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영덕기행 자연산송이

먼저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평가 속에서 `첫사랑`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등의 작품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소설가 성석제(57)가 들려주는 `송이버섯`에 관한 이야기부터 한 토막.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성석제는 서울에 있는 한 회사를 다녔다. 같은 대학을 졸업한 선배가 후배 사원으로 들어온 성석제에게 “맛있는 걸 사주겠다”며 일식 요리를 내놓는 고급 음식점으로 데려갔다. 하지만, 성석제는 생선회를 먹지 못했다. 회를 보기 힘들었던 1960년대 경북 상주 산골 출신이었기 때문일까. 차려진 산해진미에는 젓가락 한 번 대지 않고, 내내 고구마튀김만 먹는 후배를 안타깝게 여긴 선배가 “조금만 기다려봐”라며 음식점 주인을 조용히 불렀다.

선배와 주인 사이에 두어 마디 귀엣말이 오간 후 성석제 앞에 조그만 접시가 놓인다. 엄지손톱 두께와 크기로 썰어놓은 하얀색 음식. 맛은 보지도 않았는데 향기만으로도 배가 불러올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게 바로 `송이버섯`이란 건 이 글을 읽는 누구나 짐작이 가능하다.

▲ 송이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들.
▲ 송이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들.

◆ `가을산의 보석`으로 불리는 영덕 송이

성석제가 맛깔스런 문체와 위트 있는 문장으로 써놓은 산문에서 `드높은 향기와 식감`을 지닌 것으로 묘사되는 송이버섯.

경북 영덕은 바로 이 송이버섯의 이름난 산지 중 한 곳이다.

송이를 채취하는 영덕 사람들은 찬바람 부는 1월부터 가을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한다. 왜냐? 송이를 따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절기로 말하자면 백로(白露)를 며칠 앞뒤로 송이의 포자가 만들어진다. 이후 7~10일이 경과하면 그때부터 송이버섯 채취가 시작된다.

`영덕 가을산의 보석`을 따려는 사람들이 앞을 다퉈 산에 오른다.

올해는 아직 정확한 생산량과 소비량 집계가 나오지 않았으니, 2016년을 기준으로 영덕 송이의 생산 동향을 살펴보자.

지난해 영덕의 송이 채취농민들은 289t의 송이를 따서 252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산림조합의 수매량이 97t(84억원), 산림조합 직판량이 20톤(17억원), 직거래량이 172톤(151억원)이다. 이 정도면 지방의 작은 도시인 영덕군 경제 활성화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이다.

영덕군 송이 수매농가도 해마다 증가추세다.

송이버섯은 영덕의 특산품인 동시에 채취하는 사람들에겐 효자에 다름없다. 송이를 판매하고 받은 돈은 아이들의 학비가 되고 부모님을 대접하는 따스한 밥과 국이 된다.

영덕 송이의 최고 생산지는 지품면으로 전체 생산량의 40% 정도를 차지한다.

그 뒤를 영덕읍(15%)과 영해면(12%), 창수면(8%)이 잇는 형국이다. 놀라지 마시라.

수매금액이 가장 높았던 날은 단 하루 만에 영덕 지역에서만 송이 7억6천만 원어치가 거래되기도 했다.

영덕 송이는 조선시대 왕에게 진상된 식재료이기도 했다. 영덕군 산림조합은 이 지역에서 채취되는 송이버섯이 품격 높은 향과 쫄깃한 식감을 가지는 이유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우리 지역의 송이가 가진 향은 동해의 바람과 태백산맥의 우거진 소나무 숲이 선물한 것이라 보면 됩니다. 버섯이 자라기 좋은 토질이기에 맛도 뛰어납니다. 또한 영양 부분에 있어서도 빠지지 않습니다. 식물성 단백질과 탄수화물은 당연지사 풍부하고, 거기에 비타민B 함유량도 높습니다. 그렇기에 면역력 약한 사람들의 체력 보충에 좋지요. 송이버섯이 항암효과를 가졌다는 건 연구결과가 이미 발표됐으니 모두 알고 있을 겁니다.”
 

▲ 보기 좋게 장식돼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영덕 송이버섯.
▲ 보기 좋게 장식돼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영덕 송이버섯.

◆ 내일부터 `영덕 송이장터` 열려

전국 최다 생산량과 최고 품질을 자부하는 영덕 송이. 영덕군은 송이를 지역의 명품으로 자리매김 시키고, 생산자 직접 판매를 통한 군민 소득 증대를 위해 `2017 영덕 송이장터`를 열었다.

영덕군 송이생산자협의회 주관으로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송이장터는 영덕군민운동장 일원과 `사랑해요 영덕휴게소` 인근에서 진행되고 있다. 29일부터는 추석 대목장이 펼쳐지게 된다.

장터는 ▲영덕 송이의 풍성함을 보여줄 상설 장터 ▲송이 직판을 중심으로 하는 각종 행사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직거래 장터 ▲ 수도권과 충청권을 향한 홍보마당 등으로 이뤄졌다.

29일 오후 2시 열리는 추석 대목장터 개장식에서는 사물놀이가 식전공연으로, 국악한마당이 식후공연으로 열린다. 송이차(茶)와 송이불고기를 맛볼 수 있는 체험마당도 준비돼 영덕을 찾는 관광객들을 반긴다. 영덕축협은 축산물 할인행사도 열 계획이다.

전시마당에선 명품송이와 꿀송이 등의 송이 가공품을 만날 수 있다. 먹거리마당을 방문한다면 송이버섯으로 얼마나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지 알게 된다. 송이갈비덮밥, 송이차돌박이국수, 송이라면, 송이빵….

장터 현장에는 `양심저울`을 설치해 거래되는 송이의 무게를 직접 볼 수 있도록 했다. 판매자와 구매자간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다. 방문자들의 안전을 위해 CCTV를 설치하고, 행사장 내부를 국화 등 가을꽃으로 장식해 낭만까지 맛볼 수 있게 배려했다.

“지난 행사를 거울삼아 보다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송이장터가 영덕을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최고의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는 게 영덕군의 바람이다.

 

▲ 송이버섯 선별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
▲ 송이버섯 선별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

◆ 송이 유통의 문제점 개선 위해 노력

지난 2006년 자율공판제가 실시된 이후 송이 관련 유통업체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수집상들의 담합과 선별기준 미 준수, 수입산 송이 섞어 팔기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송이 생산농가를 위한 저온저장시설 확충과 영덕 송이의 브랜드화 및 소포장재 개발도 당면한 과제다.

영덕군청과 영덕군 산림조합 등은 타 지역과 차별화된 송이축제 개최로 영덕 송이의 우수성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송이 수집상에 대한 역량교육을 실시하며, 생산농가의 시설 지원을 확대해나가는 방법으로 문제점을 개선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송이와 소나무는 떼놓을 수 없는 관계다. 소나무 재선충병과 산불 등의 재해에도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영덕군청은 부연했다.
 

▲ 송이버섯을 발견하고는 막대기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채취하고 있는 영덕의 농민.
▲ 송이버섯을 발견하고는 막대기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채취하고 있는 영덕의 농민.

송이등급과 채취방법은…

향과 맛 모두에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송이버섯은 등급 관리도 철저하다.

특히 영덕의 송이버섯은 현재까지 쌓아올린 소비자의 신뢰를 지켜가야 하기에 특별히 등급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송이버섯은 4등급으로 나뉘는 게 일반적이다.

1등품은 길이가 8cm 이상이고 갓이 전혀 펴지지 않은 것으로 선별한다. 물론 가격도 가장 높다.

2등품은 6~8cm 길이에 갓이 1/3 이내로 펴진 것을 칭한다. 맛과 향에서는 1등품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길이가 6cm 미만이거나 갓이 1/3 이상 펴져버린 것들은 3등품으로 구별된다. 이것들은 `생장 정지품` 혹은 `개산품`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 외 기형으로 자랐거나 파손된 송이, 벌레 먹은 것과 물에 젖은 송이는 등외품이다.

예로부터 귀한 식재료이니만치 송이는 채취 방법도 까다롭다.

“한 손으로 뿌리를 살며시 잡고 막대기를 송이의 대 바로 옆 부분에 꽃아 살짝 들어 올려 채취해야 한다”는 것이 영덕군 산림조합의 설명이다.

또한, “송이버섯을 채취한 자리에는 반드시 부드러운 흙을 덮고 가볍게 다져줌으로써 어린 송이와 균사를 보호해야 한다”고 송이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상품가치가 없는 어린 송이의 경우 자란 후에 채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올해 일부 지역에선 송이버섯의 생산량이 적어 kg당 가격이 100만원을 넘어선 경우도 있었다.

`금송이`로 불릴 만큼 워낙 비싼 까닭에 송이가 마구잡이로 채취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견된다.

하지만, 당장 오늘의 이익만이 아닌 미래를 생각한다면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채취 기준을 지켜야 할 것이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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