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이 화

아리아나 호텔 뒷골목에는

밤만 되면

형형색색으로 아름다운 꽃이 핍니다

이화장, 목련장, 동백장….

사철 시들 일도 없고

봄여름 구별 없이 여기서는

일년 내내 염문처럼 만발한 꽃이 핍니다

(중략)

그 휘황한 헛꽃에 속아보고 싶은

그런 허공의 꽃들은

다들, 어둠 속에서

향기보다 지독한 불빛을 풍기나 봅니다

그래선지 밤만 되면 내 몸은 어디론가 불려가고 싶고

이화장, 목련장, 동백장….

그 흐드러진 불빛 따라

나방처럼 퍼드득 날아들고 싶어집니다

밤마다 형형색색의 불을 밝히는 여관촌의 풍경을 보고 인간의 본능적 에로티시즘의 욕망을 정직하게 그려내고 있는 시다.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우후죽순처럼 돋아나는 여관들의 풍경은 이제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 화려한 불빛들 속에 내재된 현실적 도덕적 원칙을 벗어나 쾌락원칙에 대한 반어적인 비판과 질타의 시인정신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