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포항 구도심을 살리자
⑵ 집창촌 폐쇄

포항의 구도심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피해갈수 없는 곳이 있다. 옛 포항역사와 바로 접해 있는 집창촌(集娼村)의 이전 폐쇄 문제다.

집창촌은 포항역사 개발사업을 가로막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포항의 청소년들의 문화공간인 중앙상가와도 인접해 있어 청소년 교육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도심재생에 앞서 청소년들의 건전한 지도 육성 등을 위해서도 집창촌 이전 프로젝트가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

옛 포항역사 주변서 번성
역사 옮기며 명맥만 유지
중앙상가 등과 인접 거리
구도심 개발에 큰 걸림돌

전국 지자체는 폐쇄 바람
대구시 `자갈마당` 없애고
자활대책 등 내놔 `본보기`

해법커녕 손 놓은 포항시
도심재생 차원 결단해야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직업이기도 한 성매매 집결지는 전국적으로 철도역이나 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형성됐다. 일부는 항구 주변에 자리하기도 했다. 미군기지 주변에도 상당 규모의 집창촌이 형성됐다. 포항에서도 철도시대의 개막과 함께 자연스럽게 포항역사를 끼고 집장촌이 형성됐다. 속칭 `포항중앙대`(중대)로 불리며 한때 50가구가 넘을 정도로 번성했지만 현재는 상권변화 등으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포항시의 도시계획에 따라 양덕, 문덕, 이동 등 도심지 외곽지역으로 주거지가 이동하고, 동시에 해당 지역마다 독자적인 상권이 발달하면서부터 `포항시내`로 통칭되던 북구 중앙상가로 향하던 발길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자가용 보급과 교통망의 발달과 함께 오랫동안 역사 인근으로 집중됐던 통행도 분산되기 시작했다.

철도시대의 마지막인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포항의 관문 역할을 하며 중심지로서의 입지가 탄탄했던 포항역사 역시 지난 2015년 4월 흥해읍으로 이전하고 구 역사는 허물어졌다. 집창촌이 유지될 수 있는 입지 기반도 사실상 무너졌다.

27일 경북성매매피해상담센터인 새날에 따르면 이곳에는 현재 186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악된 가구수는 64가구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 변화와 성매매특별법 제정 등으로 실제 16~17가구 정도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아직 포항시에서는 역사 주변, 집창촌 지역에 대한 개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더욱이 집창촌 구역까지 개발계획을 세웠던 LH에서 토지보상 등 문제에 봉착하면서 해당 구역의 개발이 사실상 무산된 상태이다.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 변화와 성매매특별법의 제정 등으로 시가지 중심에 위치한 집창촌의 폐쇄와 이전은 전국적인 흐름이며 더 늦출수 없는 현안이다. 성매매의 온상인 집창촌의 폐쇄는 전국 대도시 사례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사업자가 토지 매입을 마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의 집창촌 `609`에는 지하 5층 지상 37층 규모의 호텔이 들어선다. 인천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집창촌 `옐로하우스` 자리에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지어질 예정이다.

대구시도 최근 지역 내 최대 집창촌인 속칭 `자갈마당`의 폐쇄를 결정했다. 이 곳에서 일하던 여성들에게 최대 2천만원의 자활 지원금과 함께 새로운 일자리를 알선하겠다는 방침이다. 대구 중구청은 성매매 여성종사자 자활심의위원회를 열어 신청자 9명의 생계유지비로 10개월동안 월 100만원씩, 주거비로 최대 700만원 이내의 금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직업훈련비도 10개월 동안 최대 300만원까지 지원한다. 일제강점기부터 100년 동안이나 생명력을 이어온 대구의 집창촌은 대구시의 적극적인 정책에 따라 폐쇄 국면을 맞았다.

`도심 재생`을 위해 포항시가 중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런 영향 때문이다. 옛 포항역사 주변에는 시민들의 휴식공간과 지하주차장 등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완공 이후 도심지를 향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늘어난다고 해도, 남아 있는 집창촌으로 인해 구도심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주변 환경과의 조화와 도심지 이미지에 걸맞은 발전을 위해서는 포항시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수적이다. 집창촌 일대 토지 매입, 사업장 이전, 폐쇄에 따른 사업주 및 여성종사자 자활방안을 수립하는 등 시가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라는 것.

포항시 관계자는 “토지 보상 등의 문제에서 이견이 있어 집창촌을 포함한 옛 포항역사 일대 개발 사업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옛 포항역사에 공원 등 시민들의 수요에 걸맞는 개발이 이뤄지면 주변에 있는 집창촌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이바름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