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래 수필가·시인
▲ 김병래 수필가·시인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의 수입이 일반서민들의 수백 배에 달하는 것은 상품성 때문이다. 그만큼을 주고도 돈벌이가 된다는 얘기다. 당시에는 팔리지도 않았던 고흐의 그림이 이제 와서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것도 예술적 가치보다는 상업적 가치가 더 큰 이유일 것이다. 21세기를 특징짓는 글로벌시대니 정보화시대니 하는 것도 물론 상업주의의 일환이다. 도대체 상업성이 없다면 누가 앞다투어 신소재를 만들어내고 정보의 경쟁에 박차를 가하겠는가. 한 마디로 상업주의야 말로 이 시대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동력인 것이다.

상업주의가 갖는 속성 중 우선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경쟁의 논리`다. 공산주의가 몰락하고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된 지금, 보다 나은 상품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경쟁은 그야말로 사활을 건 전략이요 투쟁이 되었다. 이제는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상업적 경쟁력이 없이는 살아남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쟁이란 진보와 발전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과도한 경쟁으로 야기되는 부작용이 더 큰 후유증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경쟁에는 승자가 있으면 반드시 패자가 있게 마련이고, 소수의 승자들이 얻게 되는 이득보다는 대다수의 패자들이 떠안게 되는 손실과 불이익이 인류사회에 훨씬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승자 역시도 그 부하(負荷)를 떠맡지 않을 수 없게 되어 결국에는 승자든 패자든 공멸로 가는 것은 시차의 문제일 뿐이다.

상업주의가 가진 속성의 또 하나는 `가치관의 전도(顚倒)나 왜곡`을 들 수 있다. 사람들은 이제 삼라만상에다 모조리 가격표를 붙여 놓고 그 값의 고하에 따라 일과 사물의 등급이나 순위를 매기고 싶어 한다. 상품으로서의 가치, 즉 경제적 가치야말로 모든 가치의 척도가 되고 최상위의 가치개념이 되는 세상에선 사물의 고유하고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게 마련이다. 산이나 들은 부동산이 되고 계절이나 기후까지도 관광 상품이 된다. 자연 생태계 역시도 생태계 그 자체의 중요성보다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먼저 따지게 된다.

상업주의의 속성 중에서 `광고효과`라는 것도 빼놓을 수가 없다. 상업주의란 물론 상품의 생산을 근간으로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돈을 받고 파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상품의 판매를 위해서는 광고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광고의 효력이 아니고는 아예 어떤 상품도 제대로 가치를 가질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기왕의 상업주의를 끊임없이 부추기고 가속화시키는 것도 바로 이 광고의 힘이다. 광고라면 먼저 각종 매스컴이나 전단, 벽보, 간판 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은 대부분의 상품 그 자체가 이미 구매욕을 자극하게끔 고안된 광고물인 셈이다. 옛날에는 편리와 기능이 위주인 상품이면 되었지만, 지금은 그것만으로는 결코 경쟁력을 가진 상품이 될 수가 없고, 소비자로 하여금 좀 더 강한 구매충동을 일으키게 하기 위한 디자인이나 포장에 오히려 더 많은 공력을 쏟아야 할 형편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광고효과란 것이 단순히 상품의 판매량을 늘이는 것에만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란 데 있다. 물론 광고효과에 의한 소비촉진이 결국에는 자원의 고갈과 공해의 발생 등으로 자연환경을 황폐화시킨다는 것이 일차적인 폐해가 되겠지만 그것이 인간성까지를 파괴하여 비인간화(非人間化) 한다는 것에 더 큰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지금의 대다수의 인류는 태어나자마자 각종 광고물이 내놓는 정보의 홍수에 휩쓸리게 된다. 그 정보들은 상업적 목적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과장 되고 왜곡되거나 폭력적이고 선정적으로 될 수 있는 것이고, 그러한 정보들이 하나의 거대한 가상 현실이 되어 끊임없이 인간을 자극하고 세뇌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 태어난 아이들이 과연 어떤 가치관과 인격을 형성해 갈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