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지난 주 필자가 소속된 대학의 여교수협의회 모임이 있었다. 반년에 한 번씩 여교수들이 정기적으로 모여서 특정 주제에 대한 강연을 들으면서 가벼운 식사를 같이 한다.

이번에는 부동산 동향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강연자는 한 시중은행의 수석부동산전문위원으로 단국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부동산 강의도 하시는 분이다. 강연을 들으면서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점점 오른다는 언론보도가 떠올랐다.

강연자는 `2017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전망과 이슈 분석`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서울의 부동산은 오르는 시점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2년 전 서울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쳤고, 이제는 올라가는 국면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작년에 자신이 한 투자자에게 압구정동에 있는 34평 아파트를 10억에 사기를 권유했고, 그 아파트 가격이 지금은 17억쯤 한다고 말했다.

필자는 2년 사이에 아파트 가격이 7억이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필자의 연봉이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따로 대학과 연봉 협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자는 연말정산서에 적혀있는 총수입을 연봉으로 생각하고 있다. 1년에 2~3만원씩 본봉이 올라서 2~300만원씩 봉급이 오른다. 거기에 연구비 등이 더해져서 소위 연봉이 되는데, 최근 대학교에서 연구비를 줄이고 있어서 필자의 연봉은 몇 년 전보다 적다. 필자의 연봉이 줄어드는 동안, 어떤 사람은 부동산 투자를 해서 7억을 벌었다고 하니 조금 허탈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강연자는 서울의 재건축이 예정된 아파트 단지를 소개하면서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를 지역이니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내년부터 시행예정인데, 재건축 조합원 1인당 평균 개발이익이 3천만원을 넘으면 그 이상 부분에 대해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내게 하는 제도다. 그에 따르면 이 제도는 최종적인 아파트 소유자에게만 부과되는 것이기 때문에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강연자가 이런 주장을 한 것은 현재 서울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위주로 이뤄지고 있고,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위해서는 아파트 및 분양권의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초과이익 환수제는 이를 방해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강연자는 현재 가락 시영아파트 재건축 분양가가 4천만원이라면서 다른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도 이 이상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강남의 주상복합 아파트 가격이 평당 3천만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가락시장 아파트 가격이 4천만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필자가 서울 거주민이 되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교수들 중에서는 이처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강연 내용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었지만, 이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인 분들도 있었다.

한 교수님은 최근 적극적으로 정보 수집을 해서 재건축 예정지의 아파트를 하나 샀는데 그게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그녀는 필자에게도 부동산 투자를 권유했다. 그러면서 그녀의 지인이 프리미엄 2천만원에 20억 아파트를 샀는데 완공 후 그 아파트 가격이 40억이 됐다면서 2천만원으로 20억 벌었다는 예시를 제시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필자는 한국에서는 한푼 두푼 봉급 모아서는 소위 부자가 되기는 힘든 사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연자는 어떤 부동산 규제 정책도 소용없다면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상황을 부정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부동산 가격 상승에 편승해서 아파트 하나라도 더 사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의 부동산 가격 안정화는 백약이 무효인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다시 한 번 미래세대를 위해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구나 하는 슬픈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