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내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운동회를 앞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우레탄 트랙의 유해성이 알려진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많은 학교들이 시설을 교체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곧이어 본격적인 학교 운동회를 시작해야 할 판이라 자녀들의 건강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학부모들의 고민이다.

교육부는 우레탄 트랙의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우레탄 트랙 및 운동장이 설치된 전국 2천763개 초·중·고교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인 바 있다. 그 가운데 64%의 학교가 우레탄 트랙 및 운동장이 중금속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여름방학부터 각 지역 교육청별로 전면적인 시설교체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전수조사가 시작된지 1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많은 학교들이 시설교체를 못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의 경우 시설교체 대상 초등학교 96곳 가운데 73곳이 공사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구시내 전체 초등학교 3분의 1수준이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나 우레탄 트랙이나 운동장 시설에 대해 고작 부직포로 덮는 응급조치를 했거나 그렇지 않으면 방치한 것이 대응책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시설교체가 늦어진 것은 국가기술표준원의 우레탄 관련 제품 KS기준 개정작업과 새롭게 개정된 KS기준에 만족되는 조달청 등록제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교육당국이 1년 동안 이에 대한 대책에 무방비했다는 것은 학생들의 건강에 대한 무관심이나 다름없다. 중금속 오염시설을 먼저 철거하고 새로운 시설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하든지 유효한 행정조치가 있었어야 했다.

대구시도 중금속 범벅의 우레탄 시설교체에 나선다고 한다. 대구지역은 69군데의 공원, 공공체육시설 가운데 48개 공공시설에서 중금속 등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그 중 19군데에 대해서는 시설물의 철거 및 교체공사를 완료했으며 나머지는 6월까지 교체작업을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시도 조달청의 KS 제품의 신규 등록이 늦어 교체작업이 늦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오염된 시설이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사실상 주민들의 건강은 중금속 등에 노출된 것이나 다름없다. 행정의 융통성과 유연성이 이런데 필요한 것이다. 우레탄 트랙 등이 설치된 학교들은 강당이나 인조잔디 등 안전한 장소에서 운동회를 개최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으나 학부모들의 불만은 남을 수밖에 없다.

행정당국은 우레탄 트랙 등의 시설교체 공사가 비록 늦었지만 안정성 확보만큼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현장 확인 등 적극적 행정이 있어야겠다. 시설교체 후 또다시 중금속 노출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다면 행정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진다는 점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