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호 한국마사회장 인터뷰

▲ 이양호 한국마사회장이 본지 김진호 서울본부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경북 구미 출신의 이양호 한국마사회장은 지난 해 12월 취임했다. 30년 동안 농림·축산공무원으로 근무했으며, 농촌진흥청장을 거쳐 말산업을 총괄하는 한국마사회를 맡았다. 특히, 이 회장은 지난 2009년 경북 영천에 건설키로 확정됐던 영천 경마공원 추진에 힘을 쏟고 있다. 말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는 이 회장을 만나 그의 꿈과 포부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승마·관광·교육 등 고부가가치 6차산업
사행성 조장 등 부정적 인식 탈피
건전한 레저스포츠로 발전시켜야

- 취임 이후 농정전문가에서 말산업 전도사로 변신했다고 들었다.

△ 저는 인생 대부분을 농·어촌과 함께 했다. 그렇기에 말산업이 가진 잠재력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말산업은 1차 산업인 생산과 사육, 2차 산업인 사료와 마장구, 3차 산업인 승마·경마·관광·교육·재활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6차산업이다.

말산업은 `3마1직(3馬1職:승용마의 경우 3마리의 말이 1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뜻)`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고용창출의 블루오션이다. 올해 농식품부가 발표한 2016년 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말산업 규모는 2015년 말 기준으로 3조4천120억원에 달한다. 2016년 기준 말산업 종사자수도 1만6천662명으로 매년 증가세다. 한국마사회는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기관으로, 말(馬)을 이용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국내 유일의 공기업이다.

-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춰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데, 어떻게 하고 있나.

△ 지난 5월, 현 정부의 일자리창출 정책을 선도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상생 일자리TF`를 신설했다. 비정규직 및 간접고용 인력의 처우개선과 말산업 부문 일자리창출 성공모델 발굴이 목적이다.

한국마사회는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비정규직(간접고용 포함)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게 사실이다. 비정규직 대부분이 경마가 개최되는 주말에만 근무하는 단시간 근로자(시간제 경마직)인 탓이다.

토·일요일 이틀 동안 경마를 하고 있는데, 약 3만5천 명의 고객이 몰린다. 여기에 590명의 계약직 직원들이 있는데, 앞으로 이들에 대한 처우를 어떻게 할 지 정부 지침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다. 말산업 육성 발전과 연계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

- 재능기부활동으로 화제를 모은 것으로 안다. 그 성과는 어땠나.

△ 지난 4월 전국 각지에서 `렛츠런 엔젤스 데이`를 가졌다. `렛츠런 엔젤스 데이`는 마사회의 대표 사회공헌 사업 중 하나다. 말산업 관계자들의 니즈(Needs)를 해결하고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할 취지며, 수혜자는 농가와 민간승마장 및 말 특성화 고교 등이다. 4월 행사에서도 저를 비롯한 임직원 대부분이 참여해 말산업 현장 곳곳에서 재능기부 활동을 펼쳤다. 당시 제가 봉사활동을 한 곳은 화성시 서신면에 소재한 `궁평 승마 클럽`이었다. 화성시와 마사회, 말산업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여했다.

현장에 답이 있다. 앞으로도 마사회장으로서 이런 경영철학을 잊지 않고,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데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그렇게 한다면 마사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도 크게 바뀌지 않을까 싶다.

- 경마를 선진국처럼 건전한 레저스포츠로 육성하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국민들이 경마를 레저스포츠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경마에 참여하는 공간이 베팅 위주 시설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또 경마를 단순히 도박으로만 여기는 부정적 인식 등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한국경마는 지난해 `PARTⅡ`로 승격되며, 경마 시행 94년 만에 최초로 경마선진국 반열에 발을 올렸다. 경마시행 1세기를 맞는 2022년까지 최고등급 `PARTⅠ`에 도달해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신기술을 결합해 고객들에게 색다른 경마경험을 제공할 생각이다. 인공 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가상 현실(VR:Virtual Reality) 기술을 활용한 경마체험기술 공모전을 개최하는 한편, 마이카드앱 등 주요 스마트 프로그램의 기능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 대구 경북 지역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경마종주국인 영국 등 경마선진국은 경마를 레저스포츠로, 그리고 사교의 장으로 이해하고 있다.

사실, 한국 역시 과거에는 유명한 정치인과 지도자들이 경마를 함께 즐기곤 했다. 대표적으로 백범 김구 선생도 `김구 상`을 제정해 특별경주를 열었을 정도로 열렬한 팬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미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탓에, 사회적인 인식이 좋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한국경마가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바를 간과한데 따른 결과다. 3조4천억원의 경제효과는 물론, 2만4천 명의 고용효과, 연 1조5천억원 규모의 국가·지방 재정이 바로 경마에서 나오고 있다.

매년 출연하고 있는 기금 규모도 1천800억원에 달한다. 이제 `사행산업`이란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경마를 바라보기 보다는 순기능과 건전한 레저스포츠로서 노력하고 있는 한국경마의 변화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 이양호 마사회장은?

경북 구미 출신인 이 회장은 구미 덕촌초등학교와 선산중학교, 대구 영남고를 거쳐 영남대 행정학과, 태국아시아과학기술원 농식품공학과(박사)를 졸업했으며, 행정고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농림부 홍보관리관과 농업정책국장, 식품산업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농촌진흥청장을 역임했다.

경마공원 `영천 렛츠런파크`
국내 최대규모로 2019년 준공

그동안 추진이 부진했던 영천 경마공원이 올 하반기쯤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국내 네 번째로 추진되는 영천 경마공원은 그동안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태였었다.

22일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금호읍 성천리 약 45만평(148만㎡) 부지에 국내 최대 규모의 `렛츠런 파크 영천(영천 경마공원·조감도)`이 조성된다. 오는 2019년 준공 예정이다.

경마공원은 한국마사회가 경북도·영천시 소유 부지인 성천리 일대에 사업비 3천57억원을 투입해 짓는다. 경마장·부대시설·시민공원으로 꾸며진다. 서울(115만㎡·과천)·제주(73만㎡)·부경(124만㎡, 김해) 경마공원 등 기존 3개 경마공원과 비교할 때, 국내 최대 규모로 건설할 예정이다. 공원은 자연 친화적으로 설계된 시민공원과 문화레저타운 등으로 채워진다.

영천경마공원은 지난 2009년 마사회가 공모한 결과 경북 상주와 전북 남원 등 6곳의 지자체와의 경쟁에서 결정된 사업으로, 당초 2014년까지 조성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유재산법령상 공유지인 사업예정부지 내 영구시설물 축조가 금지되어 있는 등 관련 법에 발이 묶였다. 결국 공원 건립 사업 자체가 2009년 12월 계획 확정 후 수년 간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국토부의 시행령 개정으로 사업추진에 탄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지방세 관계법령 개정 및 정부의 지방세 감면 규제 강화에 따라 레저세 감면(30년간 50%)이 불확실하고, 일부 부지에서 출토된 문화재 발굴문제가 남아있다. 현재 진행중인 문화재 정밀발굴조사 결과가 올 하반기쯤 나올 예정이어서 사업추진일정도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마사회 측은 경마공원이 문을 열면 연간 1천800억원 정도(레저세 1천286억원, 지방교육세 514억원)의 지방세 수입이 예상돼 경북도 재정자립도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양호 회장은 “올 하반기쯤 문화재 정밀조사 결과가 나오면 기본설계를 거쳐 정식 설계에 들어가게 되고, 본격 추진되면 약 3년에 걸쳐 경마공원이 조성될 것”이라며 “경마공원이 조성되면 지방세수가 크게 늘뿐 아니라 일자리도 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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