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으로 투표 못하는 만 18세 청년들
1998년 출생 64만여명 중
23만여명만 5월 9일 투표
선린대 간호학과 학생들
차기 대통령에 대한 바람은
“약속 지키고 소통 하기를”

▲ 27일 선린대학교 간호학과 차준호(왼쪽부터), 추가연, 현진희, 주성은 학생이 교정을 거닐고 있다. /이바름기자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았다면, 우리도 12월 20일에 투표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온 나라가 `장미 대선`이라고 부르며 들섞이고 있지만, 이 대열에서 소외된 이들이 있다. 본래 대선이 치러질 예정이었던 12월 20일이라면 투표권이 있었던 20살(만 18세) 청년들이 주인공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직선거법은 만 19세 이상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갓 스무살이 됐지만 1998년 5월 10일 이후 출생해 공직선거법 상 선거일 기준 만 18세로 분류된 20대 청년들은 투표권이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의 1998년 출생자 64만3천여 명 중 23만여 명만 만 19세 선거연령 요건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갑작스러운 상황변화로 아쉽게 국민의 기본권을 행사하지 못할 처지에 놓인 청년들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27일 선린대학교에서 만난 간호학과 학생들은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현진희(18·여) 학생은 “국민들이 깨끗한 정치를 이룩하는데 기여하기 위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인데 이런 소중한 기회를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다”며 “지난 정권에서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선거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데 너무 아쉽다”고 전했다.

추가연(18·여) 학생은 “20살이 되면서 투표권이 생긴다는 생각에 어른이 되었다는 기분이 들어 설레였는데 갑자기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5년 후로 미뤄지게 돼 아쉽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국민들이 몰랐던 부분을 많이 알게 돼 긍정적인 측면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주성은(18·여) 학생은 “젊은 층의 정치참여도가 낮은 상황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투표권을 확대해줬으면 한다”며 “만 19세 이상에 도달하는 해의 1월 1일이 되면, 술과 담배 등 성인 기호품을 합법적으로 구입할 수 있다. 다음 선거부터는 투표권도 출생일과는 관계없이 1월 1일이 되면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막상 투표권을 손에 쥐게 되더라도 누굴 뽑아야 할 지 고민이 될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차준호(18) 학생은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정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는데 막상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누굴 뽑아야 할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후보자 개개인의 공약을 전달하면서 정치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젊은층에 관심을 유도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차기 대통령에 대한 바람도 잊지 않았다.

학생들은 “제19대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 국민과 소통을 하는 사람, 국민에 앞서 솔선수범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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