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갤러리 10월23일까지
국내 젊은 대표작가 10명, 실물을 넘어선 그림

▲ 포스코갤러리가 오는 10월 23일까지 기획전 `극사실주의전-한계를 넘어서`를 연다. 사진은 유용상作

`이게 그림이 맞나 `한참을 들여다볼 정도로 실물 같은 작품. 바로 극사실주의 작품들이다.

주관을 극도로 배제하고 사실성을 추구하는 극사실주의는 1960년대 팝아트, 추상표현주의와 더불어 서양미술을 발전시키며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미술 장르 중의 하나다.

포스코갤러리가 오는 10월 23일까지 1,2층 전시실에서 열고 있는 기획전 `극사실주의전-한계를 넘어서`는 국내 극사실주의 젊은 대표작가 10명의 다양한 극사실주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에 참여하는 김시현 김영성 유용상 이목을 이흠 장기영 정영한 최경문 최정혁 최지훈 작가는 인물, 풍경, 정물 등 극사실주의 작품과 극사실주의 회화 기법에서 벗어난 새롭게 시도한 실험적 작품 2~6점을 각각 선보인다.

일상적인 현실을 생생하고 완벽하게 그려낸 작품과 극사실주의의 냉정한 관찰력과 객관적 시각, 극도의 현실적 모사의 형식적 틀을 취하면서도 작가 개인의 감정이 이입된 서술적 이야기를 녹여내며 새로운 리얼리티를 제시하는 작품들도 있다.

김시현은 한국적 극사실주의 화법의 단색화 작품 `귀중한 메시지`를 출품했다. 극사실주의적 기법을 활용해 순수한 단색만으로 꾸민 그의 작품들은 한국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뿌리를 둔 고유의 미의식을 담고 있다.

김영성은 눈으로 보기 힘들어 고화질 렌즈로 봐야 하는 생물의 디테일한 아름다움을 대형 캔버스에 확대해 작업한다. 우리가 소홀히 대하기 쉬운 작은 크기의 동물들을 `생(生)`으로, 현대의 물질을 상징하는 금속, 유리 등을 `물(物)`로 등장시킨다. 그는 작품을 통해 인간의 물질만능주의와 생명경시를 보여주며, 현대 사회의 상실감·공허함 등을 표현한다. 또한 생명체들을 식용, 관상용, 실험용 등의 목적에서 벗어나 생물 자체로서의 가치를 생각해 보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유용상은 와인잔과 꽃을 극 사실적인 화면에 등장시켜 현대사회의 숨막힐 것 같은 모순적 구조를 리얼하게 그려내면서도 동시에 그곳에서 꽃이 피어나고 향기를 뿜어내는 공간을 상상하고 꿈꾸게 한다.`아름다운 구속`이라 이름붙인 작품들은 현실에 대한 일종의 역설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미술교과서에도 작품이 수록돼 있는 한국을 대표할 만한 화가 이목을은 가을 사과와 대추를 모티브로 한 실물보다 더 실물같은 작품과 그만의 완성도 높은 필력으로 나무위에 자신의 일상을 유화로 담아낸 작품을 출품했다.

이흠은 쇼윈도에서 눈을 홀리는 과자, 사탕바 등 `팬시`한 먹거리들이 등장하는 극사실적 유화들로 상품-예술품 사이 감상, 구매 행위에 대한 차이를 되묻는다. `꽃의 화가`로 불리는 장기영은 꽃병 속에 정지된 서양 정물화와 다르게 흙에 뿌리를 내리고 나뭇가지에 매달려 화려하게 꽃망울을 터뜨린 순간을 포착한다. 기운생동 정신을 표현하는 자연의 매개체로서 생명력을 지니며 탄생의 신비와 숭고함을 보여준다. 정영한은 바다풍경과 거대한 꽃, 신문 등 가상의 이미지들을 재구성해 작품을 탄생시킨다. 작가만의 특징적인 화풍이라 할만한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한 바다풍경과 거대한 꽃은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자연에 대한 추상적인 생각을 신화와 같은 이미지로 해석한 것이다. 신문은 수없이 복제되는 인쇄 매체 속에 내재된 시간과 현대인들의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경문은 투명한 유리 그릇 속에 담긴 꽃의 이미지와 함께 향수병과 꽃이 조화롭게 구성된 작품을 선보인다.

실제인지 아닌지 구분이 모호한 유리, 오롯이 반짝이는 물방울, 굴절된 이미지, 상큼 발랄한 색조 는 실제 사물이 가지는 이미지 보다 더 강렬한 진상을 남긴다.

최정혁의 작품에는 붉고 탐스러운 사과와 발갛게 익어가는 복숭아가 등장한다. 작품 속 사과와 복숭아는 작가가 설정한`가상`이다. 사진보다 더 치밀한 작가의 그림은 치밀한 묘사와 섬세한 감수성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최지훈은 `사회적 조각`이라는 개념으로 현대 미술에 큰 영향을 끼친 독일 태생의 미국 작가 요셉 보이스(1921~1986)와 20세기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배우이자 유니세프 활동으로 봉사하는 삶을 실천한 오드리 헵번을 사진인지 그림인지 분간하기 어려울만큼 정밀하고 섬세하게 재현해냈다. 작가만의 독특한 표현기법으로 일종의 `환영효과`를 던져주기도 하며 인간 시각의 가능성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윤희정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