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임원 수억 뇌물수수
최근 포항서 또 하청비리
불법 하청 5~6단계 예사
혐의점 찾기도 쉽지 않아
건설근로자 저임금 `피멍`
오랜 세월 쌓여온 고질병
해결대책 더 미뤄선 안돼

최근 포항에서 대기업과 협력관계인 건설업체의 임원이 발주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하청업체로부터 수억원을 배임수재한 정황이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 파장이 이어지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고질화된 구조적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에 따르면 최근 포항남부경찰서는 현대제철 충남 당진 현장 발주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하청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A건설 상무 B씨(53)와 돈을 건넨 C업체 대표 D씨(47)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경찰로 부터 전달받은 사건관련 자료를 확인하며 추가적인 수사 진행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재수사를 통해 사건을 확대하거나 경찰이 수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곧바로 기소하는 등의 여부에 대한 결정은 내리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은 건설업계 전반에 오랜기간 동안 독버섯처럼 퍼져 있는 병폐로, 반드시 뿌리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검찰의 이번 수사를 통해 현대제철 등 대기업 철강사의 공사를 도맡아온 A사의 상무 B씨가 받은 돈이 발주처 관계자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이 밝혀질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27일 전국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 관계자는 “불법 하도급, 공사 수주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임 등은 현장노동자들의 임금 하락, 작업환경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공사금액은 계속 커지고 있는데 이렇게 불법적인 방향으로 돈이 빠지다보니 부실공사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건설노동자들의 처우는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현장에서 근무를 하다보면 5, 6단계로 내려오는 불법하도급 문제를 쉽게 알 수 있다”며 “그런데 막상 경찰에 신고를 하면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측에서 사전에 철저한 서류조작을 통해 불법하도급업체 직원을 서류상 하도급업체 직원이 아닌 발주처 직원으로 둔갑시켜 놓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양심선언`을 하는 내부고발자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 건설현장에서 일어나는 병폐는 수개월,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2006년 포스코 점거농성도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불법 하도급 구조의 실태를 폭로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촉발됐다”며 “발주처에서 비롯돼 원청과 하청으로 이어지는 저가 발주와 저임금, 부실공사의 악순환에도 불구하고 단체교섭을 희망하는 노조 측의 요구를 거부하고 어느 주체도 직접 사태해결에도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그는 “노동자들은 이런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며 “건설업계의 원활한 노사관계 안정화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문제의 실태와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한 해결방안 모색은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는 최근 포항시 남구 현대제철 포항공장 앞 도로변에 `건설현장이 투명해지면 대한민국이 깨끗해집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관련 업계의 관심과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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