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대책 발표 후 주택시장 관망세
집값 하락 조짐에 `내집 마련` 포기자 늘어

“올 가을엔 꼭 내 집을 갖고 싶었는데 지금 상황에선 당분간 두고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의류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47·북구 양학동)씨는 오는 10월 전세계약이 끝나는 참에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2일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고민이 생겼다. 8·2 대책으로 집값 하락 조짐이 보이자 2년 더 전세로 살면서 자금을 모으는 방법도 나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박씨는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더니 `원래대로 집을 사라`, `아니다, 전세가 현명한 선택이다` 등 다양한 분석을 내놓아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면서 “당장 이사가 코앞이라 조바심이 들긴 하지만 신중하게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포항지역 세입자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꿈에 그리던 내 집을 살 것인지, 전세계약을 한 번 더 하고 내후년을 기약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특히 주택 매수를 고려했던 세입자들은 집값 하락 조짐에 내 집 마련을 미루고 관망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세입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을 한 템포 미루게 한 것은 8·2 부동산대책 영향이 컸다. 투기수요를 정조준한 8·2 대책에서 전세시장이 한발 비켜나가자 향후 전망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당장 올 가을 이사를 계획했던 세입자들은 8~9월 사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 속에서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오는 10월 포항에서 살 집을 구하고 있는 주부 한모(38·경기도 부천)씨는 “포항은 특히 전세 구하기가 쉽지 않고 때마다 이사하는 것도 힘들 것 같아 친정 부모님께 도움을 구해 어렵게 집값을 마련했다”며 “최근 들어 주변에서 새 정부의 부동산정책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얘기가 자주 들려 지금 바로 집을 사는 것은 바보짓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시 전세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매수 포기자`가 늘면 전세수요를 자극할 가능성도 크다. 전세시장에서 주택시장으로 진입하려던 사람들이 가격 하락을 기대하고 전세에 머물 경우 전세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포항지역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는 전세 구하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전월세를 구하려면 지금 당장 계약해야 한다. 잠깐만 눈을 돌려도 금세 다른 사람이 매물을 채가거나 가격이 올라가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아직까진 전월세 시장이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대책 효과가 가시화 되고 수요가 급증하기 전에 이사를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입자들의 경우 이사철이 도래하기 전에 빠른 결정을 하거나 9월말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 발표 이후로 이사 시점을 잡는 방법을 제시했다.

주택 매수를 희망하는 이들은 당분간 상황을 관망하는 것이 옳다는 조언도 내놓았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집값 안정화 작업에 돌입한 만큼 섣불리 주택 매수를 결정하기보단 주거복지로드맵을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 상승이 정체된다면 전월세값 상승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 등으로 이주 수요가 발생한 지역에 국지적으로 전세가격이 급등할 순 있지만 입주물량에 따른 입주현실화를 고려하면 전세가격이 크게 상승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다음 달 공적임대주택 공급의 세부계획과 신혼희망타운의 구체적인 공급 방안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로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전월세시장 안정화 정책은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임대사업자등록 활성화, 공적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이 전망된다.

/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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