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보건소 지난해 시술비 지원 908건… 올해는 더 늘어날듯
체외수정 300만원 이상 부담… 내달부터 `소득·횟수` 제한 폐지

▲ 포항시에 집계된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건수만 해도 한 해 900여건에 달하고 보건소 지원을 받지 않은 난임부부까지 포함하면 지역에만 1천여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결혼 6년차에요. 이렇게 임신이 늦어질 줄 모르고 곧 생기겠지 싶어 마냥 기다렸는데…. 언제쯤 소식이 올까요?”

심각한 저출산 시대에 간절히 아이를 바라는 부모들이 있다. 지난 2011년 결혼한 주부 A씨(35·북구 창포동)는 수차례 임신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고 했다. 인공수정만 3차례 해봤다. 이후 시험관수정 시술 1차 실패에 이어 난자·배아 냉동보관까지 시도했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A씨는 “임신 수치가 나왔다가도 안 되고…. 이것저것 검사를 받아봐도 남편과 저 모두 아무 문제 없다고 해요. 시술비용도 한두 푼이 아니라 부담되지만, 아이만 낳을 수 있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너무 힘들어요.”라고 털어놨다.

`부모(父母)`가 되고 싶은 난임부부가 증가하고 있다. 포항시에 집계된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건수만 해도 한 해 900여건에 달한다. 보건소 지원을 받지 않은 난임부부까지 포함하면 지역에만 1천여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No 포항시, 시술비 지원예산 대폭 늘려

포항시 보건소는 난임부부를 대상으로 인공수정, 신선배아, 동결배아 시술비를 소득에 따라 차등 지원하고 있다. 난임은 피임을 하지 않는 부부가 정상적인 관계에도 불구하고 1년 이내에 임신할 수 없는 경우를 칭한다.

난임시술은 여성의 배란기에 맞춰 정자를 여성의 자궁에 주입해 임신을 유도하는 인공수정과 난자와 정자를 체외에서 인공적으로 수정시킨 뒤 여성의 자궁에 주입하는 체외수정으로 나뉜다.

5일 포항시 남·북구 보건소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지역 난임부부를 대상으로 인공수정 343건, 체외수정 392건으로 총 735건의 시술비를 지원했다.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908건(인공수정 413건, 체외수정 495건)을 지원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 연말까지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이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북구보건소 관계자는 “저출산 해결을 위해 올해 난임 시술비 지원 예산을 지난해보다 2억3천만원 정도 늘렸다. 이 중 현재까지 60% 이상이 집행된 상황”이라며 “전국적으로 해마다 난임부부가 증가하는 추세인 데다 우리 지역에도 아이를 갖고 싶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부가 많다”고 전했다.

No 남성 난임 환자 5년새 55% 증가

실제로 지난해 전국의 난임 환자 수는 2011년 대비 13% 늘어난 21만9천11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난임 환자 수가 늘어난 가운데 특히 남성 난임 환자가 5년새 55%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난임을 여성만의 문제로 인식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부부 공동의 문제로 받아들이면서 진단과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남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난임 환자 수는 6만1천903명으로 2011년과 비교해 5년 새 55% 증가했다. 2011년 3만9천933명이었던 남성 난임 환자는 2015년에 5만명을 넘겼고, 지난해 6만명을 넘어서는 등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같은 기간 여성 난임 환자도 늘어나긴 했지만 증가 폭은 남성에 미치지 못했다.

의료계에서는 난임 부부가 증가하는 주요 원인이 늦어진 결혼으로 임신을 시도하는 나이 자체가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여기다 과로와 스트레스 등에 시달리면서 임신 성공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풀이했다.

남성 환자의 증가폭이 여성보다 두드러진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 분위기를 꼽기도 했다. 남성의 난임을 유발하는 무정자증 등의 질병이 급격하게 증가했다기보다는 임신성공을 위해선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No 시술비 지원 전면 확대

난임인 경우 임신확률이 떨어질 만한 요소가 있는지 기본 난임검사 등을 통해 확인하고 남편에게 원인이 있는지 혈액·정액검사 등을 한다.

우선 인공수정을 3~4차례 해보고 안 되면 흔히 시험관수정 시술을 한다. 인공수정은 배란기에 남편의 정액을 받아 특수 처리한 후 가느다란 관을 통해 자궁 속으로 주입하는 방식이다. 시험관수정 시술은 난자가 난소에서 배란되기 전에 채취, 시험관에서 수정시킨 뒤 2~5일 배양한 배아를 자궁 안으로 이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행 횟수는 불임 부부의 나이, 원인, 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술비용이 부담이다. 특히 체외수정 시술은 임신 확률이 높이지만 비싼 게 단점이다. 지난 2015년 기준 체외수정 시술비는 평균 341만원(신선배아 사용 시)으로 인공수정 평균 시술비(61만원)보다 5배 이상 비쌌다.

지난 2006년부터 정부는 난임 시술비를 최대 3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오는 10월부터는 시술비 지원이 전면 확대돼 소득 수준이나 횟수에 제한이 폐지되고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남구보건소 관계자는 “엄마, 아빠가 되고픈 부부들에겐 희소식”이라며 “다음 달부터는 소득이나 횟수 제한 없이 아이를 갖고 싶은 부부를 위한 시술비 지원폭이 넓어지는 만큼 함께 병원을 찾는 난임부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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