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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오어지 둘레길

▲ 레길 시작점인 오어사 건너편으로 연결된 출렁다리 `원효교`

둘레길 시작점 출렁다리 `원효교`를 건너면
데크로드·토사둘레길 등 2.8㎞ 길이 굽이굽이
포항시, 올 연말까지 총 7㎞ 구간 완성 추진

원효·자장·혜공·의상 등 신라고승 인연 담긴
경북 유형문화재 오어사와 암자 4곳도 볼 만

□ `여시오어`의 전설이 살아 숨쉬는 오어사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에 위치한 오어사(吾魚寺)는 신라시대를 대표하는 네 명의 조사(祖師), 원효·자장·혜공·의상과 인연이 깊은 고찰이다.

신라 제26대 진평왕(572~632) 때 지어진 오어사의 원래 이름은 항사사(恒沙寺)였다. `항사`란 `길게 이어지는 모래벌판`을 의미한다. `모래벌판이 길게 이어진 포항의 한쪽 끝편에 지어진 절`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 바로 항사사였던 것이다.

일설에는 항하사(恒河沙)처럼 많은 사람이 출세했기 때문에 항사사로 붙여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항사사가 오늘날 오어사로 이름이 바뀐 유래는 당대의 현승이었던 혜공과 원효의 설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항사사에는 고승 혜공이 살고 있었는데 젊은 승려인 원효는 그를 찾아와 묻기도 하고 농담도 자주 주고 받았다.

어느날 혜공과 원효가 시냇가에서 물고기와 새우를 잡아먹다가 돌 위에서 대변을 보았다.

혜공은 원효를 가리키면서 희롱의 말을 했다.

“그대가 눈 똥은 내가 잡은 물고기일 게요.”

고승 혜공이 원효의 수행이 부족함을 지적하며 조금 더 공을 들여야 한다고 가르침을 전한 것이다.

뜻을 풀이하자면 `너는 똥을 누고 나는 물고기를 누었다`는 의미로 `여시오어(汝屎吾魚)`라 표현되며 항사사는 오어사로 명칭이 바뀌었다.

현재 오어사 내부에는 대웅전, 나한전, 설선당, 칠성각, 산령각 등이 자리잡고 있다.

석가모니를 모신 주법당인 대웅전은 조선 영조 17년(1741년)에 중건됐다. 자연석을 다듬은 5단의 석축 위에 화강석 주초를 한 겹처마 다포집으로 지붕은 팔작지붕이다.

규모는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정면에는 칸마다 3짝씩 백련·청련 꽃살 분합문을 달았다. 공포를 3출목으로 장식하고 연꽃무늬의 특이한 단청을 보이는가 하면 천장으로는 섬세한 양각 아래 두 마리의 학이 있어 천상세계를 짐작케 한다.

문화재로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1985년 경북 문화재자료 88호로 지정됐다가 2012년 경북 유형문화재 452호로 승격됐다.

또 보물 제1280호인 오어사 동종은 신라 동종의 주양식을 계승했을 뿐만 아니라 조성연대가 분명하고 보존상태가 아주 양호한 고려 동종으로서 양주된 각종 장식문양과 더불어 주성이 우수한 작품이다.

 

▲ 길이 350m  오어지 토사 둘레길에는 안전로프가 설치돼 있다.
▲ 길이 350m 오어지 토사 둘레길에는 안전로프가 설치돼 있다.

□ 오어지 둘레길에서 신라사람 원효를 찾다

오어사를 한 바퀴 돌고 나면 오어지 둘레길로 눈길이 옮겨진다.

둘레길 시작점인 오어사 건너편으로 연결된 원효교는 `출렁다리`로 만들어져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원효교를 건너가는 동안 미세하게 느껴지는 출렁거림을 즐기는 사람과 두려워하는 사람, 두 부류로 나뉘어진다.

늦은 오후 원효교 한가운데서 오어지를 바라보면 잔잔한 물결에 석양이 비치는 아름다운 풍광을 확인할 수 있다.

원효교를 건너면 오어지 둘레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지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성 중인 오어지 둘레길은 현재 총 2.8㎞ 구간을 이용할 수 있으며 데크로드 311m, 토사둘레길 350m다. 또 전망대, 안전로프, 편의시설 등이 조성돼 방문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포항시는 총 10억원을 투입해 오는 12월까지 전체 7㎞에 달하는 둘레길을 완성시켜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수변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길로 조성할 계획이다.

둘레길은 유치원생이나 어린이들이 걸어도 안전하게 만들어졌으며, 계절따라 변해가는 숲의 아름다운 모습을 몸으로 느낄 수 있어 일상에 힘들었던 모든 것을 잊고 자연과 친구가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생태숲길인 둘레길은 숲의 향기를 맡으며 걷기에 안성맞춤인데다 산림욕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코스이다.

흙길로 시작된 길은 목재데크, 나무계단 등이 곳곳에 있어 걷는 이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했다. 함께 온 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걷다보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스쳐 지나간다.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오어지 둘레길은 경사가 높지 않아 무릎이 좋지 않은 고령자들도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천년도 훌쩍 넘은 먼 옛날 신라사람 원효가 이 길을 걸었던 모습을 떠올리며 둘레길을 걷는다면 더욱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옛 선현이 걸었던 그 길을 걷다보면 가슴 속에 남아있던 온갖 번뇌를 한꺼번에 씻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 지나는 이들이 차곡차곡 쌓아놓은 돌탑도 군데군데 보인다.
▲ 지나는 이들이 차곡차곡 쌓아놓은 돌탑도 군데군데 보인다.

□ 원효암과 자장암

오어사 주변에는 4곳의 암자가 자리하고 있다.

북쪽 봉우리에 자장암과 혜공암이 자리하고 있고, 시냇물 건너 남쪽 산 허리에는 원효암과 의상암이 있다.

운제산(雲梯山)이라는 명칭도 자신의 암자에서 머물던 고승들이 서로를 방문할 때 봉우리로 건너 구름사다리를 놓았다는 설화에서 유래했다.

4개의 암자 중 대표적인 암자는 자장암과 원효암이다.

자장암은 신라 진평왕 즉위년인 578년 자장과 의상이 수도할 때 오어사와 함께 창건됐다.

자장암 뒤편에는 1998년 스리랑카에서 모셔온 석가모니의 진신사리가 봉안된 사리탑이 있다.

오어사 뒤쪽 편 200m 거리에 위치한 자장암은 험한 비탈길을 걸어 올라가면 벼랑 끝에서 만날 수 있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호쾌한 맛이 있다. 가파른 벼랑으로 이어진 운제산 계곡이 눈앞에 펼쳐지고, 오어사를 품고 있는 가을 오어지의 포근한 모습도 내려다보인다.

오어사 뒤편 계곡물을 따라가면 오어지를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가 있다.

가만히 서서 건너편을 바라보면 마치 중국의 협곡을 보는 것 같은 절벽의 풍경이 멋들어지게 펼쳐져 있다.

사람 1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이 다리를 건너 600m 가량 산길을 올라가면 원효암을 볼 수 있다.

절 입구에는 방문객들이 목을 축일 수 있는 음수대가 있다.

구도의 길에서 해골에 고인 물을 마신 뒤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원효의 일화를 떠올리게 된다.

▲ 오어지 데크로드 둘레길
▲ 오어지 데크로드 둘레길
오어사에 가려면…

자가용

대구나 대전, 수도권 등지에서 오어사에 가려면 대구~포항고속도로 종착점인 포항IC에서 포항 국도대체우회도로(31번 국도) 남포항IC방면으로 내려오면 된다.

남구 대송교차로에서 빠져나와 운제로를 타고 가는 길과, 남구 오천교차로에서 빠져나와 용산리 방면으로 가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

부산, 울산, 경남 등지에서 방문하려면 최근 개통된 울산~포항고속도로 종착점인 남포항IC에서 오천교차로 또는 대송교차로 방면으로 진출해 지방도로 빠져나오면 된다.

포항 시내에서는 오천읍을 가로질러 통과하는 도로를 이용하면 30분 이내에 도달 가능하다.

오어사에서 약 1㎞ 떨어진 지점에는 지난해 포항시가 조성한 주차면수 130대 규모의 공영주차장이 마련돼 있으며 이곳을 방문하는 운전자들은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 원효대사
▲ 원효대사
대중교통

서울(강남), 대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시외버스를 이용해 포항을 찾는 방문객들은 포항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게 된다.

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 100번 노선을 이용해 오천환승센터에서 오천지선 버스로 환승하면 된다.

기차를 이용해 오어사를 찾는 방문객은 포항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107, 500번 노선을 탄 후 포항시내에서 100, 102, 175번 노선으로 한차례 환승해 오천환승센터에 도달한 뒤 오천지선 버스로 환승하면 된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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