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함도`의 오프닝 크레디트가 영화계에서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통상 한국영화를 보면 본편 상영 직전 배급사·제작사의 로고 등이 담긴 리더필름이 먼저 나온다.

이어 검은 화면에 다시 한 번 투자·배급사의 이름이 나온 뒤 1~2분가량에 걸쳐 부분투자사들의 명단이 줄줄이 나열된다.

그러나 `군함도`는 공동 투자사들의 명단을 오프닝 크레디트에 넣지 않고, 엔딩크레디트로 돌렸다. 그 자리에는 출연진을 비롯해 의상, 분장, 특수효과 등 주요 스태프들의 명단을 넣었다.

이는 창작자보다 `돈을 댄` 사람들의 이름을 먼저 넣는 관행을 고쳐보겠다고 공언해온 류승완 감독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사실 공동 투자사들의 명단을 오프닝 크레디트에 올리는 것은 전 세계에서 한국만이 유일한 관행이라는 것이 영화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영화계에서는 이런 관행을 두고 “창작자보다 투자자들을 더 중시하는 행태”라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영화 `신과 함께` 등을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크레디트는 영화에 참여한 수많은 창작자가 자신의 이름을 마치 화가의 낙관처럼 영화에 삽입해 자신이 창작자임을 인정받는 기능과 그영화를 소비하는 관객에게 누가 영화를 만들었는가에 대한 정보의 제공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그러나 대한민국의 천박한 환경은 창작자도 아니고, 관객이 궁금해하지도 않는 투자자와 투자사의 책임자들이 창작자들보다 더 먼저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전대미문의 행태를 보여왔다”며 “이는 마치 화가에게 물감과 캔버스 그리고 화구를 제공했다고 화가의 낙관이 아닌 자신의 낙관을 찍은 것과 같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군함도`의 제작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는 “한국적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영화 제작 전부터 공동 투자사들을 설득했다”면서 “`군함도`가 앞으로 오프닝 크레디트를 만드는 가이드라인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