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박피해 농가 가보니…
“수확 코앞에… ” 망연자실
상품성 떨어질까 농약 살포
도내 올들어서만 다섯차례
“9월 우박 40년 만에 처음”
보험도 안 들어 걱정 태산

동전 크기의 우박이 휩쓸고 간 안동시 임하면 오대리 과수농가. 100ha에 달하는 과수원에 농약살포기가 굉음을 내며 쉴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이미 우박을 맞은 사과는 상처를 입어 상품 가치를 잃었다. 상처난 부위는 앞으로 썩어 들어갈 것이지만 농민들은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기 위해 농약을 살포하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추석을 맞아 본격 수확철을 앞둔 사과의 모습은 처참했다. 사과나무 한그루에 수십 개의 사과가 달려 있지만, 사실상 상처가 생겨 멀쩡한 사과를 찾기조차 어려웠다. 사과 당도를 높이고 색을 내기 위해 바닥에 깔아놓은 반사필름은 구멍이 뚫리다 못해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우박 피해를 가늠하기에 충분했다.

이 지역에서 과수원을 하는 권모(58)씨는 “40년간 농사를 지으면서 9월에 우박이 내린 것은 처음”이라며 “농약을 살포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우박이 쏟아진 다음날인 20일 조광준 안동시 임하면장과 이상근 안동시의원이 이른 아침부터 피해 농가를 찾았다. 일일이 농민들을 만나 위로하면서 최대한의 지원을 약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워했다. 사실상 지원이라고 해봐야 농가당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ha당 지수) 정도의 농약대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안타깝지만 농약살포 등 방제 지도 외에 딱히 어쩔 도리가 없는데, 농약대라도 최대한 많이 지원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올해는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도 저조해 피해가 더 가중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실제 이날 만난 권씨 역시 올해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한차례 이상 자연재해로 인해 보험금을 수급한 경력이 있는 과수농가의 경우 보험금은 평소대로 80만~200만원을 납부하지만 `착화수(수정된 사과 꽃)`를 줄여야 보험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농가 입장에서 비싼 보험료를 내지만 보험사 배만 불려주는 것이 아니냐는 반발 심리가 작용하기도 했다.

일부 농민들은 “영세농가의 경우 비싼 보험료 때문에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재해보험 약관을 적절히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엎친데 덮친` 경북지역 농가

최근 며칠동안 우리나라 내륙을 중심으로는 찬공기가 내려앉은 가운데 서쪽으로부터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상대적으로 대기가 불안정해졌다. 지난 19일 오후 안동, 예천, 문경 등에 소나기를 동반한 우박이 쏟아졌다. 이날 강수량은 문경 18.5㎜, 예천 9.5㎜, 안동 7.7㎜로 기록됐다.

하지만, 강풍을 동반한 지름 1~3㎝ 크기 우박은 오후 3시20분부터 오후 5시10분까지 안동·문경, 예천 등 경북 북부지역을 강타했다.

이로써 경북의 4개 시·군 1천159㏊에서 농작물 피해가 났다. 이중 안동이 600㏊로 피해면적이 가장 넓었다. 이어 문경 471㏊, 예천 73㏊, 청송 15㏊ 순으로 집계됐다. 작목별로는 사과가 960㏊, 콩 150㏊, 호박 20㏊, 오미자 6㏊, 기타 23㏊로 조사됐다.

경북도와 시·군은 피해 규모를 정밀 조사해 특별영농비로 ㏊당 100만원을 지원하고, 피해가 큰 사과는 20㎏당 1만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경북지역에는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5차례의 우박이 내려 농작물 6천410㏊의 피해를 입었다. 경북도는 국·도비 84억원을 봉화와 영주 등 우박피해 14개 시·군에 복구비로 지원한 바 있다.

/권기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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