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부도로 포항 4곳 방치
청소년 탈선 장소 이용 우려
사업승인자·건물주 등 달라
소유권 해결 안돼 철거 난망

▲ 지난 1997년 7월 포항시의 허가 이후 20년간 도심지 흉물로 남아있는 포항시 북구 용흥동 482-1 금광포란재 아파트 공사 중단 현장.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가 모두 차단된 채 무기한 방치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공사중단으로 장기간 방치된 건축물들이 포항 곳곳에 흉물로 남아 있다. 시가지 중심지에 수십년째 유령의 집처럼 방치돼 도심의 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손도 쓰지 못하고 있다. 개정된 법률에 따라 지자체에서는 강제 철거를 명령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사정을 뜯어보면 녹록치 않은게 현실이다.

포항시 북구 용흥동 482-1에 위치한 금광포란재 아파트 건설현장. 칙칙한 색깔의 콘크리트 골조가 올라가다 멈춰있다.

20년 전인 지난 1997년 7월 허가 이후 공정률 40%까지 진행된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은 3년 뒤인 2010년 5월부터 현재까지 인적이 끊긴 채 폐허처럼 버려져 있다.

최초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성우주택이 부도를 맞으면서 장기간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2003년 ㈜금광건업이 사업을 인수해 추진하려 했으나, 자금난 등의 문제로 현재까지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경매를 통해 토지소유권을 이전받은 솔빛주택은 포항시와 소송을 벌이고 있어 사업이 장기간 표류 상태다. 이 아파트는 짓다말다가 계속 되풀이돼 건물 안전성 문제마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93년 7월 사업승인을 받아 공사에 들어간 포항시 북구 두호동 205-3 라온빌. 24년 전 18층 높이의 대단위 아파트로 계획돼 총 공사금액 117억원을 들여 공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지난 2008년 8월 시행사의 부도로 현재까지 공사가 중단돼 있다. 공정률은 10%밖에 되지 않는다.

15층 높이의 남구 오천읍 문덕리 358-4 오천 한빛타운 역시 공사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1994년 12월 건축 허가 이후 공정률 50%까지 공사가 진행됐지만, 이 역시 회사의 부도로 5년 뒤인 1999년 10월 공사가 멈췄다.

이곳은 지역에서 청소년들의 비행장소로 꾸준히 지적받아왔고 공사장 내부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등의 유언비어까지 나돌기도 한 곳이다.

19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사가 중단돼 장기방치되고 있는 대형 건축물은 모두 4곳에 이른다.

사업 관련자가 1인일 경우 국토교통부 등과 연계해 건물을 매입, 공사를 재개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 찾을 수 있다. 하지만, 4곳 중 3곳은 사업승인자와 토지소유주, 건물주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합의 또는 법적인 절차를 통한 소유권 이전밖에는 해결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해결방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개정된 장기방치 건축물 특별조치법에 출구가 반쯤 열려 있다. 내용은 2년이 넘게 방치된 건물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강제 철거를 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금광포란재 아파트 공사처럼 공사가 절반 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강제 철거가 진행됐을 때 새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부담이 문제이다. 이미 부도가 난 사업체에서 철거 비용을 감당하기란 거의 불가능해 결국 자치단체의 예산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주부 최지영(43·여·용흥동)씨는 “아이들이 동네에서 놀다가 무심코 아파트 공사장에 들어가서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항상 창문너머로 지켜보고 있다”며 “주민들이 불안감을 가진 지가 10년이 넘었는데, 포항시가 나서서 특단의 조치를 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관련 사업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흉물로 방치된 건축물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업주들은 연락마저 잘 되지 않는 등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사유재산에 대해 강제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답답해 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현재 장기방치 건축물 4곳에 대해서는 안전조치 등을 취해 공사장 안으로 출입하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상태”라며 “현재로선 강제 철거보다 합의를 통한 아파트 활용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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