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적으로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의 `탈 원전 선언` 후폭풍이 지역에서 거세다. 더도 덜도 아니고 딱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꼴`이다. 원전 메카를 꿈꾸며 전력투구를 해온 경북도와 원전주변 지역민들은 멘붕(멘탈붕괴) 상태에 빠졌다. 경북은 국내 원전 24기 중 12기가 밀집돼 있고, 향후 8기가 계획돼 있어 그동안 국내 최대 원전 집적지로서 정평이 나 있었다. 지역피해에 대한 정부의 정밀한 대책이 하루빨리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기존 원전 설계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는 가급적 빨리 폐쇄하고 신고리 5, 6호기는 건설 중단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문 대통령의 공식 선언으로 원전 폐기 속도는 가속화 될 전망이다.

새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은 경북에는 월성(경주)과 한울(울진) 1호기가 각각 1982년, 1988년부터 가동돼 운전 중이다. 울진군의 경우 지역발전 지원사업은 1999년에서야 협상이 시작돼 이른바 `8개 대안 사업`이 무려 16년만인 2015년에야 합의돼 2천800억원이 지원됐다.

정부 발표로 한울원전 1·2호기가 오는 2027년과 2028년에 정지되면 연간 200억여 원의 한국수력원자력 세수를 잃게 된다. 한울원전은 지난해 각종 지원금을 뺀 순수세금으로 자원시설세, 개발세 690억여 원을 울진군에 납부했다. 그동안 천지원전 건설을 놓고 지역 민심이 극심한 찬반 갈등을 겪었던 영덕군은 결국 삽 한번 못 뜬 채 이미 받은 465억원에 이르는 지원금마저 되돌려줄 처지에 이르렀다.

`탈원전`은 시대의 주요한 흐름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적극 투자로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서 장기적 관점에선 올바른 방향일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소수 비전문가의 제왕적 조치”라는 에너지 전공 교수들의 비판 목소리를 간과해선 안 된다. 원전 24기를 태양광발전으로 대체하자면 경기도 전체 면적의 국토를 시커먼 패널로 덮어 환경을 파괴해야 한다는 추계는 또 어찌할 것인가.

신재생에너지 전략만으로는 통일 후 폭증할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없고, LNG발전은 석탄발전보다 3배쯤이나 비싸면서 원전보다 지진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세먼지 배출을 제로 베이스로 관리하고 이산화탄소를 따로 포집하는, `하얀 석탄`으로 불리는 제3세대 화력발전도 고려할 가치가 있다. 기피시설인 `원전`을 받아들여 국가의 번영을 위해 온갖 갈등과 피해를 감내해온 경북지역민들의 희생을 정부가 외면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마땅한 대책이 하루속히 제시돼 새로운 지역발전 대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