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추(醜)라는 말이 있다. 늙고 추하다는 뜻이다. 정년을 마치고 은퇴하는 실버세대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금기 중 하나다. “나이가 들어 늙고 추하다”는 얘기만은 듣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은퇴를 한 실버세대들은 은퇴 후 생활이 늘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은퇴 후 생활이 뜻대로 안 되는 게 보통이다. 아직 우리나라 현실에 은퇴는 `있는 자의 전유물`처럼 보인다. 우리 사회의 보장제도가 노후를 안정시키기에는 부족한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복지로 본다면 선진국이 되기는 아직 한참 멀었다.

실버 송 `너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라는 노래가 SNS 상에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영상 조회 320만 뷰를 기록하고 있는 이 노래는 은퇴한 실버세대들의 애환을 재미있고 익살스럽게 전하고 있다. 올해 일흔두 살의 서유석씨가 2015년 작사 작곡했다. 곡이 유쾌하면서도 노랫말에서는 실버세대들의 비장함도 느끼게 할 만큼 절절한 맛도 있다. 그래서 실버들 중심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인생 2막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은 우리시대 시니어들의 하소연도 보인다. 직장생활 30년을 마치면 노후가 안락할 줄만 알았는데 막상 나와 보니 현실이 그렇지 않더라는 말이다. `세월이 30년간 나를 속였다`는 노랫말 속에 우리 사회의 부족한 노후복지를 꼬집는 풍자도 있다. `은퇴 미학`이라는 말은 은퇴 후 성공적 삶을 살 때 붙여지는 수식어가 아닐까 싶다. 미학(美學)은 아름다운 것에 대한 학문이라는 뜻이다. 가치로서 아름다움을 가리킨다.

삼성라이온즈 프로야구 이승엽 선수가 10월 3일 대구에서 은퇴한다. 이날 은퇴식은 22년의 긴 야구 인생을 접고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날이 된다. 한국 프로 야구사상 가장 많은 신기록을 남긴 그의 은퇴에 팬들의 극찬이 쏟아졌다. 그는 “이젠 떠날 때가 됐다”는 말로 은퇴의 변을 함축했다. 성공한 그의 은퇴야 말로 미학이라는 표현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그의 미학 속에는 남다른 피와 땀의 노력이 있었음이야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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