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펼쳐진 2017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 결승에서 3위로 골인한 육상 단거리의 신화 `우사인 볼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몸이 떠날 때가 됐다고 하네요. 다리가 아파요. 뛰고 나서 다리가 아픈 건 처음”이라고. 내 몸이 이젠 내 마음 같지 않다는 말로 들린다. 누구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그도 이젠 “은퇴가 목표”라고 마음을 비우는 모습에서 우리는 “영원한 것은 없다”는 명언을 다시한번 떠올린다.

그가 생애 마지막 100m 질주에서 만년 2인자였던 `게이틀린`에게 자리를 넘겨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볼트의 10년 천하가 막을 내리는 장면이다. 세계 단거리 육상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1896년 아테네에서 개최된 제1회 근대 올림픽부터 시작한 100m 육상경기는 1968년 미국 짐 하인즈(9초95)에 의해 10초벽이 깨진다. 이후 2007년 자메이카 아사파 파월이 9초74로 기록을 경신한다. 40년 만에 0.21초가 단축된 것이다.

2008년 우사인 볼트가 등장하면서 세계 기록은 9초72로 낮아졌다. 2009년 9초58이란 경이적인 세계 신기록이 수립된다. 불과 2년 만에 0.16초를 단축한 것이다. 혜성과 같이 나타난 그는 이후 올림픽 연속 3관왕을 포함 금메달만 11개를 목에 건다. 육상의 황제, 인간번개, 역사상 가장 빠른 사나이 등 그에게 따라다닌 닉네임도 많다. 당분간 그가 세운 기록은 깨지기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신화의 인물 볼트도 `달이 차면 기울듯`이 때가 되면 은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기억에서 멀어진다는 사실에는 아무도 부인을 않는다. 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이다. 황제의 마지막 질주에 많은 사람이 박수를 보내는 것도 그의 순응적 자세에 대한 격려다.

우리의 속담에 “꽃이 열흘 붉은 게 없다(花無十日紅)”는 말은 이런 걸 두고 하는 것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다. 욕심낼 것도 없는 게 인생살이다. 31살 우사인 볼트는 때가 되면 떠나야 한다는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경청했다. 아름다운 은퇴 아닌가.

/우정구(객원논설위원)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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