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업, 대구시를 바꾼다 (下)

▲ 대구 물산업 클러스터는 800조원 규모의 세계 문산업 시장 공략의 원동력이 될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대구 신천하수처리장. /대구시 제공

원격 수량·수질·누수 관리
`스마트 물관리 기술` 세계가 인정

미·중·프랑스·네덜란드 등과
MOU 체결, 세계진출 적극 모색

대구시, 물 관련 기업 추가유치로
고용 창출·미래먹거리 확보 만전

◇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의 물관리 기술

필리핀의 수도인 마닐라는 우기가 시작되는 계절이 되면, 시내 곳곳이 물폭탄을 맞는다.

하수처리 시설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는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실화를 다룬 영화 `빅쇼트`가 있다. `빅쇼트`의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는 미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이 무성할 때,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한다.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로 모두가 부도가 나는 순간에 마이클 버리는 대규모의 이익을 얻게 된다. 그런데 경제 예측의 귀재 마이클 버리는 어디에 투자를 했을까? 영화의 말미에 마이클 버리의 행보에 대해 궁금증을 풀 수 있다.

“마이클 버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으로 큰 돈을 번 뒤 자신이 운영하던 헤지펀드를 청산하고 개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가 투자하고 있는 자산은 단 하나다. 바로 물이다.”

세계 인구가 증가할 수록 물에 대한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물산업의 규모는 이미 반도체 시장의 2배인 약 7천139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는 2025년까지 연평균 4.9%씩 성장해 2020년에는 8천341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물산업 기술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스마트 물관리 기술은 한국의 자랑이다. 우리나라는 원격으로 수량과 수질, 누수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자랑한다. 스마트 물관리 시장은 오는 2020년까지 28%씩 성장해 약 22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미래 먹거리를 위한 준비

대구는 `물산업`을 미래 먹거리의 하나로 보고 있다. 2018년까지 조성되는 국가 물산업클러스터도 이 같은 맥락의 하나다. 이를 위해, 대구시는 물산업클러스터의 각 시설을 운영하는 주체에 대한 집중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다. 각 시설별 운영을 적절한 기관 또는 연구소, 단체 등에 맡겨야 물산업클러스터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대구시는 `물산업`의 세계 진출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5년 1월 16일에는 중국 정주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물산업의 기술교류와 양국 기업의 투자지원을 위해 적극 협조키로 했다. 다음 해인 2016년 4월 25일에는 중국 샤오싱시와 하수처리협력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2015년 9월 27일에는 미국 밀워키시와 물산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 MOU에 따라, 양 도시는 물기술 이전과 협력사업 추진 등을 함께 하기로 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지난 해 5월 24일 프랑스 몽펠리에시와 네덜란드 레이와르덴시 관계자 등은 물산업선진도시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구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물산업의 세계화가 이뤄지고, 물산업클러스터에 60개 이상의 기업이 유치된다면, 4천300억원이 대구에 투자되고 2천500여 명의 고용창출도 이뤄질 것으로 대구시는 기대하고 있다.

대구시 박기환 물산업과장은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내년까지 완공하고 KIWW(대한민국 국제물주간), WWCF(세계물도시포럼) 등의 행사를 통한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내 물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구시의 물산업

2018년 완공되는 대구 물산업클러스터는 상하수도 등 물산업을 세계에 수출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대구시의 계획은 무엇일까.

대구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물산업 시장인 미국(1천567억 달러)과 프랑스(320억 달러) 등의 유럽, 일본(857억 달러), 싱가포르(215억 달러), 중국(997억 달러), 동남아, 남미 등을 개척해야하는 시장으로 보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큰 물산업 시장인 미국은 95%의 상수보급률과 74.5%의 하수 처리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노후화시설 개보수를 위한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게 대구시의 예측이다.

대구시는 “물 인프라의 심각한 노후화에 따른 기자재 교체 수요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부품 및 소재분야 기술경쟁 시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만성적인 식수 부족이라는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1970년대부터 국가적인 차원에서 물자원 확보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싱가포르도 공략 대상이다.

이미 우리나라와 싱가포르 정부간 물산업 교류협력 네트워크 구축 및 상호 호혜적인 물산업 클러스터 교류협력사업 발굴이 추진되고 있으며, 지난해 싱가포르 국제물주간 행사에는 대구 방문단이 참가하기도 했다.

세계 2위의 물산업 시장을 가진 중국은 88%의 상수 보급률과 41.6%의 하수 처리률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대구시는 “중국이 하수 처리시설 신규인프라 구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트남 등 동남아는 대구시의 우선 공략 대상이다. 특히, 베트남의 물환경 시장은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주요하천의 중금속 농도는 국가기준의 3~4배 높은 수치이며 생활하수의 무단 방류로 수질오염이 심각한 상태다.

대구시는 현지 물시장 수요를 파악하고 기업진출을 위한 네트워크 형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 권영진 대구시장
▲ 권영진 대구시장

◇ “물산업은 삶을 위한 기본적 산업”

권영진 대구시장은 “물산업은 국민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산업이다. 글로벌 수처리사업 조사기관인 GWI (Global Water Intelligence)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세계 물시장은 약 800조원 규모의 거대시장으로서 앞으로도 연평균 3%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권 시장은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물산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거대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집중 육성하고 있는데 비해 국내 대다수 물기업은 아직도 내수시장에 치중하고 있어 해외시장 진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면서 대구시가 추진하는 물산업 클러스터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권 시장은 “대구시는 글로벌 기술경쟁력 확보와 전략적 해외진출의 거점 역할을 할 물산업클러스터를 달성군 소재 대구국가산업단지 내(649천 ㎡)에 사업비 2천950억 원을 들여 조성 중에 있다. 전국 유일의 R&D, 테스트베드, 생산시설, 해외마케팅 지원시설이 집적되어 있는 물산업클러스터는 지난 2016년 11월에 착공해 오는 2018년에 완공하게 된다”면서 “2017년 9월 말 현재까지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16개 우수기업을 유치했고, 9월 11일 롯데케미칼의 착공식을 시작으로 차례로 공장을 착공해 2018년부터는 700여 명의 실질적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시장은 “올해 하반기에도 우수기업 10여 개사를 추가 유치할 계획이며, 최종 60여 개의 기업을 유치해 4천300억원 투자, 2천500여 명의 고용 창출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권영진 대구시장에 따르면, 대구시는 수자원공사와 환경공단 등 물 관련 지원기관을 물산업클러스터에 입주시킨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800조 규모의 거대 물산업의 세계시장을 노려, 대구의 물산업클러스터가 미래 먹거리가 되도록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에 ㈜엔바이오컨스, 대구환경공단 등이 한·중 합자회사 설립과 2016년 (주)우진이 중국 샤오싱시에 40억원 규모의 교반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중국시장 진출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대구시는 앞으로도 기업들이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 등 물 수요 신흥국과 미국, 유럽 등 물 선진국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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