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30% 수집판매상 이용
유통·방역경로 확인 힘들어
유럽은 전량, 일본도 대부분
집하장서 일괄적 등급 판정
이력제 차원서 대폭 늘려야

“안전하게 계란을 사먹을 수 있도록 등급판정을 분명하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소비자들이 이같은 요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는 계란의 안전성을 보장할수 있는 계란집하장(GP)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GP는 Grading & Packing의 약어로 산란계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의 등급을 판정하고 포장해서 레이블링 작업을 하는 곳이다. 유럽연합(EU)국가들에서는 GP에서만 계란의 등급을 판정할수 있도록 했다. 일본에서도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계란 대부분이 GP센터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복잡한 유통경로와 방역관리를 감안한 조치다.

<관련기사 4, 5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최근 농장별로 계란을 거둬들여 다음날 `적합`이라는 결과를 통보하고, 판매를 허용했지만, 소비자들이 선뜻 이를 믿지 않고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도 이런 차이가 배경에 깔려있다.

우리는 현재 GP센터를 거쳐 출하하는 것이 의무 조항이 아니라 자율사항이다. 그렇다 보니 유통계란 전체의 8%만이 등급판정제를 거쳐 출시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을 거치면서 축산물 이력제를 계란에도 확대적용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등급표시제를 제대로 적용하려다 보면 비용이 많이 들고 계란 판매단가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현재 계란 생산 농가 10곳 중 3곳이 직접 농가를 방문하는 판매상에게 계란을 넘기고 있어 유통 과정 추적이 사실상 어렵다. 전국 식용란 수집판매업체 수는 1천860곳에 달할 만큼 중·소 영세 수집판매업체들이 난립해 있다. 이번처럼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발 빠른 대응이 쉽지 않다. 그나마 계란집하장을 통하면 추적이 쉽고, 문제 발생 때 시의적절한 대응체계를 세워나갈 수 있다.

이 때문에 GP를 지금보다 크게 늘려 생산 이력 추적 및 품질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돈을 적게 들이고도 축산물 이력제에 버금가는 효과를 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 공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GP센터의 필요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계란 집하장은 모두 48곳에 불과하다. 대구는 1곳, 경북은 7곳으로 지역에 유통되는 계란은 중 대부분이 이곳을 거쳐 공급되어야 하나 GP수가 제한돼 있다보니 그렇지 않은 계란유통이 훨씬 많은 실정이다.

기자는 20일 하루 평균 750만개를 대형마트 등에 공급하고 있는 경북지역의 한 계란집하장을 찾았다. 이 GP는 경주, 의성, 영천 등 3곳에 직영농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경남 등 6곳과 계약을 체결해 일반란과 유정란을 공급하고 있었다. 최근 최신설비를 완비하고 각 지역의 계란을 출하 받아 지역의 대형마트 등으로 계란을 납품하고 있으며, 간이검사용 키트를 이용해 주기적으로 항생제 검사 등을 엄격하게 실시하고 있었다. 최근 불거진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이곳을 통한 공급량은 평소보다 30~40% 떨어진 450만개 가량에 그치고 있다고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곳을 거친 계란은 철저한 선별과정을 통해 왕란(68g이상), 특란(60g이상), 대란(52g이상), 중란(44g이상), 소란(44~38g이상)으로 등급이 구분됐다.

GP 관계자는 “계란 집하장의 경우에는 매일 작업일지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살충제 계란`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추적이 빠르고, 해결책 마련도 쉽다”며 “집하장을 통하지 않고 직접 상인에게 판매할 경우 생산자가 판매일지를 기록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는 계란을 추적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안전한 계란을 공급하기 위해 정부가 계란 집하장 확대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GP센터 한 곳을 새로 짓는 데는 최소 20억~30억원이 들며, 학교급식용 등급기를 설치하고 등급판정사를 고용하려면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에 공급 적합판정 농장과 난각코드
●명계농장(경주시 내남면 / ‘14명계’)
●안평농장(의성군 안평면 / ‘14안평’)
●대흥농장(영천시 고경면 / ‘대흥친환경’ ‘14대흥’)
●토마스농장(칠곡군 / ‘토마스농장’)
●우포양계(경남 창녕군 / ‘15우포’)
●개선농장(경남 거창군 / ‘15개선’)
●의령농원(경남 의령군 / ‘15의령유정란’)
●성진농장(전북 순창군 / ‘12 성진유정란’)

/심상선기자

    심상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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