다. 청명은 음력 3월에 드는 24절기의 다섯 번째 절기로, 양력으로 4월 5~6일 무렵이다. 두 날은 해마다 같은 날이거나 하루쯤 차이가 날 때도 있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속담은 별 차이가 없을 때 쓰는 말이다. `도긴개긴` `오십보백보`와 같다.

올해는 4월 5일이 한식이다. 한식은 본래 찬밥을 먹는 뜻인데, 그 유래는 중국이라 한다. 조선시대까지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큰 명절로 손꼽혀왔다. 지금은 한식 풍습이 많이 퇴색됐으나 성묘를 하거나 문중의 제사를 모시는 날의 행사가 아직 남아있다. 손 없는 날 또는 귀신이 꼼짝 않는 날로 산소에 손을 대도 탈이 없는 날로 민간에 알려지고 있다.

한식날 유래 속에는 배은망덕(背恩忘德)의 얘기가 전해진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일이다. `개자추`란 인물이 망명 중인 진나라 문공을 도와 우여곡절 끝에 그를 왕위에 오르게 했으나 왕은 그를 중용치 않았다. 이에 배신감을 느낀 개자추는 산속으로 은둔하고 만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문공이 하산을 요구했으나 그는 나오지 않았다. 산에 불을 지르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왕은 산에 불을 지르고 만다. 개자추는 끝까지 버티다 불에 타 죽는 불행한 운명을 맞는다.

문공이 은혜를 갚지 못한 죄책감과 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이 날 만큼은 불을 사용하지 않고 찬 음식을 먹게 한 것이 한식날의 유래가 됐다고 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권력을 둘러싼 원은(怨恩)관계는 쉽게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배신의 정치`를 원망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금 영어의 몸 신세로 전락했다. 배신의 정치인으로 지목됐던 유승민 의원은 대선후보로 되레 몸값이 올랐으니 `아이러니`하다. 이를 `인생무상`이라 해야 하나 아니면 `냉혹한 정치`라 할까 헷갈릴 뿐이다. 세상이 아무리 바뀐다 해도 배은망덕한 일은 없어야 한다. 바쁘다는 정치인들, 한식의 유래는 한번쯤 들여다보면 어떨까 싶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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