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문화도시의 생명에너지 포항 Green way
(2) 전국 최초 폐철도 공원

▲ 포항 폐철도부지 공원화 사업 1차 구간 도심숲에서 시민들이 산책로를 평화롭게 거닐고 있다.<br /><br /> /포항시 제공
▲ 포항 폐철도부지 공원화 사업 1차 구간 도심숲에서 시민들이 산책로를 평화롭게 거닐고 있다. /포항시 제공
2011년 유성여고~인포건널목 2.3㎞구간 조성
지난해부터는 옛 포항역∼효자역 공사 시작
갤러리·기차도서관·음악분수광장·키즈숲 등
내년까지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며져
휴식·기다림·만남의 기능 산책 공간도 마련

□ 1차구간 사업 성공사례

포항시는 지난 2005년 북구 장성동에 위치한 미군저유소 폐쇄가 결정되면서 포항역과 저유소를 연결하는 철도의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시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총사업비 140억원을 투입해 유성여고~안포건널목을 잇는 2.3㎞구간에 이어진 철로를 걷어내고 이 공간에 도심숲을 조성하는 폐철도부지 공원화 사업 1차 구간 공사를 실시했다. 총면적 5만7천㎡에 이르는 1차 구간에는 왕벚나무, 노거수, 느티나무, 메타세쿼이아 등 나무 4천800여 그루가 심어져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철길을 따라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이어져 있고 곳곳에 나무의자, 인공폭포, 분수 등이 설치돼 인근 아파트단지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우현네거리와 창포네거리를 잇는 6차선 대로와 옛 철길이 교차하는 지점 아래에는 지하도를 만들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나루여행길`이라는 주제로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지역의 변천사와 역사를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역특색에 맞춰 구간별 명칭도 달라 독특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유류저장고~여성아이병원 660m 구간은 자연부락 명칭인 불미골에서 따온 불미숲, 여성아이병원~나루끝 640m 구간은 나루끝이라는 고유지명을 따온 나루숲, 나루끝~안포건널목에 이르는 1㎞ 구간은 모갈숲으로 명명됐다.

 

▲ 대잠고가교 하부
▲ 대잠고가교 하부

□ 국토교통부 사업선정으로 200억원 절감

1차 폐철도부지 공원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 지 3년 여가 지난 2015년 4월 포항지역에 또 다른 폐철도 구간이 나왔다.

KTX 포항노선 개통으로 포항역이 북구 흥해읍 이인리로 이전하게 되면서 기존 북구 대흥동에 위치한 옛 포항역~효자역 4.3㎞ 구간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이 구간을 폐철도부지 공원화 사업의 2차 구간으로 설정하고 국비확보를 위한 노력에 돌입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그 해 7월 17일 국토교통부가 `철도 유휴부지 활용지침`을 제정하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철도 유휴부지 활용지침은 철도 유휴부지의 체계적 관리와 다양한 개발수요에 대한 효율적 활용을 위해 시행됐다.

포항시는 이 지침을 바탕으로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실시한 `철도 유휴부지 활용제안 시범사업`에 응모해 같은해 12월 21일 최종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당시 포항시를 포함해 강원 삼척시, 경기 수원시, 전남 순천시, 경남 함안군 등 6곳이 명단에 포함됐다.

포항시는 대상지의 적합성과 활용협약 체결 후 1년 이내 사업 착수가 가능하다는 점과 2016년까지 52억원의 재원확보가 가능하다는 점, 시민설명회 및 도시녹화위원회를 통한 주민의사를 반영했다는 점 등을 강조해 원하는 바를 이뤄냈다.

포항시는 지자체가 철도 유휴부지를 공원, 자전거길, 쉼터 등 주민친화적인 공간으로 활용할 경우 부지를 매입하지 않고 국유재산법에 따른 기부채납 요건을 갖추면 무상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토부 지침에 의해 총 면적 12만㎡ 사업부지 중 53.3%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전체 사업비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약 200억 원의 토지보상비를 절감하는 동시에 2차 폐철도부지 공원화 사업을 본격화했다.

 

▲ 음악분수
▲ 음악분수

□ 시민과 함께 살아 숨 쉬는 도심 속 녹색숲

옛 포항역~효자역 4.3㎞ 구간을 도심숲으로 만드는 2차 폐철도부지 공원화 사업은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1~3공구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번 사업은 우선 지난해 7월 착공해 오는 6월 준공 예정인 지곡건널목~대잠고가차도(700m) 1공구와 지난해 12월 착공해 오는 10월 마무리되는 대잠고가차도~이동고가차도(1.4km) 2공구에 대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공사를 시작한 이동고가차도~서산터널(2.2㎞) 3공구 공사가 마무리되는 오는 2018년 7월이면 모든 구간에 대한 공사가 완료된다. 공사가 끝나면 도심숲은 1~4존(Zone)으로 나뉘어 활용된다. 지곡건널목~대잠고가차도를 연결하는 1존(700m)은 가칭 `어울누리길`로 상징·참여·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구성된다. 어울누리길에는 효자갤러리와 댄싱프로미너드, 어울누리숲, 키즈숲, 기차도서관, 기억의 숲 등 다양한 시설이 배치된다.

효자갤러리는 380㎡ 규모의 전시시설로 효자교 교량 하부공간을 활용해 지역의 다양한 문화·예술 전시를 수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며 외벽에 슈퍼미러를 설치해 재미있고 특화된 경관을 연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휴식·놀이 기능이 부여된 댄싱프로미너드는 효자교 남측의 선큰부지의 지형을 활용, 지형의 굴곡과 조형마운딩을 도입한 옥외공간이다. 폐객차를 간이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해 어린이들의 정서함양공간으로 조성한 기차도서관은 공원시설과 연계해 공원 속 학습장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 댄싱프로미너드
▲ 댄싱프로미너드

대잠고가차도~대잠아델리아 아파트를 잇는 2존(1㎞)은 가칭 `활력의길`로 이벤트·산책·운동이 어우러지는 복합휴게공간으로 조성된다. 1존에서 이어진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등 기반시설과 함께 오크정원, 음악분수광장, 유아놀이숲 등이 배치된다.

오크정원은 대왕참나무 단일 수종을 도입해 모던하고 차분한 휴게정원으로 꾸며지며 음악분수광장은 기차 선로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음악분수 및 워터스크린분수를 도입해 놀이·문화행사를 유도하고 특색 있는 야간경관을 연출한다. 대잠아델리아 아파트~용흥고가차도 구간인 3존(1.2㎞)은 가칭 `여유가 있는 띠앗길`로 주민·직장인을 위한 산책공간이 마련된다. 커뮤니티마당과 두럭마당, 생활체육시설, 기다림의 정원 등 선형적 공간 특성을 활용한 산책공간으로 만들어진다. 커뮤니티마당과 두럭마당은 파고라, 정자, 앉음벽, 장식가벽, 안내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기다림의 정원은 학잠건널목 주변 간이플랫폼의 흔적을 모티브로 이용객들의 추억 회상과 휴식·기다림·만남 등의 이용행태를 수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마지막으로 용흥고가차도~용흥건널목 1.4㎞를 연결하는 4존은 가칭 `추억의 길`로 포항역에 대한 주민의 애환과 철길의 기억을 떠올리는 산책공간으로 꾸며진다. 이 곳에는 철도와 연접해 29가구가 거주하고 있는데 낙후된 주거지를 보상해 공원화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나 포항시는 사업투자의 경제성을 고려해 이번 사업에서는 사유지를 매입하지 않고 계획을 수립했다.

이같은 한계 속에서 시는 철길 주변에 잔존하고 있는 부대시설인 기구함, 키로정표, 도움전화, 경적표지판 등을 존치하거나 이용시설로 리모델링해 철길이 가지고 있는 장소성이 부각될 수 있는 산책로로 조성할 방침이다.

 

▲ 어울누리숲
▲ 어울누리숲

□ 포항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길

이 길에는 포항의 역사가 숨 쉬고 있다.

폐철도 도심숲 1차 구간 시작점인 불미숲의 유래가 된 불미골은 과거 마을 남쪽 200여m 지점에 대장간에서 화덕에 공기를 불어 넣는 연장인 `불미`(또는 풀무)의 형상을 닮은 산이 위치해 있었다. 산 아래에는 쇠를 두들기는 쇠판과 닮은 언덕, 달군 쇠를 적시는 물통과 같은 작은 못이 있어 마을 이름을 불미골이라 했다.

1차 구간 중간지점인 나루숲 지점인 `나루끝`은 포항시의 과거 모습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형산강은 100여년 전까지만 해도 학산천, 칠성천 등 세 갈래의 지류를 끼고 있는 폭이 매우 넓은 강이었으며 강 하구 쪽 포구인 나루끝은 소형 선박의 왕래가 성행한 교통요충지였다. 그런데 근대화가 시작된 1900년대부터 세 지류가 조금씩 매몰되기 시작, 1920년대 이후 형산강 원류에 둑이 쌓이면서 세 지류는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며 나루끝은 완전히 제기능을 잃게 됐다. 육지로 변한 나루끝은 포항시가 급격히 팽창된 1980년대 이전까지 덕수동과 학산동 일대 중심지 역할뿐만 아니라 7번 국도 및 시가지 우회도로를 통과하는 길목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도심숲 1차 구간 마지막 1㎞를 잇는 모갈숲은 `모갈산`(현 수도산)의 전설에서 착안했다. 조선시대 선비였던 `모갈`은 조선 6대 왕인 단종이 수양대군에게 쫓겨나 강원도 영월로 유배를 가자 왕위찬탈에 반대해 연일현 북면 포항동(현 중앙동)의 산을 찾아 매일 북쪽을 바라보며 통곡했다. 모갈은 단종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자 식음을 전폐하다 숨을 거뒀다. 이 산은 선비의 충절을 기려 모갈산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1920년대 상수도 시설이 들어서면서 수도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 산책로
▲ 산책로

1·2차 구간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잡고 있던 옛 포항역은 1918년 문을 연 이후 KTX 개통으로 역사(驛舍)를 이전하기 전까지 약 100년간 포항시민들과 함께 희로애락을 나눴다. 일제강점기에는 포항에 주둔한 해군부대와 인접한 포항 학산역까지 노선이 준공되면서 군장병들의 이동수단으로 활용됐고 해방 이후에는 물류 수송통로로 이용됐다. 그러다 포항역은 월남전 발발과 함께 역사적 장소로 거듭났다. 1965년 7월20일 대한민국 정부는 1개사단과 지원 부대를 베트남으로 파병키로 결정했다. 이들은 포항의 해병대 훈련소에서 파병에 앞서 3개월간 현지적응 훈련을 마친 뒤 포항역에 집결, 임시특별열차를 타고 부산항 3부두에 도달해 가장 먼저 파병됐다. 포항역과 역사(歷史)를 함께한 해병 청룡부대는 1972년 2월까지 6년4개월간 수만 명이 월남전에 투입돼 여러 전공을 세웠다.

2차 구간 중간지점에 위치한 용흥동은 6·25전쟁 당시 국가를 위해 적들과 맞서싸운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넋이 고이 모셔져 있는 곳이다. 용흥동 탑산 정상에는 1950년 8월 9일부터 44일에 걸쳐 벌어진 낙동강 전투에서 최후의 방어선을 지키다 전사한 구국 용사들의 넋을 기려 세운 포항지구 전적비가 있다. 바로 인근에는 6·25전쟁 당시 전국에서 제일 많은 `학도병`이 희생된 포항 학도의용군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전몰학도 충혼탑과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이 자리를 하고 있다.

2차 구간 마지막 지점인 효자역은 1970년대 포항 산업의 부흥기를 이끈 포항제철(현 포스코) 통근열차가 오간 역사적인 장소이다. 1975년 7월 1일부터 30년간 운행된 대한민국 유일의 기업통근열차인 이 통근열차는 포항역을 출발해 효자역에 정차한 뒤에 방향을 전환해 제철역까지 10.8㎞를 운행했다. 비록 출발역은 포항역이었으나 포스코 직원 대다수가 효자역이 위치한 효곡동에 거주하고 있어 효자역은 평일 오전이면 열차를 타기 위한 포스코 직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운행 초기에는 통근자 전용으로 운영됐으나 K리그 명문구단인 포항스틸러스 홈구장 포항스틸야드로 가는 노선이기도 해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모든 시민들이 승차할 수 있도록 배려해 경기장 접근성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그러나 차량 보급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1가구 1차량`을 넘어 `1가구 2차량`시대가 현실화되면서 포스코 통근열차는 폐지됐다.

▲ 효자갤러리
▲ 효자갤러리
`포항의 역사` 간직한 폐철도 도시숲 구간

불미숲 (1차구간 시작점)

대장간 연장인 `불미`의 형상을 닮은 산이 위치하고 산 아래에는 쇠를 두들기는 쇠판과 닮은 언덕, 달군 쇠를 적시는 물통과 같은 작은 못이 있어 마을 이름을 `불미골`로 불렸고 그 이유로 `불미숲`의 유래가 됨.

나루끝 (1차구간 중간지점)

형산강 강 하구 쪽에 위치한 포구. 소형 선박 왕래가 성행한 교통 요충지였지만 1900년대부터 완전히 제기능을 잃고 육지로 변신. 1980년대 이전까지 7번국도 및 시가지 우회도로 통과하는 길목 역할을 충실히 실행.

모갈숲 (1차구간 마지막 1㎞)

조선 6대 왕인 단종이 수양대군에게 쫓겨나 영월로 유배를 가자 왕위찬탈에 반대해 연일현 북면 포항동(현 중앙동)의 모갈산(현 수도산)을 찾아 매일 북쪽을 바라보며 통곡한 조선시대 선비였던 `모갈`의 전설서 착안.

옛 포항역 (1차·2차구간 만나는 지점)

1918년 개장후 KTX 개통으로 역사(驛舍)를 이전하기 전까지 약 100년간 역사(歷史)를 간직. 일제강점기에는 해군장병들의 이동수단으로, 해방 이후에는 물류 수송통로로 이용. 월남전 파병 해병 청룡부대도 이용.

용흥동 (2차구간 중간지점)

6·25전쟁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넋이 고이 모셔져 있는 곳. 탑산 정상에는 구국 용사들의 넋을 기려 세운 포항지구 전적비가 있고, 인근에는 전몰학도 충혼탑과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이 있다.

효자역 (2차구간 마지막 지점)

1970년대 포항 산업의 부흥기를 이끈 포항제철(현 포스코) 통근열차가 오간 역사적인 장소. 1975년 7월 1일부터 30년간 운행된 이 통근열차는 포항역을 출발해 효자역에 정차한 뒤에 방향을 전환해 제철역까지 10.8㎞를 운행.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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