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동혁사회부
우리나라는 유독 `내 집 마련`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큰 사회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 자산 가운데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3.6%나 된다. 주요 선진국인 미국의 34.9% 일본 43.7%, 영국 55.3%, 캐나다 56.7%, 독일 67.9%, 프랑스 68.8% 등과 비교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 선호도에 따라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선지 이미 10여 년이 지났다. 이제는 1가구 2주택을 넘어 1가구 3주택을 보유한 세대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집 없는 서민들이다. 이들은 자고 일어나면 들어서는 아파트 촌을 바라보면서 상실감에 빠져 살아간다. 정부가 이들에게 편안한 보금자리를 제공하기 도입한 것이 1980년대 말부터 시행된 임대주택 정책이다. 공공임대, 민간임대, 행복주택 등 정책도 다양하다. 그 결과, 공공임대주택은 100만 가구를 넘어섰고, 민간임대주택도 70여만 가구나 된다.

그런데,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다는 임대주택이 최근 논란에 휩싸였다. 중심에는 민간임대주택 부분에서 독보적 건설업체인 ㈜부영주택이 있다. 포항시를 비롯한 전국 22개 지자체가 지난 18일 부영주택이 매년 과도한 임대료 인상이라는 횡포를 일삼고 있다며 전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사태가 불거지자 임대주택 업계에선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부영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소건설사에 불과했다. 당시 업계에선 이름조차 생소했으나 DJ정부 시절 저소득 무주택자의 주거안정을 명목으로 임대주택 건설사에 제공한 저금리 대출인 국민주택기금의 혜택을 톡톡히 보며 급성장했다.

실제, 부영은 1983년부터 1994년까지 11년간 임대용 1만2천300세대와 분양용 5천700세대를 짓는데 그쳤으나 DJ정부 임기 5년간 임대용 6만4천500세대, 분양용 7천세대를 건설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서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임대주택은 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더욱 매력적 사업이 됐고, 부영은 성장을 거듭해 지금 주택업계에선 최고로 잘 나가는 회사로 손꼽힌다. 그런 부영이 지금 공공의 적이 됐다. 부영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설정돼 있는 연간 임대료 인상률 최대치 5%에 맞춰 해마다 임대료를 올려받고 있다. 물가, 임금상승률은 물론 2년에 한 번씩 4.9%를 인상하는 LH의 공공임대주택과 비교해봐도 합리적인 인상이라 하기 힘들다. 집 없는 서민들의 전폭적 지원 속에 성장한 부영이 얼마나 폭리를 취해 왔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지자체들은 뒤늦게 부영의 이기주의적 기업행태를 비판하며 법개정과 제도개선에 나서겠다며 부산을 떨고 있다. 그러나 서민들의 시선은 `뒷북 대응`이라며 싸늘하다. 부영주택은 포항과 경주 등에도 많은 사업을 했고 지금도 곳곳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다.

부영주택이 건설한 포항지역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이곳 사람들은 `어차피 내 집도 아닌데 괜히 나섰다간 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에 대부분 조용히 지내는 편입니다. 이렇다보니 지은지 10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아파트 외벽은 페인트칠을 한 번도 하지 않아 곳곳에 갈라진 틈이 보이고 집안 내부에는 장판이 갈라지거나 화장실 타일이 떨어져도 보수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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